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유통 산업의 게임체인저는 이제 '신선도'가 될 전망이다. 산지에서 소비자의 식탁까지 냉장·냉동 온도를 유지하는 콜드체인은 유통혁신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잡고 있다. 국내 주요 이커머스 업체들이 앞다퉈 저온물류망을 확충하며 신선배송 경쟁에 나서고 있다. 국내 식품업계의 콜드체인 도입 현황과 기술적 진화, 그리고 소비자 일상에 미치는 변화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식품·유통업계에 콜드체인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향후 물류 전 과정을 투명하게 모니터링하는 정보 시스템 구축이 중요 현안으로 떠올랐다. 식품 콜드체인이 단순히 냉장·냉동 상태 유지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온도·습도·위치·시간 등 각종 데이터들의 흐름을 관리하는 산업 인프라로 탈바꿈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신선식품의 부패나 변질로 인한 식품 안전사고를 줄이려면 신뢰성 높은 정보시스템을 통한 통합 플랫폼이 필수적이란 시각이다.
23일 싱가포르 기반 물류 전문 미디어 카고나우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콜드체인 시장은 3793억9000만달러(약 538조7380억원) 규모였으며 오는 2034년까지 2조2324억달러(약 3172억7979억원)로 연평균 19.4% 성장할 전망이다. 이같은 성장세는 신선식품과 의약품 등에 대한 수요를 합산한 수치다.
김창봉 중앙대 경영경제대학 교수의 2024년 6월 논문 '4IR 시대의 우리나라 농수산물 콜드체인 시스템 구축 수준이 성과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과잉재고 관리의 관점'에 따르면 콜드체인 시스템 실무진 및 전문가를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한 결과, 모든 인터뷰 대상자가 "4IR 시대의 콜드체인 시스템 내 정보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4IR 기술은 무선주파수인식(RFID),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으로 최신 콜드체인 시스템은 이러한 새로운 정보 기술을 활용해 식품 콜드체인의 △식품 제품 위치와 상태 실시간 추적 및 모니터링과 △신선도 및 유통기한 예측 등 식품 안전 및 품질 모니터링 △정확하고 효율적인 온습도 매니징 등을 수행한다. 전문가들은 4IR 기술을 통해 수집된 데이터를 분석해 패턴과 트렌드, 이상 징후를 식별하며 문제점을 빠르게 해결할 수 있는 '정보시스템'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특히 신선식품 유통의 무게 중심이 '속도'에서 '정확한 품질 관리'쪽으로 이동하면서 콜드체인 전 과정의 가시성을 확보하기 위한 통합 '정보시스템'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국내 유통·물류 기업의 경우, 냉장창고, 배송차량, 소매점 POS 데이터가 각각 분리돼 있어 실시간 품질 추적이나 사고 예방이 어려운 상황으로 IoT 기반의 데이터 수집을 통합 클라우드를 통해 AI로 예측 분석하는 정보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선진국들은 이미 IoT 기반의 콜드체인 모니터링 시스템을 의무화하거나 요구 수준을 강화하는 추세다. 유럽연합(EU)은 유럽의약품청(EMA)과 유럽식품안전청(EFSA) 주도로 엄격하게 냉장·냉동식품의 연속된 콜드체인 유지를 의무화하고 있다.
미국은 식품의약국(FDA)과 농무부(USDA)가 중심이 돼 콜드체인 안전을 관리하고 있다. 오염 발생 이후 대응이 아니라, 예방 중심의 식품안전법을 적용한다. 일본의 경우 일본표준협회(JSA)와 국토교통성(MLIT)이 공동 마련한 기준을 중심으로 저온 보관 및 운송 서비스의 구체적 요건 등 콜드체인 품질을 관리한다. 해외 수출을 노리는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디지털 기록 콜드체인 '정보시스템'이 필수다. 콜드체인은 국제 식품 교역을 가능하게 하고 안전한 신선식품에 대한 소비자 접근권을 강화할 것이란 게 업계의 전망이다.
국내 업체들도 발빠르게 4IR 기술을 도입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CJ시스템즈는 이미 20년 전인 2005년부터 '식품이력 추적 적합성 검증 사업'을 완료하고 RFID 기반의 식품이력 추적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
약국 전용 건강식품 브랜드 '앨리스랩'은 최근 국내 건기식 업체 중 처음으로 첨단 RFID 시스템을 도입해 모든 제품의 유통 경로를 실시간 추적한다. 이 시스템은 약국 외 채널에서 제품이 판매될 때 최초 유입 시점까지 역추적할 수 있고, 소비기한도 체계적으로 관리가능하다.
파리바게뜨는 북미 프랜차이즈에서 RFID 태그를 식품 포장재에 내장해 제품 신선도를 실시간 체크하고 유통 온도 이력, 잔여 유통기한 등 품질 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이하 해썹인증원)은 IoT 기반의 식품특화 스마트 센서를 활용한 식품 안전관리의 최신 기술을 연구·개발하고 있다.
한국식품연구원은 빅데이터와 AI를 활용해 식품의 기능성과 안전성을 보다 과학적이고 정밀하게 분석한다. 데이터 기반 식품 연구 생태계 구축을 위해 경주 중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콜드체인 각 단계별 온도·습도·위치·시간 등 이력정보를 실시간 기록하고 공유해야 전체 시스템이 신뢰를 얻는다"며 "신선식품의 온라인 거래가 폭증하면서 이를 관리할 통합 플랫폼형 정보시스템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만큼 정보시스템 구축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김현정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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