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국감] 신성범 의원 "연봉 1위 KIST도 못 막는 이직 러시"…정부출연연 연구인력 '탈출 경고등'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신성범 의원 [사진=국회의원 신성범 의원실]

과학기술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에서 핵심 연구인력의 이탈이 가파르게 늘고 있다. 평균 연봉 1위를 기록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조차 인력 유출을 막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단순한 처우 개선을 넘어 '근무 환경·비전' 전반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신성범 의원이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출연연 23곳에서 이직하는 연구원 수는 2023년 143명에서 2024년 166명으로 증가했으며, 2025년 상반기(6월 기준)에도 이미 85명에 달했다. 

최근 3년 연속 증가세를 보이는 셈이다. 특히 연봉 상위권 기관에서도 '이직 도미노'가 나타나고 있다. NST 산하 23개 출연연 평균 연봉이 8,014만원인 가운데, 9,696만원으로 1위를 기록한 KIST의 경우 2023년 14명, 2024년 16명, 2025년 6월 현재 10명이 퇴직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이 떠난 곳은 대학(79.1%), 기업체(10.4%) 순이었다. 단순한 연봉 경쟁보다 연구 자율성과 안정적 커리어 관리가 가능한 대학·민간 연구소로 이동하는 경향이 뚜렷하다는 분석이다. 비슷한 현상은 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도 관찰됐다.

평균 연봉 8,801만원으로 4위에 오른 ETRI는 2023년 26명, 2024년 35명, 2025년 6월 현재 17명이 이직했다. 이들 중 절반 이상(56.2%)은 대학으로 옮겼으며, 기업체(17.4%), 정부기관(6.6%) 순이었다. 국가 핵심기술 연구의 중심기관마저 인력 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추세를 단순한 '연봉 경쟁력' 문제로만 볼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출연연은 공공연구기관이라는 특성상 평가·승진 제도나 연구비 자율성 측면에서 민간보다 제약이 크다. 이에 따라 성과 중심의 평가 제도 개편과 연구 몰입 환경 조성 없이는 인력 유출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신성범 의원은 "ETRI 같은 대형 연구기관조차 초봉이 대기업의 60~70% 수준에 그치며, 1인당 평균급여도 시가총액 상위 10대 기업의 75%에 불과하다"며 "정년, 연봉, 근무 여건 등 복합적 요인으로 인한 이직이 늘고 있는 만큼 맞춤형 인사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NST 산하 출연연 중 연봉이 가장 낮은 기관은 한국식품연구원 부설 세계김치연구소로, 평균 6,603만원에 그쳤다. 최고 연봉 기관인 KIST와는 3천만원 이상 차이가 났다. 하지만 연봉이 높다고 인력 유출을 막을 수 없다는 현실이 확인되면서, 과학기술 인재 정책의 새로운 방향 설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부터 '연구직 경력개발 로드맵'을 마련해 출연연 연구원의 직무 전문성 강화와 장기 근속 유인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연구계 안팎에서는 "인사·조직 제도의 근본적인 개편 없이 단기적 보완책으로는 인력 유출을 막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폴리뉴스 이상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