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정오 백악관 이스트윙 건물이 완전히 철거됐다. 이스트윙이 철거된 부지에는 9만 평방피트(약 8360㎡) 규모의 연회장이 건설될 예정이다.
이스트윙은 1902년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 시절 본관 부속건물로 증축돼, 1942년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지하 벙커를 덮기 위해 2층 구조로 확장했다. 1970년대 이후부터 영부인 집무실, 영화관 등으로 사용됐고 일반인들이 백악관 투어 시 처음 마주하는 출입구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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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왜 트럼프 행정부가 처음부터 철거 사실을 명확히 하지 않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통령이 건축가들과 시공사들로부터 자문을 들은 뒤 계획이 바꿨다”며 “이스트윙이 향후 수십 년간 현대적이고 아름다운 건물로 남기 위해, 그리고 강하고 안정적인 구조가 되기 위해 지금의 단계(철거)가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백악관은 지난 7월 트럼프 대통령의 연회장 건설 프로젝트를 공개할 때 이스트윙이 “현대화 될 것”이라고만 했지 철거될 것이라고는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2일 기존 이스트윙 철거 계획을 인정하면서 “이스트윙은 아주 작은 건물이고 별로 대단히 여겨진 적도 없다”며 이스트윙의 중요성을 깎아 내렸다. 그는 또 “연회장을 제대로 짓기 위해선 이스트윙이 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적절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건물을 허물었다는 비판은 계속되고 있다.
1984년부터 2002년까지 국립공원청과 백악관 사이 연락관으로 일했던 제임스 맥대니얼은 “이스트윙은 ‘국민의 집’의 부드럽고 비정치적인 면을 상징하는 공간이었다”며 “건물 외벽이 포크레인에 의해 부서지는 사진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7월 트럼프 대통령이 ‘기존 건물에는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 했던 점을 떠올리면 더욱 그랬다”고 말했다.
민주당 소속 셀리 핑그리 하원의원은 “백악관은 ‘국민의 집’이지 트럼프 대통령의 집이 아니다”라며, 의회를 장악한 공화당 지도부가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이날 백악관에 서한을 보내 “연회장을 건설할 어떤 계획이라도 법적으로 요구되는 심사를 거쳐야 한다”고 경고했다. 다만, 전문가들에 따르면 백악관 부지 내 철거 공사는 법적 심사 절차의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가 법을 위반한 것은 아닐 수 있다고 WP는 전했다.
여론조사 결과도 부정적이다. 유고브(YouGov)가 지난 21일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53%가 이스트윙 철거에 반대했다. 찬성은 23%에 그쳤으며 나머지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 자신의 상징물을 남기기 위해 이스트윙 자리에 최대 999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 연회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회장 건설 비용과 관련해 “민간 자금 3억5000만 달러가 모였으며, 나도 수백만 달러를 냈다”며 “필요하다면 부족분을 직접 메우겠다”고 말했다.
백악관은 프로젝트 기부자 명단도 공개했다. 명단에는 애플, 아마존, 구글, 팔란티어 등 기업과 스티븐 슈워츠먼 블랙스톤 최고경영자(CEO), 가상자산 거래소 제미니 창업자 타일러·캐머런 윙클보스 형제 등 개인 기부자들이 포함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튜브와의 소송에서 받은 합의금 2200만달러도 연회장 건설에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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