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새들과 가만히’. 제목에서부터 궁금증이 인다. 어제의 새와 그 이전의 새, 오늘의 새는 어떻게 다를까. 가만히 들여다 보는 것은 새일까, 혹은 어제, 오늘의 나, 우리이지 않을까.
새들은 어디서나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림 속 새들은 모두 ‘어제의 새’다. 작가가 일상에서 직접 만난 새, 오래된 도감 속 이미지, 과거 신문 기사 속에 기록된 황새의 모습이 작은 전시장의 벽에 내걸렸다. 스쳐 지나간 풍경을 기억하듯 작가는 날아가는 새, 물가에 앉은 새, 누군가의 기억 속에 남은 새의 순간들을 선과 면으로 모아 옅은 물감을 층을 내 덧바르며 한지에 스며들듯 새겼다.
수원 예술공간 다움( 팔달구 정조로 832번길)에서 지난 11일부터 전시를 선보인 김지민 작가의 개인전 ‘어제의 새들과 가만히’는 풍경 속 ‘새’를 중심 모티프로 삼아 기억과 시간, 사라짐과 복원의 지층을 회화적으로 탐구한다.
전시는 작가와 똑닮았다. 색연필과 순지(한지)를 기반으로 도심의 간판, 벽 타일, 가로등 불빛처럼 스쳐가는 장면들을 오랫동안 기록해온 그는 색면들이 겹겹이 쌓인 화면 위에서 현실의 이미지와 기억의 잔상을 공존시켰다.
전시에선 멸종과 복원을 거쳐 다시 하늘을 날게 된 황새의 상징성이 작품 전반을 관통한다.
충남 공주시의 레지던시에 머물던 작가는 지난해 여름에 황새가 물가에 있는 장면을 봤다. 겨울에만 볼 수 있는 철새인 황새가 초록을 배경으로 도도히 앉아있는 모습을 보니 의아했다.
“알아보니 예산시에서 복원사업을 진행해 성공적으로 방사한 황새더라고요. 완전히 사라졌다가 복원 되는것, 또 그와 달리 지속적으로 보존되는 것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궁금해졌어요. 한새도 처음엔 ‘흔한 새’라는 의미의 ‘한새’에서 ‘황새’가 된 거잖아요. 멸종 의 또 다른 반대편은, 일상에서 늘 볼 수 있는 새들이 아닐까 싶어 옛날 도감 이미지와 제가 보는 새를 섞어서 표현했어요.”
1970~80년대에 생태 도감 속 새들과 국내에 존재한 마지막 황새 부부를 기록한 신문기사를 수집하고 실크스크린 기법을 활용해 이때 생긴 먼지나 머리카락 등 노이즈를 그때 형식으로 그대로 살려냈다. 생명의 흔적을 현재의 시간 위에 겹쳐 놓는 회화적 층위가 쌓아올려졌다.
김 작가는 “새를 본다는 것은 시간을 잇는 일”이라고 말한다. “어제의 생명을 기억하는 일, 오늘의 순간을 붙드는 일, 그리고 미래를 상상하는 일”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새를 보고, 또 찾는 게, 곱씹고 오랫동안 생각하고 시간을 쓰는 게 의미가 있을까?, 그냥 지나가는 장면을 남기는 건데 그게 과연 의미가 있을까’, 그런 생각이 자꾸 들고 의미가 있었으면 좋겠다란 쪽으로 마음이 옮겨가는 전시를 담고 싶었어요.” 이 전시는 그 순환의 시간을 조용히 응시한다. 작가의 말처럼. 전시는 24일 저녁 7시까지.
Copyright ⓒ 경기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