“영원한 사랑의 새라는데…" 알고 보니 계절마다 파트너 바꾸는’천연기념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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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사랑의 새라는데…" 알고 보니 계절마다 파트너 바꾸는’천연기념물'

위키푸디 2025-10-24 20:52: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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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앙 자료 사진. / 국립생물자원관

도심 하천에서도 흔히 눈에 띄는 새가 있다. 물 위를 미끄러지듯 나아가며 화려한 깃털을 자랑하는 원앙이다. 기러기목 오리과에 속하는 조류로, 1982년 천연기념물 제327호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다. 외형만 보면 귀족 같은 인상을 주지만, 환경 적응력이 뛰어나 전국의 하천과 호수 어디서나 쉽게 관찰된다.

고대 중국에서는 암수의 깃털 색이 달라 서로 다른 새인 줄 알고 수컷을 ‘원’, 암컷을 ‘앙’이라 부르다, 같은 종임이 밝혀지면서 ‘원앙’이라는 이름이 만들어졌다.

한국에서는 금슬 좋은 부부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결혼식에는 원앙 한 쌍을 형상화한 나무 조각이 빠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 전통은 실제 원앙과는 무관하다. 혼례상에 올랐던 새는 사실 기러기였다. 원앙은 아름다운 색깔과 습성 덕분에 오랜 세월 상징적인 새로 여겨졌다.

수컷은 화려하고 암컷은 단정한 새

원앙 자료 사진. / 국립생물자원관
원앙 자료 사진. / 국립생물자원관

원앙의 몸길이는 약 40~45cm, 날개를 펼쳤을 때 길이는 70cm에 이른다. 수컷과 암컷의 외형 차이는 뚜렷하다. 수컷은 선명한 오렌지색 부채형 날개깃과 푸른빛이 감도는 등, 가슴의 세로 줄무늬, 흰색 눈가 무늬 등으로 장식돼 있다. 반면 암컷은 회갈색에 흰 점무늬가 박혀 있어 훨씬 소박하다. 겉모습만 보면 서로 다른 종처럼 보일 정도다.

이 화려한 깃은 번식기 때만 나타난다. 짝짓기 철이 지나면 수컷의 장식깃은 모두 빠지고 암컷과 같은 색으로 바뀐다. 이 시기에는 부리색으로 성별을 구분할 수 있는데, 수컷은 붉은색, 암컷은 회색에 가깝다.

암수의 차이는 단지 미관상의 문제가 아니라 생태적 이유에서 비롯된다. 암컷은 포식자의 눈을 피해야 하므로 주변 환경과 비슷한 색으로 위장돼 있다. 반면 수컷은 짝짓기 경쟁에서 선택받기 위해 눈에 띄는 색을 진화시켰다.

‘부부의 새’라 불리지만 실제로는 혼자 아이를 키운다

원앙 자료 사진. / 국립생물자원관
원앙 자료 사진. / 국립생물자원관

원앙이 ‘부부의 상징’으로 불리게 된 이유는 짝을 지은 한 쌍이 항상 함께 다니는 모습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생태는 정반대다. 수컷은 여러 암컷과 짝짓기를 하며, 새끼를 돌보는 일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 알을 품고 새끼를 키우는 건 오로지 암컷의 몫이다.

암컷은 포식자를 피하고자 지상에서 수 미터 떨어진 나무 구멍에 둥지를 튼다. 때로는 사람 사는 아파트 외벽 배수구나 베란다 틈에 알을 낳는 일도 있다. 새끼들은 부화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둥지에서 뛰어내린다. 무게가 50g도 되지 않아 땅에 떨어져도 다치지 않는다.

작은 날개를 퍼덕이며 떨어지는 모습은 위태로워 보이지만, 이는 원앙의 생존 전략이다. 어미는 땅에서 새끼들의 울음소리를 듣고 안전한 곳으로 이끈다. 이런 습성 덕분에 도시 한복판에서도 원앙의 번식 장면이 포착되곤 한다.

흥미롭게도 암컷 두 마리가 한 둥지에서 공동으로 새끼를 키우는 경우도 있다. 물가에선 무리 지어 다니지만, 둥지를 지을 땐 독립적이다. 부부가 금슬 좋게 새끼를 기르는 이미지는 결국 사람들이 만들어낸 환상에 가깝다. 실제로 원앙은 효율적인 생존 방식을 택한 새다.

겨울의 하천을 장식하는 색의 향연

원앙 자료 사진. / 국립생물자원관
원앙 자료 사진. / 국립생물자원관

원앙은 계절에 따라 서식지를 옮긴다. 겨울엔 도시 하천과 호수에서 여러 마리가 함께 무리를 이루고, 여름이 되면 산속의 조용한 계곡으로 들어가 번식한다. 서울 우이천이나 청계천에서도 추운 계절이면 어렵지 않게 관찰할 수 있다. 수면 위를 유유히 떠다니는 모습은 도시의 회색 풍경 속에서 생생한 색감을 더한다.

 

 

 

하천에는 원앙 외에도 청둥오리, 백로, 왜가리 등 다양한 조류가 함께 서식한다. 청둥오리는 집오리의 원종으로 알려져 있고, 백로는 흰 깃털 덕분에 예로부터 청렴의 상징으로 불렸다. 왜가리는 긴 다리와 부리로 얕은 물가에서 물고기를 잡는다.

그중에서도 원앙은 색채와 행동 모두에서 단연 눈에 띈다. 인간이 부여한 의미는 오해일지라도, 그 자체로 원앙은 한국 겨울의 풍경을 빛내는 가장 화려한 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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