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해킹 사태로 위기감이 커진 KT그룹의 차기 수장으로 과거 한 차례 수장을 역임한 구현모 전 대표가 언급되고 있다. 2020년부터 2023년 초까지 회사를 이끌며 실적과 기술 혁신을 동시에 달성한 구 전 대표는 KT의 '전성기'를 이끈 인물로 평가받는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돌연 연임 포기를 선언했는데 최근 연임을 포기한 결정적 이유로 '정치적 외압설'에 힘이 실리고 있다. 여론 안팎에선 지금이라도 개인의 명예회복, KT의 위기극복 등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구 전 대표의 등판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역대급 실적' 올리고도 연임 포기한 구현모…KT그룹 절체절명 위기에 재등판론 급부상
구현모 전 KT 대표는 2020년 3월 KT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해 2023년 3월까지 회사를 이끈 인물이다. 1987년 KT경제경영연구소 연구원으로 입사한 그는 약 35년간 KT에서 근무하며 경영전략담당, 비서실장, 경영지원총괄 사장 등 요직을 거쳤다. 2009년 그룹전략1담당 상무보 시절에는 당시 최대 현안이던 KT와 KTF 합병을 주도하며 사내에서 '전략통'으로 평가받기도 했다.
구 전 대표 재임 기간 KT는 실적 면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내며 이동통신 3사(SKT·KT·LG유플러스) 중 연간 영업이익 선두를 기록했다. 2020년 영업이익 1조1841억원을 시작으로 2021년 1조6718억원, 2022년 1조6901억원 등을 달성하며 2위 SKT를 큰 격차로 앞섰다. 같은 기간 SKT는 2021년 1조3782억원, 2022년 1조6162억원 등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호실적에 힘입어 주가도 상승세를 보였다. 2020년 1월 2만6700원 수준이던 주가는 2022년 8월 3만8000원대로 올라 약 42% 상승했다. 안정적인 배당주로 잘 알려진 이동통신 3사 주식의 역대 등락폭을 고려하면 상당히 눈에 띄는 상승률이다. 같은 기간 SKT와 LG유플러스 주가는 각각 약 28%, 2% 상승에 그쳤다.
구 전 대표는 임기 중 KT의 인공지능(AI) 사업 기반을 마련하기도 했다. 그는 취임 초기부터 '디지털 플랫폼 기업(Digico)' 전환을 핵심 과제로 제시하고 AI·빅데이터·클라우드(ABC) 경쟁력 강화를 추진했다. 재임 중에는 'AI 원팀'을 주도하며 현대중공업, LG전자, LG유플러스, 카이스트 등과 협력해 AI 연구개발 생태계를 구축했다. 초거대 AI 상용화, AI 인프라 혁신, 미래 인재 양성 등을 3대 전략으로 제시하며 관련 사업 확장에 속도를 냈다.
이러한 이력 덕분에 KT그룹 안팎에선 구 전 대표 연임을 기정사실화 하는 목소리가 주를 이뤘다. 그러나 임기 만료를 앞두고 구 전 대표는 돌연 연임 포기 의사를 밝혀 주변의 궁금증을 자아냈다. 당시 정치적 압박, 개인의 건강 문제 등 여러 가지 추측이 난무했는데 최근 그 진실이 드러났다. 윤석열정권의 노골적인 압박이 연임 포기의 결정적 이유인 것으로 밝혀졌다.
정치권 등에 따르면 구 전 대표는 최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해 2023년 대표이사 연임이 무산된 배경과 관련해 "전 정권의 외압이 있었다"고 증언했다. 그는 "정관에 따라 연임에 도전했지만 대통령실에서 강한 반발이 있었다"며 "이관섭 당시 정책기획수석이 아는 사람을 통해 '사퇴했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상세히 설명했다.
이후 구 전 대표에 이어 KT 차기 대표 후보로 선정됐지만 곧장 자진 사퇴를 결정한 윤경림 전 사장도 당시 결정의 이유로 '정치적 외압 때문'이라고 밝혀 구 전 대표에 대한 외압설은 더욱 무게감이 실렸다. 윤 전 사장은 "최종 대표 후보로 선정되자마자 듣도 보도 못한 시민단체가 고발했고 다음 날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가 수사에 착수했다"며 "주변 지인들을 통해 '용산의 분위기가 좋지 않으니 그만두는 게 낫겠다'는 권유를 받았고 결국 자진 사퇴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근 무단 소액결제 및 해킹으로 인한 개인정보 유출 이슈로 발생한 KT의 리더십 공백을 메울 적임자로 구 전 대표를 언급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9월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김영섭 대표가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KT는 오는 11월 중 차기 대표 공모 절차에 착수할 예정이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구 전 대표는 실적뿐 아니라 AI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며 위기 상황에서의 리더십을 입증한 인물이다"며 "경영 안정화와 기술 경쟁력 강화를 동시에 추진할 수 있는 적임자라는 평가가 많다"고 전했다.
KT 내부에서도 유능한 새 리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KT 새노조 관계자는 "김영섭 사장이 조속히 사퇴하고 이사회가 신속히 사장 후보 선임 절차에 돌입하는 것이 KT를 정상화하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다"며 "실력이 증명된 새로운 리더의 등장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 국회의원실 관계자도 "구현모 전 대표가 과거 내란정권의 탄압으로 불미스럽게 물러난 만큼 재등판 명분은 충분하다"며 "개인의 명예회복과 KT의 정상화를 위해서라도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KT가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사태를 수습하는 것만이 아니라 미래 산업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전략적 CEO를 임명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며 "AI와 디지털 전환 등 신성장 분야에 대한 명확한 비전과 실행력을 갖춘 리더를 선출하는 것이 향후 KT의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한편, 구 전 대표의 구원투수 등판설과 관련해 KT 관계자는 "현재 차기 대표 후보군을 검토 중이며 구 전 대표의 복귀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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