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김이슬 기자】 코스피가 외국인 자금 유입과 반도체 강세에 힘입어 4000선을 목전에 두고 있다. 다만 증시 급등세에 개인의 ‘빚투’가 사상 최대치로 불어나고 공매도 잔고도 급증하면서, 단기 고점 우려와 함께 금융당국의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올해 1월 2일 기준 2398.94에서 전날 3883.68로 상승하며 연초 대비 약 62% 올랐다. 4000선 돌파를 불과 116포인트 앞두고 있다.
이번 상승장은 반도체주가 주도했다. 장중 기준으로 국내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합산 시가총액은 1000조원을 넘어섰다. 삼성전자는 9만9900원까지 오르며 ‘10만전자’ 달성을 목전에 뒀고, SK하이닉스는 50만2000원까지 치솟아 상장 이후 처음으로 50만원선을 돌파했다.
하나증권 김록호 연구원은 “시가총액 1, 2위 업체의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하며 지수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며 “메모리 업황이 예상보다 양호한 데다, 연말까지 주요 업체들의 2026년 실적 컨센서스가 지속 상향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증시 훈풍에 주식 매수 대기자금인 예탁금 또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80조6257억원으로, 종전 최고치였던 지난 13일(80조1901억원)을 넘어섰다.
이와 함께 상승장에 편승하려는 개인 투자자들의 ‘빚투’도 급격히 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신용융자 잔액은 지난해 말 15조8000억원에서 최근 23조5000억원으로 증가했다. ‘동학개미’ 열풍이 거셌던 2021년 말(23조1000억원)을 넘어선 역대 최대치다.
KB증권 류진이 연구원은 “정부의 증시 부양 기조와 투자심리 개선에 힘입어 신용융자 잔고가 가파르게 불어나고 있다”며 “이는 ‘빚투’로 대표되는 레버리지 투자가 단기간에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처럼 신용융자 잔액이 사상 최대치로 불어나면서 증시가 단기 고점 구간에 진입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반도체와 일부 2차전지 종목을 제외하면 실적 개선 폭이 제한적인 만큼 “지수는 오르지만 펀더멘털은 받쳐주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단기 변동성 확대에 베팅하는 자금도 늘고 있다. 지난 22일 기준 최근 일주일 동안 개인이 가장 많이 사들인 ETF는 ‘KODEX 200선물인버스2X’로, 순매수 규모가 약 1950억원에 달했다. 인버스·레버리지 상품에 개인 매수세가 몰리는 것은 단기 조정 가능성을 염두에 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공매도 잔고도 급증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코스피 공매도 순보유 잔액은 12조5608억원으로 증가세다. 같은 기간 코스닥 공매도 잔고도 5조944억원으로 불어나며 3월 말(1조7933억원) 대비 세 배 넘게 증가했다.
금융당국은 과도한 레버리지 확대에 경보를 울렸다.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협회는 “신용융자는 투자 규모 확대(레버리지)로 수익을 키울 수 있으나, 변동성 구간에서는 손실 위험이 크게 확대된다”며 “최근 주가 급등과 대외 변수로 변동성이 커질 수 있는 만큼 무리한 신용투자는 자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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