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일(현지시간) CNN방송, BBC방송 등에 따르면 미 연방수사국(FBI), 국토안보수사국(HSI), 뉴욕경찰청(NYPD) 등은 이날 NBA 전·현직 농구선수들과 감독 등 34명을 ‘마피아 연루 불법도박 및 승부조작’ 혐의로 전격 체포했다는 내용의 합동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수사당국은 “11개주(州)를 가로지르는 2건의 거대 불법 사기도박·승부 베팅조작 사건의 주범 34명을 적발해 기소했다”며 “범죄 배후에는 뉴욕을 거점으로 미 동부 지역에서 활동해 온 이탈리아계 마피아 5개 조직 중 3개 조직도 연루돼 있다”고 설명했다.
체포 대상엔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의 챈시 빌럽스 감독, 마이애미 히트의 테리 로지어 선수, 여러 팀에서 뛰었던 데이먼 존스 전직 선수 등이 포함됐다. 빌럽스 감독은 올해 49세로 17년간 NBA 현역 선수로 활동하며 5차례 올스타에 선정됐다. 지난해에는 NBA ‘명예의 전당’에도 헌액됐다.
NBA 스타 감독에 이어 현역 스타 선수까지 경기 결과와 연계된 도박에 가담한 사실이 확인돼 미 스포츠계와 전 세계 NBA 팬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이번 수사는 ‘낫씽 벗 네트’(Nothing But Net)와 ‘젠 다이어그램’(Zen Diagram)이라는 두 사건으로 나뉘며, 각각 ‘선수들의 부상·승부 조작’과 ‘마피아 연계 불법 포커판 운영’을 핵심 내용으로 한다. 낫씽 벗 네트는 공이 골대를 전혀 건드리지 않고 그물만 통과하는 완벽한 슛을 뜻한다. 젠 다이어그램은 문자 그대로 복잡한 연결망을 의미한다.
첫 번째 낫씽 벗 네트 사건에서는 로지어 선수가 2023년 3월 샬럿 호네츠 소속으로 출전했던 뉴올리언스전에서 “일부러 경기 초반 퇴장하겠다”는 정보를 지인에게 흘린 뒤 실제로 9분 만에 교체된 혐의를 받고 있다. 의도적으로 일찍 퇴장하는 방식으로 승부를 조작했다는 것이다. 이 정보를 미리 알고 있던 공범들은 20만달러를 베팅해 거액을 챙겼다.
수사당국은 2022~2024년 사이 로지어 선수를 비롯한 일부 선수들이 같은 방식으로 7경기를 조작했다고 부연했다. FBI는 “스포츠판 내부자 거래이자 현대판 조직범죄 결탁의 전형”이라고 지적했다.
두 번째 젠 다이어그램은 마피아와 연계된 훨씬 조직적인 불법 포커판 조작 사건이었다. 빌럽스 감독은 ‘얼굴 마담’(face card) 역할을 맡아 부유층을 ‘NBA 포커’라는 고액 내기판으로 끌어들였다. 이 게임은 조작된 셔플기계, 특수 렌즈, 카드 인식용 X선 테이블까지 동원된 ‘함정 게임’으로 참가자들은 수백만달러를 잃었다.
수익금은 보나노·감비노·루케세·제노베세 등 뉴욕의 이탈리아계 4대 마피아 조직을 통해 세탁됐다. 피해자 중 1명은 180만달러를 잃고도 협박과 폭행을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셉 노첼라 뉴욕 연방검사는 “기술과 범죄를 결합해 새로운 형태의 도박 사기 체계를 구축했다”며 “거부하거나 돈을 내지 않으면 폭력도 사용했다. 이는 전통적인 마피아의 방식”이라고 말했다.
기소된 34명 중 빌럽스 감독과 전직 선수인 존스는 2개 사건 모두에 중복 연루됐다. 한 수사당국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미국에서 온라인 스포츠 베팅이 합법화한 이후 최대 규모 스포츠 부정 사건”이라며 “이제 당신들의 연승이 끝났다고 말해야 할 차례”라며 일갈했다.
NBA 사무국은 즉각 논평을 내고 “연방기소 내용을 엄중히 검토 중이며, 최대한 진지하게 사안에 임하겠다”며 빌럽스·로지어 모두 팀전력에서 무기한 제외될 것이라고 밝혔다. 포틀랜드 구단도 “수사에 전적으로 협조 중이며, 티아고 스플리터 코치가 당분간 감독대행을 맡을 것”이라고 했다.
외신들은 “한때 뉴욕 암흑가를 지배했던 이탈리아계 마피아 조직들은 1990년대 대대적인 축출·제재로 활동이 크게 위축됐으나, 이번 사건으로 거대 범죄판에 연루된 정황이 드러났다”며 “수사당국은 스포츠계 전반에서 유착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