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IL이 추진 중인 '샤힌(Shaheen) 프로젝트'가 전체 EPC(설계·구매·건설) 공정률 85%를 돌파하며 내년 6월 기계적 완공을 앞두고 있다.
총 9조 2,580억 원이 투입되는 이 사업은 단일 석유화학 프로젝트로는 국내 최대 규모이며 한국 석유화학 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을 상징하는 프로젝트로 평가된다.
'Shaheen'은 아랍어로 '매(鷹, Falcon)'를 뜻한다. S-OIL의 최대 주주인 사우디 아람코(Aramco)가 함께 참여하고 있어 '하늘을 나는 매처럼 미래를 선도하겠다'는 상징이 담겨 있다.
샤힌은 단순 정유에서 벗어나 '정유-석유화학 수직 계열화 완성형' 구조를 구현하는 핵심 시설이다. 2018년 가동된 1단계 'RUC & ODC' 설비가 정유·화학 간 연결 기반을 닦았다면, 이번 2단계 샤힌은 그 확장을 통한 본격적인 화학 중심 성장 체제의 전환점으로 기능한다.
S-OIL은 이미 지난 10년간 14조 원 이상을 석유화학 고도화에 투자했으며, 이번 샤힌을 통해 석유화학 비중을 기존의 두 배 수준으로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샤힌 프로젝트의 기술적 중심에는 'TC2C(Thermal Crude-to-Chemicals)' 공정이 있다. 이는 원유를 직접 분리·촉매 공정을 통해 석유화학 원료로 전환하는 신기술로, 기존 대비 3~4배 높은 유분 수율을 구현한다.
이 기술은 세계 최초로 상용화되는 사례로, 에너지 절감·탄소 배출 저감·공정 단순화라는 세 가지 혁신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산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샤힌의 또 다른 핵심은 연간 180만 톤 규모의 초대형 스팀 크래커(에틸렌 생산설비)다. 여기에 프로필렌(77만 톤), 부타디엔(20만 톤), 벤젠(28만 톤) 등 기초유분이 생산되며, 이들 중 상당량은 S-OIL 자체 폴리머 공장에서 LLDPE·HDPE 등 고부가가치 폴리에틸렌 제품으로 전환된다.
이로써 S-OIL은 정유→기초유분→폴리머로 이어지는 완결형 가치사슬을 구축하게 된다.
샤힌 프로젝트의 가동은 단순한 기업 단위의 확장을 넘어, 울산·온산 국가산업단지 전체의 가치사슬 재편을 촉발할 전망이다.
울산 인근 48만㎡ 부지에는 TC2C·스팀크래커·저장시설이, 당월 지역 40만㎡ 부지에는 폴리머 공장이 들어서며, 기초유분을 배관으로 직접 공급하는 산업 간 네트워크가 구축된다.
S-OIL이 생산하는 유분은 인근 화학업체들의 수입 의존도를 낮추고 물류비 절감 및 수입대체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장기 원료공급 협약이 마무리되면, 산단 내 중소 다운스트림 업체들의 가동률 안정화와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울산 지역 플랜트 건설·정비업체에도 11,000명 이상이 상주하는 대규모 일자리가 창출돼,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 역시 뚜렷하다.
글로벌 석유화학 업황이 침체된 상황에서 S-OIL은 오히려 선제적·공격적 투자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세계적 경기둔화로 대다수 기업이 CAPEX(설비투자)를 축소하는 가운데, S-OIL은 장기적 수익 구조 다변화를 위한 일관된 전략을 고수했다.
S-OIL은 아람코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일본 등 아시아 시장으로의 프리마케팅 수출 전략도 병행 중이다. 특히 일본은 수입 화학제품 비중이 높고 공급선 다변화가 필요한 시장으로 샤힌의 고품질 원료 공급이 한국-일본 간 새로운 화학 공급 허브 모델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러한 행보는 한국이 단순 정유 생산국을 넘어 글로벌 석유화학 공급망의 전략적 거점으로 부상하는 계기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국가 산업정책적 의미도 크다.
S-OIL의 샤힌 프로젝트는 단순한 플랜트 완공을 넘어 기술 국산화, 에너지 효율 극대화, 탄소 저감형 정유·화학 융합 모델 이라는 한국형 지속가능 산업구조의 프로토타입을 제시한다.
S-OIL은 향후 샤힌 가동 이후에도 TC2C 공정의 데이터 기반 운영과 공정 디지털화를 통해 AI·IoT 기반 스마트 플랜트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는 향후 국내 정유·석유화학 산업 전반의 디지털 전환을 촉진할 수 있는 선례로 평가된다.
샤힌 프로젝트는 단순한 설비 신증설이 아니라, "정유에서 화학으로, 그리고 지속가능 성장으로"라는 산업 전환의 상징이다.
S-OIL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국내 석유화학 산업의 자급률 향상, 지역경제 활성화, 국가 수출경쟁력 강화라는 세 가지 축을 동시에 실현하게 된다.
결국 샤힌은 글로벌 공급과잉, 에너지 전환, 탄소중립이라는 삼중의 도전에 맞서는 한국 산업계의 전략적 해법이자 '미래형 중화학의 모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폴리뉴스 정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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