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예방을 내세워 도입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인정감정평가 제도'가 1년 만에 임대차 시장의 또 다른 부담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평가액이 시세보다 지나치게 낮고 절차가 길어 보증가입이 막히면서 전세공급이 위축되고 있다는 지적이 국정감사에서 제기됐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간사인 복기왕 의원은 23일 열린 국토부 산하 공공기관 국정감사에서 "HUG의 인정감정평가가 재정건전성만 강조한 나머지, 실제 전세공급 구조를 옥죄는 결과를 낳고 있다"며 "보증보험 가입을 위한 감정액이 현실과 동떨어진 수준으로 책정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HUG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제도 시행 이후 1년간 인정감정평가의 예비감정 취소율은 65.3%에 달했다. 감정 결과 통지까지 걸린 평균 기간은 약 12일이었고, 최장 77일이 걸린 사례도 있었다.
특히 예비감정 후 결과 확인 단계에서 취소된 비율이 40.4%, 평가 회신 전 취소가 24.9%로 나타나, 전체 신청 건의 3분의 2 이상이 본감정 절차에 진입하지도 못한 채 중도 취소된 셈이다.
HUG는 취소 사유로 수수료 납부 지연, 감정불가 의견, 재신청 등을 들고 있으나, 현장에서는 '감정가가 시세보다 20~30% 낮게 책정돼 보증가입을 포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반응이 많다.
이처럼 과소평가된 감정액은 결과적으로 신규 임대사업자의 진입을 어렵게 하고, 전세공급을 위축시키는 구조적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복 의원은 "세입자 보호를 위한 장치가 오히려 세입자의 선택지를 줄이고 시장 불안을 키우고 있다"며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HUG가 감정 절차의 신속성·투명성·현실성을 함께 고려한 전면적인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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