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매거진=정혜련 작가] 내가 그린 그림들도 시간이 지나면 나조차 잊을 때가 있다. 수많은 전시를 거치며 새로운 작품을 만들고 또 다음을 준비하다 보면, 한때 내 마음을 가득 채웠던 이미지들이 조용히 뒤편으로 물러나곤 한다. 그런데 이번 오픈갤러리 아트굿즈 프로젝트를 통해 그 잊고 있던 시간 속의 그림들이 다시 세상으로 걸어 나오는 순간을 맞이하게 되었다. 마치 오랜 친구가 불쑥 찾아와 “나 아직 여기에 있어요!”하고 미소 짓는 듯한 기분이었다.
‘몽다’는 내 마음속 행복의 전달자다. 힘든 하루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누군가의 손에 들린 작은 그림 하나가 위로가 될 수 있다면 그게 바로 예술의 힘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늘 작품 속에 ‘따뜻함’과 ‘희망’을 담고 싶었다. 하지만 전시장의 벽에 걸린 그림만으로는 모든 사람에게 닿을 수 없었다. 이번 프로젝트가 특별한 이유는 그 예술이 누군가의 일상 속으로 한 걸음 더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폰케이스라는 실용적인 물건 위에 내 그림이 얹혔을 때, 처음에는 약간의 낯섦이 있었다. 하지만 그 낯섦은 곧 설렘으로 바뀌었다. 사람들은 매일 손에 쥐는 물건을 통해 나의 작품을 ‘사용’하고 ‘함께 살아간다.’ 그림이 더 이상 감상용 오브제가 아니라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숨 쉬는 존재가 되는 것이다. ‘몽다’를 보고 잠시라도 웃음 짓고 그 하루가 조금 더 따뜻해진다면, 그것만으로도 작가로서 이보다 큰 보람은 없을 것이다.
오픈갤러리의 이번 아트굿즈 프로젝트는 단순한 상품화가 아니라 ‘작가와 대중을 연결하는 다리’라고 생각한다. 예술이 더 이상 멀고 어려운 것이 아니라, 누구나 손에 쥘 수 있고, 마음에 담을 수 있는 ‘하루의 친구’가 되는 과정이다. 작가로서의 나 역시 이 과정을 통해 성장하고 있다. 내 작품이 사람들에게 닿는 새로운 방식을 배우고, 예술의 언어가 시대와 함께 변해간다는 것을 실감한다.
무엇보다 이 프로젝트를 함께한 또 다른 작가들의 진심과 열정을 느끼며 예술의 미래가 결국 ‘함께 나아가는 길’에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 각자의 색과 이야기가 다르지만, 그 안에는 모두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고 싶다’는 같은 바람이 깃들어 있다. 예술은 ‘공감’에서 시작되어 ‘연결’로 이어진다. 이번 협업을 준비하면서 나는 예술가로서의 사명감뿐 아니라 한 사람으로서의 ‘나’도 돌아보게 되었다. 그리고 다시금 다짐했다. 그림을 통해 행복을 나누는 일, 그것이 내가 세상에 전하고 싶은 가장 진심 어린 메시지라는 것.
‘몽다’는 오늘도 나를 대신해 누군가에게 작고 소박한 행복을 배달하고 있을 것이다. 그 따뜻한 기운이 누군가의 일상 속에서 잠시 머물다, 또 다른 위로로 이어지길 바란다. 예술이 그렇게 자연스럽게, 우리의 삶 속으로 스며들기를. 그리고 그 속에서 나 역시 한 걸음씩 더 성장해 나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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