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실크로드, 지구 반바퀴] 국제 중계무역 중심지 ‘둔황’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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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실크로드, 지구 반바퀴] 국제 중계무역 중심지 ‘둔황’으로

경기일보 2025-10-23 19:01:0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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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선 심산기념사업회장·前 관세청장

 

유목민처럼 매일 넓은 서쪽의 광야를 횡단하고 있다. 자유로운 영혼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자동차의 주행거리 기록을 보니 9천㎞를 지나왔다. 숙소인 주취안(酒泉)에서 출발, 만리장성과 자위관을 뒤로하고 ‘둔황(敦煌)’으로 향한다. 산 정상이 하얀 눈으로 덮인 치롄산맥이 바로 가까이 보인다.

 

오아시스 주변의 밭은 스프링클러로 물을 뿌려 옥수수, 해바라기를 심은 곳이 많다. 도시를 조금만 벗어나면 황량한 사막과 고원이 나타난다. 둔황 가는 중간의 위먼(玉門)시에 들렀다. 오아시스 도시 위먼도 고층 아파트가 즐비하고 도심의 8차선 도로 폭은 매우 넓고 가로수는 울창하게 자라 도시계획이 매우 잘돼 있다.

 

도심 중앙의 공원은 커다란 인공호수를 만들어 물을 가득 저장하고 있다. 위먼은 서역의 옥이 들어오는 문이라는 의미다. 서역에서 최고의 명품 옥이 생산되는 곳은 타클라마칸사막 남쪽 도시 ‘호탄’이다. 중국인들의 옥에 대한 사랑은 역사가 깊고 대단하다. 전설에 의하면 옥은 하늘에 사는 용(龍)의 눈물이 변해서 된 것이라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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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아시스 도시 위먼 공원 인공호수. 작가 제공

 

중국에는 옥에 대한 고사(古史)가 많다. 2천400년 전 춘추전국시대 초나라의 화씨(和氏)라는 사람이 좋은 옥이 들어있는 원석을 발견해 왕에게 바친다. 화씨는 나쁜 옥을 바쳤다는 오해로 발목이 잘리는 형벌까지 받았다. 우여곡절 끝에 원석은 가공돼 최고의 옥으로 태어난다. ‘화씨지벽(和氏之璧)’이다. 화씨벽은 세월이 흘러 조나라에 오게 된다. 당시 강대국 진나라는 조나라의 화씨벽을 갖고 싶어 5개 성과 바꾸자고 강압적인 제안을 한다. 진나라의 미움을 받지 않기 위해 약소국 조나라의 재상 인상여가 화씨벽을 가져다가 진나라 소양왕에게 바친다. 옥을 받은 소양왕은 약속한 5개 성을 내줄 생각이 없다. 이때 인상여가 왕에게 옥에 매우 작은 흠(하자·瑕疵))이 있다고 말한다. 흠 자국을 알려준다며 왕에게서 옥을 돌려받은 인상여는 옥을 강제로 빼앗으면 벽에 던져 부수겠다고 재치를 발휘해 옥을 무사히 갖고 귀국한다. 사자성어 완벽귀조(完璧歸趙)의 유래다. 현재도 자주 사용하는 완벽(完璧), 하자(瑕疵), 무가지보(無價之寶) 등의 성어가 생겼다.

 

2천200년 전 진시황이 천하를 통일하고 화씨벽으로 옥새를 만들었다. 진시황은 재상 이사로 하여금 옥새에 ‘수명어천 기수영창(受命於天 旣壽永昌·하늘에서 명을 받았으니 그 수명이 길이 창성하리라)’ 여덟 글자를 새기게 했다.

 

이 옥새는 진시황의 손자가 한나라 초대 황제 유방에게 바친다. 화씨벽으로 만든 옥새는 위진남북조시대, 수나라, 당나라, 5대10국까지 약 1천200년을 사용하다 10세기 중반 분실했다고 한다. 조선시대에도 왕이 갑자기 죽거나 어린 왕이 즉위하면 왕위 승계는 ‘옥새’의 인수인계에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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밍사산 입구. 작가 제공

 

둔황에 가까이 가면서 왼쪽에 따라오던 치롄산맥은 없어지고 밍사산(鳴砂山)의 모래 산맥이 나타난다. 우리는 오늘 하서회랑의 끝자락 400㎞를 달려와 오후 늦게 둔황에 도착했다. 먼저 내일 오전 방문할 ‘둔황 천불동(막고굴)’ 입장권을 미리 구입했다. 둔황은 실크로드 무역로에 있는 도시 중 가장 큰 국제 중계무역 도시다. 서쪽에서 온 소그드 상인, 페르시아 상인과 장안에서 온 중국 상인이 둔황에서 교역을 했다. 실크로드 3대 간선인 ‘서역북로, 서역남로, 천산북로’ 세 길이 둔황에서 만나고 둔황에서 헤어지는 교통의 요충지다. 오후 6시경 석양 무렵에 둔황 외곽 밍사산과 ‘월아천’에 도착했다. 밍사산은 바람이 불면 고운 모래가 날리면서 우는 소리가 난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금빛 고운 모래가 바람이 불 때마다 움직여 능선 모양이 수시로 바뀐다고 한다. 월아천(月牙泉·웨야취안)은 모래사막 안에 있는 작은 초승달 모양의 오아시스 호수다. 월아천은 수천년간 기후변화, 가뭄 등이 많았는데 한번도 마른 적이 없었다고 한다. 지금은 수량이 많을 때의 3분의 1 수준이다. 7월 하순 햇볕이 작열하는 모래사막에서 물이 솟아나는 자연 현상은 신비로움과 경이로움 그 자체다. 2천년 전 한나라 때부터 월아천에 여행객을 위한 숙소가 있었다. 현재는 도교 사원으로 사용하는 ‘월천각’이다. 아름다운 건물 월천각의 3층 난간에서 월아천을 내려다보며 사진 찍는 관광객이 무척 많다.

 

7월 하순 밍사산 사막의 낮 기온은 40도가 넘고 모래가 내뿜는 열기로 화상을 입기 십상이다. 관광객은 오후 5시 이후 기온이 떨어질 때 찾아온다. 석양의 모래언덕은 햇빛을 반사해 금빛으로 찬란하다. 오후에 찾아오는 관광객들은 밍사산 모래언덕 위에 올라가 해가 지는 사막의 낙조(落照)를 즐기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필자와 아내는 인파가 적은 월아천 건너편 외떨어진 지역으로 갔다. 아내는 잽싸게 양말을 벗고 월아천 호숫물에 발을 담그고 기념촬영을 하며 즐거워했다. 우리는 오후 8시 반 늦게 밍사산에서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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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황 시내를 지나가는 관개수로. 작가 제공

 

오후 9시경 둔황 시내 한국 식당을 찾아 삼겹살을 먹으러 갔다. 식당 주인은 조선족 부부인데 압록강 건너편 도시 지안(과거 고구려 수도·국내성)에서 왔다고 한다. 10년 넘게 장사하고 있는데 한국 단체 손님이 일주일에 5~6팀은 온다고 한다. 몽골에서 삼겹살 점심을 먹었는데 중국에서 처음으로 삼겹살, 소주, 김치찌개 등으로 식사를 하니 스트레스가 해소된다. 식당 주인에게 물값이 비싼지 물어봤다. 주인은 만주에 살 때보다 저렴하고 훨씬 풍족하게 물을 사용한다고 답한다. 주변 사막에서 농사 짓는 농민들도 물값 걱정은 안 한다고 한다.

 

시내를 다니다 보면 관개수로에는 물이 철철 넘치고 물을 저장하는 커다란 인공호수가 곳곳에 있다. 사막에서 물은 생명의 근본인데 중국 정부의 막대한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로 사막 도시들이 번영을 누리고 있음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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