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바꾼 미국의 일상…“일자리 지각변동·전기료 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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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바꾼 미국의 일상…“일자리 지각변동·전기료 폭탄”

이데일리 2025-10-24 09:53:3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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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인공지능(AI)이 미국의 산업 구조와 노동시장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화이트칼라 직종을 AI가 빠르게 대체하며 대학 졸업자들은 취업난에 시달리는 반면, 기술직과 블루칼라 일자리엔 구직자가 몰려 일자리 불평등이 심화하고 있다. AI가 경제 성장을 견인하고 있지만, 동시에 데이터센터 급증으로 에너지 비용이 크게 늘어 새로운 위기를 낳고 있다는 진단이다.

(사진=AFP)




◇AI가 바꾼 미국의 일자리 지형도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은 24일 미국의 취업 전선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전국학생정보센터연구소에 따르면 올 봄 직업훈련학교 입학자는 전년 동기대비 12% 증가했다. 이는 대졸자의 4% 증가폭을 크게 웃돈 수치로, 배관·용접·전기 같은 현장 기술을 배우는 과정이 젊은 세대에게 새로운 ‘안정 일자리’로 부상한 영향이다.

시장조사업체 콘조인트리가 올해 Z세대 부모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대학 학위가 있으면 장기적인 고용안정이 보장된다”고 응답한 비율이 16%에 그쳤다. 반면 “자동화가 어려운 일을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는 답변은 77%에 달했다.

이처럼 일자리에 대한 시각이 변화한 배경엔 기업들의 AI 도입 확대가 자리한다. 대졸자가 주로 취업하는 사무직 회사원, 관리자, 회계사, 변호사, 교사, 연구원 등 화이트칼라 일자리가 AI로 빠르게 대체되고 있다. 미국의 실업률은 전체적으로 보면 4%대 초반의 완전고용 수준이지만, 20~24세 대졸자 실업률은 지난해 12월 7.5%에서 올해 8월 9.2%로 급등했다.

인력 감축은 IT 분야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뉴욕연방준비은행이 지난 8월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22~27세 컴퓨터공학과 및 컴퓨터과학과 졸업생의 실업률은 각각 4.3%, 6.1%로, 철학(3.2%)이나 미술사(3%) 등 인문학 전공자보다 높았다.

미 벤처캐피털 시그널파이어의 ‘2025 기술 인재 보고서’에서도 빅테크 신규 채용의 7%만이 신입에게 돌아가는 것으로 집계됐다. 15%를 웃돌았던 코로나19 팬데믹 이전과 비교해 절반 이하로 줄어든 것이다. 스탠퍼드대 연구진은 AI 붐 이후 소프트웨어(SW) 개발 분야에서 22~25세의 고용이 2022년 말 정점과 비교해 올해 7월 20% 줄었다고 분석했다.

포드자동차의 짐 팔리 최고경영책임자(CEO)는 지난 6월 “AI 때문에 화이트컬러 고용이 반감할 것”이라며 숙련된 기술인력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 직업훈련학교로 학생이 몰리는 현상을 환영했다.

아마존의 앤디 재시 CEO도 같은 달 자사 직원들에게 “생성형 AI 도입이 진행됨에 따라 효율성이 향상돼 앞으로 수년간 직원 수가 줄어들 것”이라며 “(우리는) AI 도입에 따른 고용 상실의 초기 단계를 목격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데이터센터 투자붐과 에너지 위기

고용 상실에도 미 경제는 수치상으로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데이터센터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주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맥킨지는 올해 4월 전 세계 데이터센터 투자가 2030년까지 5조 20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가 지난 8월 7조달러로 상향했다. 미국은 전체 투자의 40%를 차지했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은 부작용도 낳고 있다. 맥킨지는 “건설업과 발전업에 투자가 치우치면서 제조업이나 도시 인프라 등 다른 산업이 인력 확보 경쟁에서 밀려나는 ‘클라우딩 아웃’이 일어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AI 데이터센터와 첨단 설비에 자본과 인력이 집중되면서 노동 수요 불균형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미제조업협회에 따르면 미 제조업 부문은 2033년까지 약 380만명의 새 일자리가 필요하지만, 그중 절반인 190만명이 채워지지 않을 것으로 추산됐다. 협회는 “미 경제 성장과 국가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며 블루칼라 인력 부족이 미 경제의 구조적 위험으로 번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데이터센터 건설 붐이 일며 전력 수요가 폭증했다는 점도 문제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은 올해 미국 전체 전력 소비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는 전력난 및 이에 따른 전기요금 폭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데이터센터가 밀집한 버지니아주 볼티모어 지역의 가정용 전력요금은 최근 5년새 두 배 가까이 급등했다.

천연자원보호협회는 북동부 일부 주에서 2028년까지 월 70달러 수준의 추가 전기요금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데이터센터는 약 2년 만에 건설할 수 있지만 발전소 신설은 5~10년이 소요되는 만큼, 폐쇄 예정이던 석탄화력발전소가 가동을 연장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사진=AFP)




◇AI 개발 속도전 택한 미국, 안전은 뒷전

AI 혁신에 따른 변화가 너무 가파르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정치적 결단이 맞물려 제동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닛케이는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올해 ‘AI 행동계획’을 발표하며 조 바이든 전 행정부의 안전 중심 정책에서 속도 중심 전략으로 전환했다.

중국의 AI 굴기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연구개발(R&D)·반도체 인프라 투자 완화를 통해 기술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미국은 글로벌 AI 개발을 선도해 왔으나, 최근 중국이 빠르게 따라잡고 있다. 스탠포드대 연구진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의 AI 선두 모델 격차는 지난 2월 기준 1.7%로 좁혀졌다.

문제는 과도한 경쟁으로 안전이 뒷전으로 밀려났다는 점이다. AI 연구 선구자인 조슈아 벤지오 몬트리올대 교수는 “치열해진 국가 간 AI 경쟁이 안전성 희생을 야기할 수 있다”며 “통제 불능의 위험, 사이버 공격 등 공공 안전 및 국가안보 위험을 초래해 승자 없는 결말을 맞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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