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 주프너(Anne Juepner) 유엔개발계획(UNDP) 서울정책센터 소장은 23일 서울시 중구 영원무역 명동빌딩에서 열린 파리협정 채택 10주년 기념세미나(주최 에너지경제연구원, 한국기후변화학회, 서울국제법연구원 기후환경법정책센터)에서 탄소중립과 온실가스 감축 관련해 “10배 정도 더 빠르게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UNDP는 지속가능한 개발(SDGs)을 달성하기 위해 전세계 국가들이 빈곤을 줄이고, 불평등을 해소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하도록 지원하는 유엔 산하 기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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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협정(Paris Agreement)은 2015년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서 채택된 국제 기후 변화 대응 협정이다.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1.5~2도 이하로 제한하기 위해 각국이 자발적으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설정하고, 5년마다 이를 갱신·강화하기로 했다.
앞서 2021년 문재인정부는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0% 감축을 목표로 삼고, 석탄발전 감축과 재생에너지 확대 등을 추진했다. 이재명정부는 기존(40%)보다 높이는 내용으로 2035 NDC를 설정해 다음 달에 유엔에 제출할 예정이다. 앞서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035년 NDC를 40% 중후반에서 최대 67%로 하는 4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관련해 국제기구에서는 보다 공격적인 온실가스 감축에 나설 것을 공개적으로 주문했다. 주프너 소장은 “파리협정 이후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1.5도 이하로 제한하기로 했지만 이 목표에 전혀 미치지 못하고 있다. 보다 야심찬 목표를 설정하고 신속하게 더 실질적 이행에 나서야 한다”며 “한국의 경험이 다른 국가의 실질적인 모델이 될 수 있다”면서 한국의 온실가스 감축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책연구기관인 에너지경제연구원의 김현제 원장도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일깨우고 더 과감한 행동과 속도감 있는 이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올해는 글로벌 풍력, 태양광 발전량이 석탄 발전량을 앞지른 전환점”이라며 “(앞으로는) 단순 선언에 머물지 않고 정책 이행과 구체적 성과 평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미국의 파리협정 탈퇴 선언으로 글로벌 기후 리더십이 약화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유엔총회 연설에서 그간 유엔이 주도해온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과 탄소 저감 정책에 대해 “전 세계에 저질러진 최대의 사기극”이라고 말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미국 대표단은 내달 10일~21일 브라질 벨렝(Belem)에서 열리는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에 불참할 예정이다.
김경혜 외교부 기후변화외교과장은 ‘미국의 파리협정 탈퇴가 미칠 파장’에 대해 질문을 받자 “지금 기후변화, 생물다양성 손실, 오염된 지구환경이란 3중 위기에 미국 트럼프 행정부 및 지정학적 불확실성까지 겹친 상황”이라며 “미국의 파리협정 탈퇴에도 COP30에서 수준 높은 기후 행동에 합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막중한 과제”라고 설명했다.
주미대사를 맡았던 안호영 전 외교부 차관(서울국제법연구원 기후환경법정책센터 고문)도 “2016년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이후 지난 10년간 국제정치는 법치주의가 땅에 떨어지는 길을 걸어 왔다”며 “트럼프의 관세 정책, 법치주의가 민망해진 시대가 된 것은 우리나라의 기후위기 대응에도 대단한 부담이 됐다”고 진단했다. 안 전 차관은 “그럼에도 이를 극복해 기후위기 대응을 하는 것이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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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기후 정책을 산업·에너지·외교를 아우르는 핵심 국가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서용 서울국제법연구원장(고려대 국제학부 교수)은 “기후정책은 환경정책이 아니라 산업, 에너지, 외교 정책의 핵심”이라며 “대한민국이 탄소협력 관련 큰 아젠다를 먼저 국제사회에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규 외교안보연구원 기후환경 명예교수(기후미래 공동대표)도 “미국을 제외한 국가들과 파리협정 6조(국가 간 협력을 통한 온실가스 감축 메커니즘)를 최대한 활용해 탄소 감축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오채운 국가녹색기술연구소 책임연구원은 “한국의 기술개발을 통해 국제사회에 기여하는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함주영 해양환경공단 기후국제처 과장도 “이달 출범한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중심을 잡고 실질적인 감축 이행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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