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마침 아르연 로번이 경기장을 찾은 날, 그의 후계자를 노리는 노안의 왼발 윙어가 유럽대항전 데뷔골을 터뜨렸다.
23일(한국시간) 독일 뮌헨의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2025-2026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리그 페이즈 3라운드를 치른 바이에른뮌헨이 벨기에의 클뤼프브뤼허를 4-0으로 꺾었다.
대승을 거둔 바이에른은 UCL 3전 전승, 골득실 +10, 12득점 2실점으로 리그 페이즈 전체 2위에 올랐다. 파리생제르맹(PSG)과 승점과 골득실이 같은 가운데 다득점에서 1골 밀렸다. 브뤼허는 1승 2패가 됐다.
바이에른은 모든 대회 통틀어 12연승을 달렸다. 케인은 그 중 11경기에 출장해 모든 경기 공격 포인트를 기록했다.
레나르트 칼이 UCL 첫 선발 출장을 기록했다. 만 17세 칼은 이번 시즌 바이에른이 연봉절감과 유망주 육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1군으로 파격적 승격시킨 선수다. 왼발잡이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측면과 중앙을 모두 소화할 수 있다. 체격이 작고 아직 플레이가 미숙하지만 과감한 선택이 통했을 때의 기술과 킥력 모두 분명한 재능을 보여준다. 이미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처음 선발 출장한 호펜하임전에서 1도움을 기록하며 1군 첫 공격 포인트를 올렸다.
브뤼허 상대로 1군 공격형 미드필더 자말 무시알라는 장기부상, 세르주 그나브리는 가벼운 부상으로 뛰지 못하는 상황에서 뱅상 콩파니 감독은 칼의 중앙 기용을 지시했다. 최근 공격수 니콜라 잭슨을 해리 케인의 파트너로 쓰는 투톱을 주로 가동했는데 이날은 전술에 변화를 줬다.
그리고 칼이 전반 5분 선제골로 기대에 부응했다. 센터백 요나탄 타가 밀어 준 공을 받고 몸을 잘 돌리더니 즉시 수비 한가운데로 돌진했다. 기습적인 돌파를 브뤼허가 전혀 제지하지 못했고, 문전까지 파고들어 강한 왼발 슛을 골대 구석에 꽂아 넣었다.
칼은 이날 17세 242일에 불과했다. 바이에른 역사상 최연소, 그리고 독일 선수 역사상 최연소 UCL 득점 기록을 경신했다. 기존 기록 보유자는 바이에른 선배 무시알라였는데 17세 363일에 득점한 바 있다.
이날 관중석에 있던 바이에른 대선배 로번을 연상시키는 플레이였다. 네덜란드 대표 윙어였던 로번은 오른발잡이 프랑크 리베리와 좌우 윙어 조합을 이뤄 한 시대를 호령했다. 어린 나이에 콧수염을 기른 칼의 외모와 스타일은 로번과 다른 방식으로 상당히 늙어 보인다.
칼의 전반적인 플레이가 다 좋은 건 아니었다. 작은 체구 때문에 빠르고 현명한 선택을 내리지 않으면 상대의 몸싸움에 공을 빼앗길 수밖에 없는데, 이를 의식해 상대 허를 찌르려는 패스가 빗나가기도 했다. 대신 수비 가담이 좋았다. 콩파니 감독의 전방압박 지시를 온힘으로 수행하면서 이날 양팀 통틀어 최다 태클 성공(3회)을 기록했다. 한 골 넣고 팀 플레이를 성실하게 수행했으니 호평 받기 충분했다. 후반 24분 벤치로 물러난 칼이 녹초가 돼 숨을 몰아쉬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경기 후 공식 ‘플레이어 오브 더 매치’에 선정됐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바이에른뮌헨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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