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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부(주심 박영재 대법관)는 업무상배임·배임수재·입찰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전 기아차 노조 총무실장 최모(54)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2년과 추징금 1억4382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3일 밝혔다.
최씨는 2022년 8월 기아(000270) 노조 단체복 티셔츠 2만8200장 제작 과정에서 특정 업체가 낙찰받도록 입찰을 조작했다. 총무실장이라는 직책을 이용해 공개경쟁입찰을 형식상으로만 진행하고, 실제로는 특정 업체가 최종 낙찰을 받게 한 뒤 그 대가로 1억4300여만원을 받았다.
최씨는 사전에 A업체 영업대표를 만나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해야 하니까 형식상 다른 업체가 같이 들어와야 한다”며 들러리 업체를 물색하라고 지시했다. A업체는 하청업체를 통해 들러리 업체를 만든 후 입찰에 참여했다.
최씨와 A업체 대표는 티셔츠 제작 단가가 장당 1만2000원에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A업체는 1만4000원, 들러리 업체는 1만8000원에 입찰하도록 했다. 최저가인 1만4000원을 제시한 A업체가 최종 낙찰됐고, 노조는 장당 2000원씩 총 5630만원의 손해를 입었다.
최씨는 이후 회사 노사협력팀을 통해 만든 계좌로 A업체로부터 리베이트 명목의 돈을 받아 챙겼다. 이 사건은 2023년 1월 일부 조합원이 티셔츠 품질에 의문을 품고 국민신문고에 진정을 내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1심은 최씨에게 징역 2년과 추징금 1억4382만원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은 피해자 조합 관련 거래의 공정성을 해하면서 상당한 경제적 피해를 준 것으로 주고받은 수증액이 적지 않아 죄질이 불량하다”며 “주범인 최씨와 주도적 역할을 한 업체 대표의 경우 실형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함께 기소된 노사협력팀장 나모씨에게는 징역 1년3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나씨는 최씨에게 업체를 소개해주고 최씨가 업체로부터 돈을 받는 데 필요한 계좌를 제공한 혐의를 받았다.
최씨는 항소했지만 2심은 이를 기각하고 1심 형량을 유지했다. 2심 재판부는 “최씨가 총무실장 직책을 이용해 티셔츠 입찰 과정에서 단독 입찰 구조를 만들어 페이백을 받는 방법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며 “피해자 조합에 경제적 피해를 줘 죄질이 불량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노사협력팀장 나씨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최씨와 이 사건 범행을 공모했다는 직접 증거가 보이지 않는다”며 “나씨가 최씨에게 업체 관계자를 소개해주고 이 사건 전후로 연락을 주고받은 점만으로 공모를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최씨 등도 일관되게 나씨가 공모한 사실이 없다고 진술하고 있고, 나씨가 이 사건 범행 관련 이득을 취득했다고 볼 만한 증거도 없다”고 무죄 이유를 설명했다.
대법원의 판단도 같았다. 대법원은 최씨와 나씨에 대한 2심 판단이 모두 적법하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공모관계의 증명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상고 기각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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