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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성기노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시간으로 오는 29일 방한해 이재명 대통령과 회담을 갖습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23일(현지시간) 백악관 브리핑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일정을 발표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월 워싱턴에서 열린 첫 정상회담 이후 이번에 두 번째로 이재명 대통령을 만나게 됩니다. 레빗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수요일(29일) 아침 부산으로 이동, 대한민국 대통령과 양자 회담을 가진 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오찬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같은 날 저녁 정상들의 실무만찬(working dinner)에 참석한다”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한미 정상회담 및 APEC 일정을 소화하고 다음날 중국 시진핑 주석과 회담한 뒤 당일 밤 워싱턴DC로 출발할 예정입니다.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은 한국 정치와 경제에 중대한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국과 치열한 관세협상 ‘전투’를 벌이고 있는 우리에게 이번 트럼프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의 만남이 그 승패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최근 방미 며칠 만에 다시 미국 워싱턴DC를 전격 방문해 마지막 관세협상을 벌이고 24일 인천공항으로 입국했습니다. 미국측과 단 2시간의 회담을 위해 미국까지 다시 다녀왔을 만큼 한미 양국의 관세협상은 막판 줄다리기가 팽팽한 상황입니다.
김 실장의 협상 타결 예상도 낙관적이지만은 않습니다. 그는 귀국 후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일부 진전은 있었지만 핵심 쟁점에 대해서는 양국의 입장이 팽팽하게 대립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라며 여전히 신중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특히 김 실장은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타결이 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APEC 개막 이전에) 추가로 대면 협상을 할 시간은 없다. APEC은 코앞이고 날은 저물고 있어서 APEC 계기 타결을 기대한다면 갈 길이 멀다”며 쉽지 않다는 뜻을 내비쳤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이 당초 하루 일정의 실무방문일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으나, 1박 2일로 그나마 여유 있는 일정이 확정된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호의적인 반응을 내비친 결과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미국을 연속 두 차례 방문한 김용범 정책실장이 여전히 협상 타결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치면서 미국에 경계심을 표출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이 두 번째 만남을 통해 회심의 ‘관세 일전’을 벌이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에 대한 과정과 결과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도 최근 ‘자주국방’의 중요성을 언급하면서 미국측의 ‘안보 압력’에 밀리지 않겠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내비친 바 있고,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깜짝 판문점 재회 가능성도 높게 보지 않는 등 최근의 대외 안보 외교 상황을 낙관적으로 인식하지 않는 상황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과의 이번 최종 담판에서도 이 대통령이 호락호락 밀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외교가 일각에서는 한미 관세협상이 APEC 이후에도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진보진영의 여론 ‘향도’로 불리는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최근 발언도 여권 기류를 읽는 상징적인 징표로 받아들여집니다. 유 전 이사장은 지난 19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유시민낚시아카데미’에서 “(미국 측이) ‘지금 사인 안 하면 미군 뺀다’고 협박하는 것 같다”고 주장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유 전 이사장이 상당히 직접적으로 그를 비난한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의도적 발언이자 이재명 대통령에게 관세협상 담판 전 ‘주의’를 공개적으로 환기시키는 일종의 ‘격문’으로도 받아들여집니다.
유 전 이사장은 “(이재명) 대통령이 ‘외국 군대 없이 자주 국방하는 것은 낡은 생각이다,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얘기한 게 (미국에 대한) 응답인 것 같다”면서 “(주한 미군을) 빼도 김정은이 졸아 있어서 우리는 별로 상관이 없다”고도 말했습니다.
유 전 이사장은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해 “깡패”라고 규정한 뒤 “한국이 사인을 안 하니까”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을 단속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미국에 550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한 일본에 대해선 “너무 웃긴다”고도 밝혔습니다. 그는 “일본은 태평양전쟁 때를 빼면 대국과 이렇게 뭘 해본 경험이 별로 없다”며 “우리는 한나라 때부터 2000년 동안 중국 X들한테 시달리면서 노하우를 익혔다. 그래서 우리는 막 꿇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유 전 이사장의 일본과 한국의 역사 간접 비교는 이재명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담판을 벌일 때 순순히 무릎을 꿇지 말고 끝까지 ‘항전’하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유 전 이사장이 강경 대응을 주문하는 것은 최근 미국 조지아주의 한국인 구금 사태 등으로 퍼지고 있는 국민들의 ‘반미 기류’와도 밀접하게 관련이 돼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자주적으로’ 주권국가 대통령의 협상 면모를 보이라는 것이 최근의 ‘대미 민심’이라는 것입니다. 이런 진보진영의 대미 강경 기류와 미국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등에 업고 이재명 대통령도 쉽게 관세의 주요 관문을 열어주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말도 많고 탈도 많던 트럼프 대통령의 방미와 한미정상회담이 확정됐습니다. 일각에서는 “우리도 국력이 커졌으니 트럼프 대통령과의 협상에서 당당하게 임하라”는 주문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또 다른 쪽에서는 “아직도 미국이 최강대국이다. 실리를 위해 삼전도의 굴욕도 감수해야 우리 국익을 더 많이 지킬 수 있다”는 신중론도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과연 이번 트럼프 대통령과의 ‘APEC 담판’에서 어떤 묘수를 꺼내들지 정말 기대와 궁금증이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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