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반도체가 점점 작아지고 성능이 높아질수록, 가장 큰 난관은 '열'이다. 회로가 밀집된 칩 내부에서 열이 빠져나가지 못하면 신호가 느려지고, 효율이 떨어지며, 소자의 수명도 짧아진다. 이제 연구자들은 이 난제를 풀 새로운 재료로 '다이아몬드'를 주목하고 있다.
다이아몬드는 단단할 뿐 아니라, 모든 물질 중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의 열전도율을 가진다. 단결정 다이아몬드는 구리보다 약 6배 이상 빠르게 열을 전달한다. 즉, 전류로 인해 쌓인 열을 빠르게 확산시켜 반도체의 온도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뜻이다.
◆ '칩 속 냉각재'로 진화한 다이아몬드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전자공학과 스라반티 초드리(Srabanti Chowdhury) 교수 연구팀은 처음에 다이아몬드를 반도체 기판으로 활용하려 했지만, 제작 난이도와 비용이 너무 높다는 문제에 부딪혔다. 대신 이들은 방향을 바꿔, 다이아몬드를 반도체 칩의 '방열 재료(heat spreader)'로 이용하는 연구를 시작했다.
연구팀은 실리콘 웨이퍼 위에 얇은 다결정 다이아몬드층을 성장시켜, 열이 위쪽으로 빠르게 이동하도록 했다. 일반적으로 메탄과 수소를 약 900 ℃의 고온에서 반응시키면 다이아몬드 결정이 형성되지만, 이때 막이 두꺼워지면 균열이 생기기 쉽다. 연구팀은 산소를 혼합해 불필요한 탄소 침착을 줄이고, 400℃ 수준에서도 균일한 다이아몬드 막을 형성할 수 있는 조건을 찾아냈다. 이는 기존 반도체 공정에도 적용 가능한 온도 범위로, 실용화 가능성을 크게 높였다.
이 성과는 국제학술지 'ACS Applied Materials & Interfaces'와 'Cell Reports Physical Science'에 게재된 바 있다. 두 연구 모두 다이아몬드와 질화갈륨(GaN) 소자 사이의 '계면 열저항(TBR)'을 크게 낮춘 결과를 보고했으며, 열전달 효율이 기존 소재보다 현저히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이아몬드와 질화갈륨(GaN) 사이에 형성된 탄화규소(SiC) 계면층의 단면 전자현미경 이미지. 이 얇은 중간층이 열 전달의 다리 역할을 해 '계면 열저항(TBR)'을 크게 낮춘다.
◆ 열을 아래에서 위로, 빠르게 빼내다
초드리 교수팀은 이 구조를 질화갈륨 기반 트랜지스터(HEMT)에 적용해 실험을 진행했다. 트랜지스터 게이트 부근은 전류가 집중돼 열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부분으로, 다이아몬드 코팅을 적용하자 표면 온도가 약 70 ℃ 낮아졌다.
연구팀은 이를 '열의 골조(thermal scaffolding)'라 명명했다. 나노미터 두께의 다이아몬드층을 칩의 절연층 안에 배치하고, 구리나 다이아몬드 기둥(pillar)을 세워 열이 위층으로 이동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이 구조는 여러 층이 적층된 3D 반도체에서도 각 층을 따라 열이 효율적으로 전달되도록 만들어, 전체 칩의 온도를 안정화시킨다.
'열의 골조' 적용 전후의 칩 온도 변화. 적용 시(파란선)는 최대 온도가 125℃ 이하로 유지되며, AI 가속기와 CPU 모두 발열이 크게 줄었다.
AI 가속기, 전기차용 반도체, 위성통신 기기처럼 발열이 심한 고성능 시스템에서 이 기술은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연구팀은 아직 표면 평탄화나 제조비용 등 해결할 과제가 남아 있지만, 다이아몬드가 미래 반도체 냉각 기술의 핵심 소재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Copyright ⓒ 데일리 포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