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N뉴스] 유다연 인턴기자┃2008 베이징올림픽에 모두가 잊을 수 없는 순간이 있다. 한일전이 열린 결선 라운드 8회 2-2 동점 상황에서 이승엽이 일본 투수 이와세 히토키를 상대로 2점 홈런을 쳤다. 이전까지 23타수 3안타 타율 0.130으로 극도로 부진했던 이승엽이 깨어나던 순간이었다.
여기에는 모두가 안 된다고 말했던 이승엽을 고집스럽게 4번 1루수로 기용하던 김경문 대표팀 감독의 '믿음의 야구'가 작용했다. 이후에도 김경문 감독의 커리어 내내 '믿음의 야구'라는 말이 따라다녔다.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에서 맞붙는 삼성 라이온즈와 한화 이글스도 감독의 '믿음의 야구'하에 기용된 선수들이 있다. 그런데 이 선수들이 다른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끈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지난 21일 플레이오프 3차 경기 전 언론과 인터뷰 자리에서 구자욱을 키 플레이어로 꼽으며 "우리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고 강조했다. 이전까지 구자욱은 포스트시즌 내내 최악이었다. 8경기 28타수 4안타인데도 중심타선에 주로 있었다.
그런데도 박 감독은 구자욱을 믿었다. 구자욱은 거기에 답했다. 3차전부터 5타수 4안타 1타점, 2득점 2볼넷으로 이틀간 8할 타율을 기록했다.
'믿음의 야구' 원조라 할 수 있는 김경문 한화 감독에게도 그런 선수가 있다. 김 감독이 믿는 선수는 마무리 투수 김서현이다. 김서현은 정규시즌 끝날 무렵부터 부진했다. 지난 1일 SSG와 경기에서 9회 말 4점차 라는 넉넉한 상황에 올라왔다. 그러나 2사를 잘 잡고도 현원회, 이율예 등에게 투런포 2개를 맞으며 결국 팀을 2위로 내렸다.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이어질 뻔했다. 18일 9-6으로 이기고 있는 9회 초 한화 마무리 김서현이 등판했다. 첫 타자인 이재현에게 홈런을 내준 후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9-8로 아슬아슬한 경기가 되면서 한화 더그아웃은 마운드를 바꿔 간신히 승리했다.
4차전에서 4-1로 이기고 있던 6회 말 무사 1, 2루 상황에서 김서현이 등판했다. 1루 주자를 아웃시키는 데 성공했지만, 곧바로 나온 김영웅에게 스리런을 내주며 동점 상황이 됐다. 김헌곤에게 삼진을 내주며 무사히 이닝을 넘기는 듯했지만 결국 이재현, 강민호에게 볼넷을 내주며 강판당했다.
그런데도 김경문 감독의 김서현을 향한 신뢰는 무한하다. 김 감독은 "5차전에 상황이 되면 김서현이 마무리로 올라올 것"이라고 천명했다.
이는 같은 팀 엄상백에게 보여주는 태도와는 완전 딴판이다. 엄상백은 2차전 한화가 5-1로 뒤진 9회에 나왔다가 이재현에게 볼넷을 내준 후 강민호에게 2점 홈런을 맞았다. 이후 김경문 감독은 엄상백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좋은 얘기만 하자"라고 불편해하는 모습을 그대로 드러냈다.
물론 거액의 FA로 이적한 선수인 만큼 김경문 감독의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정규 시즌 중 김인환, 이원석 등에 통했던 '믿음의 야구'가 포스트시즌에서는 김서현에게 몰입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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