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갭투자’ 논란에 휩싸인 이상경 국토교통부 1차관이 아파트 구입에 대해 실거주 목적이라고 해명했지만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지는 미지수로 보인다. 결국 10·15 부동산 대책 등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주택시장 안정화에 효과를 낼 수 있을지가 중요할 전망이다.
이 차관은 23일 유튜브 생중계를 통해 대국민 사과에 나섰다. 그는 “부동산 정책을 담당하는 국토부의 고위공직자로서 국민 여러분의 마음에 상처를 드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 차관은 “배우자가 실거주를 위해 아파트를 구입했으나 국민 여러분의 눈높이에는 한참 못 미쳤다는 점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자신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부동산정책 담당자로서 주택시장이 조기에 안정화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차관은 지난 2017년 경기 성남시 수정구 고등동의 아파트를 6월4511만원에 매입해 지난 6월 7일 11억4500만원에 매도했다. 이 차관은 집을 매도한 뒤에도 전세로 고등동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다.
이 차관의 부인인 한모씨는 집을 매도하기 전인 지난해 7월 성남시 분당구 백현동의 아파트를 33억5000만원에 매수했다. 이어 지난해 10월에는 14억8000만원에 해당 아파트에 대한 전세 계약을 체결했다.
종합하면 이 차관은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약 1년간 2주택을 보유했던 셈이다. 또한, 실거주가 아닌 전세를 끼고 아파트를 매입하면서 ‘갭투자’가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 차관은 지난 6월 고위공직자 재산 신고에서 배우자 포함해 예금만 28억9177만원을 신고한 바 있다. 국토부는 고등동 아파트가 팔리지 않아 전세 계약을 체결했다고 설명했지만 충분한 현금 여력이 있었다는 점에서 눈총을 받고 있다.
정작 지난 15일 발표한 10·15 부동산 대책의 내용은 이 차관의 이러한 부동산 매매 과정을 금지하고 있다. 정부는 이번 대책으로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개 지역을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했다. 또,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도 지정해 2년 실거주 의무를 부여했다. 그런데 이 차관은 갭투자로 아파트를 구입한데다 본인이 거주하는 아파트 역시 갭투자자에게 매도한 셈이 됐다.
서정렬 영산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이 차관의 부동산 매매 과정에 대해 “팩트만 놓고 보면 보통 시장에서 말하는 갭투자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주택이 있는 상황에서 별도의 주택을 전세보증금을 끼고 매입했으니 갭투자로 봐야 한다. 실거주를 하려 했다면 현재 거주하는 주택도 같이 매각을 했어야 했는데 앞뒤가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결국 여론의 추이는 이재명정부가 출범하면서 내놓은 부동산 대책이 효과를 낼 수 있는지에 달린 상황이다. 이재명정부는 지난 4개월 동안 6·27 대출규제, 9·7 주택 공급 대책, 그리고 10·15 부동산 대책까지 잇달아 부동산 규제를 강화하는 대책을 내놓고 있다. 서울을 중심으로 최근 과열되는 집값을 잡기 위해 초강수로 대응하는 모습이다.
서 교수는 “문재인정부 때의 부동산 규제 대책보다는 전폭적인 규제라 할 수 있다. 정부로서 쓸 수 있는 카드는 거의 다 썼고 마지막 카드로 보유세 등 세금 부문만 남은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시장에 명확한 시그널을 줬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다만 서 교수는 “현재 부동산 시장이 ‘규제의 역설’처럼 반작용이 일어나고 있는데 이는 문재인정부를 겪은 학습 효과가 크다고 보여진다. 수요가 줄어야 되는데 오히려 가격이 더 오를 수도 있겠구나하는 기대감이 시장에 존재한다는 점이 부담”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현재 경기도를 보면 규제에 묶인 12개 지역 이외의 지역들의 집값이 상승 중인데 이런 문제가 잠복해 있다”고 짚었다.
채상욱 커넥티드그라운드 대표는 “이 차관의 ‘갭투자’ 논란 자체가 시장에 큰 상관이 있겠나. 10·15 부동산 대책은 시장 과열로 나온 대책인데 메시지가 아닌 메신저를 공격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향후 서울 등의 주택 매매 실거래가 어떻게 변할지가 중요하다”라며 “통상 정책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1~2개월 정도 걸리니 연내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차관은 김경환 전 국토부 차관 이후 8년 만에 비관료 학계 출신으로 지난 6월 국토부 차관에 임명됐다. 가천대 도시계획조경학부 교수로 재직하며 부동산 불로소득 차단과 개발이익 환수를 강하게 주장해 왔다. 그러나 지난 19일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집값이 떨어지면 그때 사면 된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고 갭투자 논란까지 겹쳐 대국민 사과를 하기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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