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영국 공영방송 BBC가 “해리 케인의 발롱도르 수상 가능성이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독일 분데스리가를 정복한 뒤에도 여전히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는 케인은, 이제 개인 최고 영예인 발롱도르까지 시야에 둘 수 있다는 기대를 받고 있다.
■ “우승의 갈증을 씻은 케인, 이제는 발롱도르가 보인다”
지난 시즌 해리 케인은 바이에른 뮌헨의 분데스리가 우승으로 프로 데뷔 15년 만에 첫 메이저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BBC는 “그동안 무관의 상징이었던 케인이 드디어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 이제 그는 클럽과 국가대표팀, 그리고 개인의 정상까지 노리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지난 9월 열린 2025 발롱도르 시상식에서 케인은 13위에 머물렀다. 개인 최고 순위는 10위(2021년)였다.
하지만 BBC는 “파리 생제르맹의 우스망 뎀벨레가 올해의 선수로 선정된 이후 한 달 동안, 케인의 경기력은 이전과는 차원이 달라졌다”고 평가했다.
32세의 케인은 이번 시즌 모든 대회를 통틀어 12경기에서 20골을 터뜨리며 절정의 골 감각을 과시하고 있다. 최근 챔피언스리그 클럽 브뤼헤전에서도 멀티골을 기록하며 4-0 완승을 이끌었다.
케인은 인터뷰에서 “물론 발롱도르를 받고 싶다. 개인과 팀 모두에게 완벽한 시즌이 될 것”이라며 목표를 숨기지 않았다.
■ “숫자가 증명한다”… 역대급 속도로 100골 돌파
BBC는 “케인의 수치는 그 자체로 발롱도르 후보 자격을 입증한다”고 분석했다.
케인은 올해 9월, 유럽 5대 리그 클럽 선수 중 21세기 들어 가장 빠르게 100골 고지(104경기)를 돌파했다. 현재는 108경기에서 105골로 기록을 늘렸다. 이는 리오넬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도 달성하지 못한 속도다.
메시는 한 시즌 20골 도달까지 17경기, 호날두는 13경기가 걸렸지만 케인은 단 12경기 만에 달성했다. 케인은 현재 54분마다 한 골을 넣는 페이스로, 이번 시즌 분데스리가 7경기에서 12골을 터뜨렸다. 이 속도라면 시즌 58골 페이스다.
BBC는 “케인이 남은 27경기에서 30골을 더 넣으면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가 세운 한 시즌 41골 기록을 넘는다”고 분석했다.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케인의 기록은 눈부시다. 2023년 9월 바이에른 유니폼을 입고 유럽 무대에 데뷔한 이후 24골 6도움, 총 30개의 공격포인트를 기록하며 같은 기간 유럽 전체 최다 공격 기여자로 올라섰다.
BBC는 “그보다 60경기에서 더 많은 골을 넣은 선수는 단 한 명, 네덜란드의 루드 판 니스텔로이(48골)뿐”이라고 짚었다.
■ “케인은 최전방 스트라이커의 개념을 바꿨다”
1990년 발롱도르 수상자이자 독일 레전드 로타어 마테우스는 BBC 독점 칼럼에서 “케인은 현대 축구의 공격수 개념을 완전히 새롭게 정의했다”고 평가했다.
“케인은 골만 넣는 선수가 아니다. 패스, 드리블, 수비까지 겸비했다. 마누엘 노이어가 골키퍼의 개념을 바꿨듯, 케인은 센터포워드의 개념을 바꾼 선수다.”
마테우스는 “현재 세계에서 케인보다 나은 스트라이커는 없다. 그는 단순한 골잡이가 아니라, 동시에 플레이메이커이자 수비형 미드필더처럼 팀 전체를 움직인다”고 강조했다.
그의 팀 동료들도 이런 변화에 감탄했다. 전 동료 킹슬리 코망은 BBC 팟캐스트에서 “케인은 득점만큼 패스에서도 쾌감을 느낀다. 동료를 골문 앞에 세워주는 걸 즐긴다. 그는 이기적이지 않지만, 매 시즌 40골 이상을 넣는다. 이런 공격수는 드물다”고 말했다.
■ “케인은 한 경기에서 세 명의 역할을 한다”
주포 자말 무시알라가 여름에 다리 골절로 이탈한 뒤, 바이에른 뮌헨의 빈센트 콤파니 감독은 케인에게 보다 자유로운 공격 전권을 부여했다.
BBC 풋볼 데일리의 라파엘 호니크슈타인은 “케인은 경기장에서 세 명, 아니 네 명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 그만큼 팀에서 대체 불가한 존재”라고 평가했다.
BBC의 미나 르조키 기자도 “케인의 지능과 헌신은 단순한 골잡이의 범주를 넘어선다”고 덧붙였다.
■ “홀란·음바페도 있지만, 영향력은 케인이 앞선다”
BBC는 “케인에게 가장 큰 경쟁자는 역시 엘링 홀란과 킬리안 음바페”라고 분석했다.
홀란은 이번 시즌 맨시티와 노르웨이 대표팀에서 14경기 24골, 음바페는 레알 마드리드와 프랑스 대표팀에서 14경기 18골을 기록 중이다. 케인은 잉글랜드 대표팀 경기까지 포함해 15경기 23골로 두 선수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
하지만 마테우스는 “홀란과 음바페는 골 외에는 큰 영향력을 보여주지 못한다”며 “케인은 수비까지 가담하고, 50m 롱패스나 감각적인 칩슛으로 팀을 조율한다. 이런 다재다능함은 두 선수와 차별화되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 “결국은 트로피가 관건”… 완벽한 시즌을 향해
케인은 “발롱도르는 결국 팀의 성공이 개인의 영광으로 이어지는 상”이라며 현실적인 목표를 밝혔다.
“챔피언스리그나 월드컵 같은 팀 대회에서 우승한 팀의 선수에게 주어지는 게 발롱도르죠. 하지만 클럽과 대표팀이 성공적인 시즌을 보낸다면 나에게도 기회가 올 겁니다.”
현재 바이에른은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서 3전 전승, 잉글랜드는 월드컵 예선 6연승으로 본선 진출을 확정했다.
BBC는 “만약 케인이 이 흐름을 이어가 챔피언스리그 우승과 잉글랜드의 월드컵 트로피를 동시에 들어 올린다면, 그가 꿈꾸는 ‘완벽한 시즌(perfect season)’이 현실이 될 수도 있다”고 기대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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