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출신 첫 교황인 레오 14세는 이날 바티칸에서 열린 국제 시민단체 회의에서 “정부는 도움이 필요한 이민자들에게 피난처를 제공해야 할 도덕적 의무가 있다”며 인도적 차원의 대응을 촉구했다.
레오 14세는 “취약한 이민자들을 학대하는 행위는 정당한 국가 주권의 행사가 아니라 국가에 의해 자행되거나 묵인되는 중대한 범죄”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일부 국가들이 이민자들을 ‘쓰레기처럼’ 취급하는 비인도적인 조치를 채택하고 있으며 이러한 조치들이 정치적으로 미화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레오 14세는 특정 국가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정책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이날 발언은 그가 지난 9월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정책이 가톨릭 교회의 생명 존중 교리와 부합하지 않는다고 비판한 데 이어 나왔다. 이민자 권리를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입장을 다시 한 번 분명히 한 것이다.
레오 14세는 지난 5월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을 이어 새 교황으로 선출된 이후 이민자 문제에 대한 목소리를 강화해 왔다. 특히 지난 9일 발표한 그의 첫 교황 문헌에선 이민자에 대한 세계적 연대를 호소하며, 프란치스코 전 교황이 트럼프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했던 메시지를 다시 한 번 상기시켰다.
레오 14세는 또 전 세계 빈곤층의 고통에 초점을 맞춰 갈수록 심화하는 경제적 불평등과 제약회사들의 과도한 이윤 추구, 전자 기기에 사용되는 콜탄·리튬 등 자원의 착취적 채굴 관행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자원 채굴은 준군사조직의 폭력, 아동 노동, 지역 주민의 강제 이주에 의존한다”며 “강대국과 대기업 간의 자원 채굴 경쟁은 빈곤국의 주권과 안정성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라고 경고했다.
레오 14세는 제약 산업의 발전이 일부에게는 분명한 진전을 의미할 수 있지만, 그 이면에는 여전히 복잡하고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에서 45만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 남용 사태를 언급하며 생명보다 이윤을 우선시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그는 프란치스코 전 교황이 자주 사용했던 표현을 인용하며 “가톨릭 교회가 가난한 이를 위한 가난한 교회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