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의 공천개입 의혹과 오세훈 서울시장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의 중심에 있는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가 다시 전면에 등장했다.
명씨는 전날(22일) 김건희씨에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여론조사 결과를 전달한 것은 맞지만 비용은 자신이 모두 부담했고 그에 대한 대가는 없었다고 증언했다.
김건희특검은 내달 8일 오세훈 서울시장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명태균 씨와 대질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명태균, 김건희 법정서 "김 여사 아무것도 몰라" "검찰이 한 가정 도륙"
윤석열 김건희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 관련 핵심 인물인 명태균 씨가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을 대가로 여론조사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우인성 부장판사)는 22일 김건희씨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등에 대한 공판을 열었다.
명씨는 이날 증인으로 출석해 2022년 대선을 앞두고 김 씨에게 합계 2억7천만원 상당의 여론조사를 총 58회 제공했다는 특별검사팀의 공소사실에 대해 부인하며 "총 14건을 전달했고, 그 중 비공표 여론조사는 4건이었다"고 주장했다.
이날 특검팀은 명 씨가 미래한국연구소 직원이었던 강혜경 씨에게 전화로 "윤석열 올려서 홍준표보다 2% 앞서게 하라"고 지시한 녹취록을 재생했다.
명씨는 "녹취를 잘라서 이렇게 하지 말라고 특검에 분명히 말했다"고 반발했다.
이어 "검찰이 한 가정을 도륙했다. 1년간 인생이 망가졌다. 딸이 학교를 가지 못한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명 씨가 큰 소리로 항의하며 소란을 일으키자 재판부가 나서 제지하기도 했다.
그는 "비공표용 여론조사는 의뢰를 받아서 한 것이냐"는 특검팀 질문에는 "의뢰 없이 걱정돼서 제가 한 것"이라며 "검찰 조사에서도 대의 때문이라고 말했다"고 답했다.
특검이 "왜 여론조사 내용을 김 여사와 윤 전 대통령에게 보냈느냐"고 묻자 "관심이 있고 지지한다는 뜻"이라고 했다.
지난 2021년 6월 김 씨에게 "여론조사는 걱정하지 말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낸 데 대해서는 "그때 윤석열 (지지율이) 가장 높은 것 아니냐. 높게 나오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하지 뭐라고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날 공판에서 재판부도 명씨에게 여론조사에 대한 질문을 이어갔다.
재판장이 '비용 부담을 누가 했느냐'고 묻자 명씨는 "제가 한 거다"라고 답했다. 재판장이 이어 '전부 (비용 부담한 게) 맞느냐'고 묻자 "네"라고 했다.
그러자 재판장은 윤 전 대통령 측의 요청이나 의뢰 없이 본인의 비용으로 비공표용 여론조사 26회(전달 4건)를 실시한 이유에 대해 물었다.
이에 명씨는 "제가 대의 때문이라고 검찰에게 말했다"라며 "김영선에게 돈 받을 겸 해서 겸사겸사 (윤석열을) 도와준 거다"라고 말했다.
재판장이 '질문을 하면 납득이 되게 대답하라. 요청도 없이 자비로 여론조사 했다는 건데 왜인지 말해달라'고 묻자 "(윤석열을) 당선시키고 싶었다, 저를 인정해 줬다"라며 "제가 학벌이 있냐 뭐가 있냐, 저를 인정해줬다"고 했다.
특검팀은 명씨가 지난 2022년 4월3일 이 사건 최초 폭로자인 강혜경씨와 통화한 녹취파일을 재생하기도 했다. 녹취에는 명씨가 김영선 전 의원을 '우리 캡틴'이라고 지칭하는 내용이 담겼다. 특검팀은 명씨가 김 전 의원의 당선을 돕고 정치적·경제적 이득을 취하려 했다고 판단했다.
이와 관련해 명씨는 "그 사람(김영선)이 (경선) 나가는데 당연히 캡틴이라고 한 거다. '여론조사 돌리는데 잘 나오게 해주세요. 잘 부탁합니다' 이런 얘기 안 하는 사람이 있느냐"며 "떡 잘 좀 빻게 해 달라는 게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영선을 위한 게 아니라 김영선한테 (내가) 돈 받을 게 있다"며 "맨날 (경선에서) 떨어져서 돈을 안 준다"고 부연했다.
특검, 내달 8일 오세훈 피의자 신분 소환…명태균과 대질조사
오세훈 "명태균, 거짓말에 굉장히 능한 사람"
명태균씨는 내달 8일에는 이른바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과 관련해 오세훈 서울시장과 특검에서 대질조사를 받는다.
김건희특검은 오 시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피의자 조사를 위해 이달 18일 또는 19일 출석 여부를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오 시장 측은 국정감사 수감 준비를 이유로 해당 날짜에 출석이 불가하다고 알리면서 내달 8일로 결정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오 시장은 특검에 대질조사를 요구했다고 한다. 사건의 진상을 밝히려면 대질조사가 꼭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오 시장측 변호인은 특검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오 시장은 검찰 수사 때부터 거듭 신속한 수사를 촉구해왔고, 언제든지 특검팀 수사에 협조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명태균 주장은 명백한 허위이고, 그간 허위 주장에 대해 조목조목 진실을 밝힐 기회가 없었던 만큼 본 사건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서는 대질 조사가 꼭 필요하다"면서 "공명정대한 대질 조사는 김건희특검팀이 출범한 취지에도 부합하는 필수적인 절차"라고 덧붙였다.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은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 선거 당시 명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한 여론조사업체 미래한국연구소가 13차례 비공표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데 들어간 비용 3천300만원을 오랜 후원자로 알려진 김한정씨가 대납하는 데 오 시장이 연관됐다는 내용이다.
한편, 오세훈 시장은 2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서울시 국정감사에 출석해 그동안의 명 씨의 주장에 대해 반박하며 "거짓말에 굉장히 능한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국감에서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명 씨가) 어제 김건희 씨 공판에 출석하며 기자들에게 '홍준표, 오세훈이 왜 아직도 저렇게 바깥에서 다니고 있는 줄 아는가? 관련자들이 조작해서 검찰, 경찰에 가서 진술하니까 수사가 되겠는가'라고 이야기했다"며 "혹시 오 시장의 입장이 있느냐. 다 사실이 아닌가"고 물었다.
이에 오 시장은 "입장이 없다"며 "저 사람은 거짓말에 굉장히 능한 사람"이라고 짧게 말했다.
권 의원은 "그러면 (명 씨의 주장이) 다 사실이 아니라는 뜻이냐"고 재차 묻자, 오 시장은 "네"라고 답했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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