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각) 러시아에 부과한 경제 제재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래 서방국가들이 취해온 제재 조치들에 비해 매우 강력하지만 그 효과는 인도와 중국의 러시아 석유 수입을 차단할 수 있는 지에 달려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23일 보도했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루코일과 로스네프트 등 러시아 석유기업을 제재한 조치는 기존의 어떤 제재 노력보다 훨씬 더 강력한 조치다. 엄격히 시행된다면 에너지 수익을 고갈시킴으로써 러시아 경제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힐 잠재력을 가진다.
미국과 유럽국들은 러시아의 석유와 천연가스에 대한 제재에 신중했다.
2022년과 2023년에 인플레이션이 세계 경제를 강타했을 때, 미국은 루코일과 로스네프트를 블랙리스트에 올려 러시아산 석유를 시장에서 제거하는 것이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더 많은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 내 휘발유 가격 상승이 배경이었다.
결국 바이든 정부는 러시아산 석유가 배럴당 60달러 상한선을 초과한 가격으로 판매되지 못하도록 해 러시아 정부의 수입을 축소하려 시도했다.
그러나 러시아가 ‘그림자 선단’을 동원해 미국과 서방의 제재를 회피하면서 제재 효과는 미미했다.
이제 상황이 바뀌면서 트럼프 정부가 보다 강력한 제재 조치를 취할 수 있게 됐다.
바이든 정부 제재 전략 책임자였던 벤 해리스 전 재무부 경제정책 담당 차관보는 인플레이션이 완화된 현재의 거시경제 상황이 바이든 정부 때와 매우 다르기 때문에 러시아 에너지 부문을 직접 겨냥할 수 있게 됐다고 지적했다.
올 들어 유가는 18% 하락해 이번 제재 발표 직전 배럴당 약 59달러 수준이었다. 제재 발표 뒤 급등했다.
이번 제재에서 미 정부는 동맹국들과 공조한 것으로 보인다. 영국이 지난주 루코일과 로스네프트를 제재했고 유럽연합(EU)이 발표한 새 제재 패키지도 러시아 에너지 부문을 겨냥하고 있다.
러시아는 석유 판매로 하루 약 6억 달러(약 8612억 원)를 벌어 들인다.
전문가들은 루코일과 로스네프트가 러시아 원유 생산의 약 절반을 차지하며, 두 회사를 블랙리스트에 올리면 판매량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추정한다.
러시아 중앙은행이 루블화 방어를 위해 개입해야 할 수도 있으며, 이미 고갈된 러시아 정부의 예산이 더욱 압박받을 가능성이 크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이달 초 발표한 전망에 따르면, 러시아의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4.3%에서 올해 0.6%로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 정부가 “2차 제재”를 함께 위협했기 때문에, 루코일과 로스네프트와의 거래를 금융 지원하는 전 세계 은행들도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
이에 러시아는 미국의 제재를 피하기 위해 암호 화폐 사용으로 전환했으며,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BRICS) 국가들이 달러 의존도를 줄일 수 있는 공동 통화 구상을 추진하도록 독려해왔다.
에드워드 피시먼 컬럼비아대 선임연구원은 달러가 전 세계 외환 거래의 약 90%에 사용되기 때문에 제재가 관세보다 강력하다고 평가했다.
피시먼은 제재가 성공하려면 미 정부가 루코일과 로스네프트로부터 구매를 지속하도록 허용하는 중국 은행들과 인도 정유사들을 얼마나 엄격히 처벌할 의지가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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