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이 22일 임시 이사회에서 약 6000억원 규모의 무기명식·무보증 사모 전환사채(CB) 발행을 최종 결정했다. 이 자금은 자회사인 SK온의 재무적 투자자(FI)가 보유하고 있는 지분을 인수하는 데 쓰일 예정이다.
이번 전환사채 발행은 지난 7월 SK온과 SK엔무브 합병 발표에 이은 후속 조치다. FI 투자금 약 3조 5,880억 원 전액을 인수하는 것을 골자로 한 구조개편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는 셈이다.
발행 규모는 6000억원, 만기는 2027년 10월 31일까지로 약 2년이다. 표면이자율과 만기이자율 모두 0%로 책정돼 SK이노베이션은 이자 부담 없이 자금을 조달하게 됐다.
SK이노베이션은 이 자금을 SK온 관련 FI 지분 인수에 전적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7월에 SK온과 SK엔무브 합병을 통해 FI 지분 인수를 약정한 바 있으며, 이번 전환사채 발행이 그에 맞춘 자금 확보 방안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투자자로는 한투PE(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 컨소시엄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이 컨소시엄은 기존 SK온 투자금을 일부 회수함과 동시에, SK이노베이션의 새로운 성장 전략에 다시 투자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결정은 단순한 자금 조달을 넘어,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와 에너지 사업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재무구조 정비와 사업 재정렬 측면에서도 중요한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SK온과 SK엔무브가 합쳐지면서 배터리와 전기차 모빌리티 사업이 한 축으로 묶였고, 이번 지분 인수를 통해 그 재편 작업이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상황이다.
FI 지분을 인수함으로써 외부 투자자와의 수익 공유 구조를 일단락짓고, 향후 그룹 차원에서 일원화된 경영체계를 구축할 수 있는 토대도 갖췄다. 무이자 전환사채라는 점은 현재 저금리 환경에서 자금 조달 측면에서 유리한 조건이다. 이자 부담을 줄이면서 기업의 재무건전성도 한층 높일 수 있게 됐다.
물론 이번 결정에 따르는 리스크와 시장의 우려도 무시할 수 없다. 대규모 사모 전환사채 발행은 채권시장과 주식시장에서 향후 주식으로의 전환 가능성, 주가 희석 위험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낳는다. 실제로 일부 매체에서는 전환가액이 12만 3,642원, 전환 주식 수가 약 485만 2,796주에 달할 것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무이자 전환사채의 경우, 조기 전환 가능성이나 자본잠식, 주식 희석 위험에 대한 지적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또한 FI 지분 인수만으로 경영권 위협을 완전히 차단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앞으로 SK온과 그룹 전체의 실적 향방에 따라 외부 투자자가 빠지면서 책임이 내부로 확대될 수 있다.
시장은 SK온 중심으로 배터리·모빌리티 사업을 키우겠다는 전략에 대해, 성장 기대가 정말 충분히 반영됐는지, 재무안정성과 현금흐름을 확보할 수 있을지 등 다양한 시각에서 냉정하게 바라보고 있다.
SK온과 SK엔무브 합병 이후, 통합 실적 발표와 시너지 창출이 실제로 어떻게 드러날지에 시장의 이목이 쏠린다. 배터리·모빌리티 사업 본격화가 시기적으로 언제 나타날지, 또 어떤 형태로 펼쳐질지도 관심거리다.
전환사채의 실제 전환 시점과 전환가액, 그리고 주식 전환 이후 나타날 지분 희석 효과가 주가와 기업 가치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도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SK이노베이션이 마련한 자금을 활용해 배터리 생산설비를 확대하거나 원가 절감, 글로벌 시장 진출 등 구체적인 투자 성과로 연결하는 역량이 시장 평가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채권시장과 주식시장에서는 이번 CB 발행을 두고 SK이노베이션이 어느 정도 재무건전성 강화 의지를 보였다고 평가한다. 동시에 향후 자본비율이나 차입금 증가 여부도 지속적으로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결국 SK이노베이션의 6천억 원 무이자 전환사채 발행은 사업 구조 재편, 재무구조 강화, 배터리·모빌리티 대형화라는 세 가지 전략이 맞물린 승부수라고 볼 수 있다. 물론 향후 사업성과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이런 결정은 그대로 리스크로 전환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으로선 그룹 차원에서 상당한 배수진을 친 결정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제 시장과 투자자들은 "이제 실질적 결과를 보여줄 때"라는 기대와 긴장 속에서 SK이노베이션의 다음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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