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러시아의 전쟁 자금줄을 차단하기 위해 대형 석유 기업 두 곳에 대한 제재를 발표하자, 인도와 중국의 주요 정유사들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줄이거나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23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복수의 무역 관계자와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인도 최대 정유시설과 중국 국영 정유사들이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일시적으로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인도 최대 민간기업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는 "정부 지침에 따라 원유 수입을 재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이 러시아 최대 석유생산 기업인 로스네프트와 루코일에 제재를 가하자 국제유가가 5% 이상 급등한 직후 나온 발표다. 사안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미국 제재가 발표된 이후 릴라이언스가 위험을 감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국영 정유사 및 인도 정유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대형 국영 정유사들은 모두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중단한 반면, 일부 소규모 민영 중국 정유사들만 계속 수입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 중국 국영 석유회사 트레이더는 "중국 정부가 일부 국영 정유사들에 러시아 해상 원유 구매를 일시 중단하라고 요청했다"면서도, "이 조치는 일시적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 제재 강화는 최근 악화된 미·러 관계가 배경이다. 부다페스트에서 예정됐던 양국 간 정상회담이 취소되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간 신뢰가 급격히 냉각됐다. 푸틴은 "이는 러시아에 대한 압박 시도이며, 자존심 있는 국가는 압박에 굴하지 않는다"고 비난하면서도 "새로운 서방 제재가 러시아 경제에 중대한 타격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관계자는 "필요할 경우 11월 말 회의에서 산유량 증산을 검토할 준비가 돼 있다"며 "다만 아직 공식 논의는 없다"고 말했다.
현재 인도는 하루 약 150만 배럴, 중국은 약 200만 배럴의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하고 있다. 두 나라는 러시아 원유 수출의 약 80%를 차지하며, 석유·가스 부문은 러시아 연방 재정의 약 4분의 1을 담당한다.
지난해 12월, 인도 릴라이언스는 로스네프트로부터 하루 50만 배럴의 원유를 10년간 공급받는 장기계약을 체결해 러시아산 원유의 최대 수혜자가 됐다. 인도 정부는 최근 국영 정유사들을 포함한 주요 기업들에 러시아산 원유 의존도를 점진적으로 줄이라는 비공식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조사업체 케이플러의 뉴델리 애널리스트 수밋 리톨리아는 "인디언오일(Indian Oil)처럼 제3국 트레이더를 통해 러시아산 원유를 들여오는 국영 정유사들은 직접적인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며 "그러나 로스네프트와 직접 장기 계약을 맺은 릴라이언스의 경우 단기적으로 규제 준수 문제로 마찰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제재로 러시아산 원유를 구매하는 기업들은 달러 기반 결제망을 포함한 국제 금융 시스템에서 배제될 위험에 놓이게 됐다. 미 재무부는 루코일·로스네프트와 거래하는 외국 금융기관 역시 2차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미 재무부가 정유사들에 다음 달 21일까지 러시아와의 거래를 종료하라고 통보한 만큼, 해당 시점부터 러시아산 원유 수입이 급감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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