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김치 냄새가 유난히 반갑다. 아침저녁으로 서늘한 바람이 스며드는 이 시기엔 짭조름하고 알싸한 파김치 한 줄기가 밥맛을 다시 살린다. 특히 잘 익은 파김치를 돼지고기와 함께 끓이면 그야말로 가을 저녁 밥상에 어울리는 찬 한 그릇이 완성된다. 파의 알싸한 향과 고기의 기름진 맛이 만나 깔끔하면서도 묵직한 풍미를 만든다.
깊은 감칠맛으로 완성되는 기본 밑반찬 '파김치' 만들기
파김치는 쪽파의 매운맛과 젓갈의 짠맛, 고춧가루의 은은한 단맛이 어우러져 김치 중에서도 가장 중독성이 강한 편이다. 만드는 과정은 단순하지만, 재료 비율이 맛을 좌우한다.
먼저 쪽파는 깨끗이 씻어 흙을 제거하고 물기를 빼둔다. 멸치액젓과 까나리액젓을 섞은 양념장에 쪽파를 절인다. 약 40분 정도 뒤집어가며 절이면 숨이 부드럽게 죽는다. 액젓은 두 종류 중 한 가지만 써도 무방하다.
그동안 찹쌀 풀을 끓인다. 멸치다시육수 2.5컵에 찹쌀가루 2큰술을 풀어 약불에서 저어가며 끓여준다. 점성이 생기고 윤기가 나면 불을 끈다. 이 찹쌀 풀은 양념의 점착력을 높여 양념이 쪽파에 잘 붙게 한다.
볼에 절인 쪽파의 액젓과 찹쌀 풀을 함께 넣고 고춧가루 1.5컵, 생강 1/2큰술, 새우젓 1큰술, 꿀 4큰술을 넣어 섞는다. 고춧가루가 충분히 불도록 5분 정도 둔 뒤, 쪽파를 넣어 버무린다. 손끝으로 조심스럽게 섞어야 쪽파가 부러지지 않는다. 마지막에 통깨 2큰술을 뿌리면 고소한 향이 더해진다.
완성된 파김치는 실온에서 하루, 이후 냉장고에서 2~3일 정도 숙성하면 알싸한 향과 감칠맛이 살아난다. 이때 숙성된 파김치를 돼지고기찜에 넣으면 깊은 맛을 낼 수 있다.
알싸한 김치 향과 부드러운 고기의 조화 '파김치 돼지찜'
파김치 돼지찜은 삼겹살의 고소함과 김치의 시원한 맛이 어우러진 요리다. 특별한 재료 없이도 집에서 간단히 만들 수 있고, 밥 한 그릇이 순식간에 비워질 만큼 중독성 있는 맛을 낸다.
삼겹살은 통으로 준비한다. 썰지 않고 통째로 넣어야 육즙이 빠지지 않고 부드럽게 익는다. 냄비에 삼겹살 1kg, 파김치 500g, 배추김치 400g을 함께 담는다. 여기에 설탕 2큰술, 멸치액젓 4큰술, 간장 3큰술, 고춧가루 2큰술을 넣는다. 물은 1.2L 정도 부어 재료가 잠기게 한다.
모든 재료를 넣은 뒤 참기름을 두 바퀴 정도 두르고 중불에서 끓인다. 뚜껑을 닫은 채 40분 이상 익히면 고기가 부드럽게 풀리고, 국물은 진한 붉은색으로 변한다. 고춧가루가 색을 입혀 윤기 나는 붉은빛이 도는 것이 특징이다.
국물이 자작해지면 불을 약하게 줄이고 10분 정도 더 끓인다. 그 사이 파김치에서 나온 감칠맛이 고기에 배어들고, 액젓의 짠맛이 부드럽게 녹아든다. 완성된 찜은 그대로 썰어내면 반찬이 되고, 밥 위에 올리면 한 그릇 요리가 된다.
기름진 삼겹살과 새콤한 김치의 조화 덕분에 느끼함이 전혀 없고, 파김치의 향이 국물에 스며들어 입안에 오래 남는다. 남은 국물은 밥에 비벼 먹거나 두부를 곁들이면 훌륭한 반찬이 된다.
더 맛있게 먹는 법
파김치 돼지찜은 그대로 먹어도 훌륭하지만, 밥상에서 더 맛있게 즐기는 방법이 있다. 먼저 통삼겹살을 건져 한입 크기로 썰어낸 뒤, 잘 익은 파김치 한 줄기와 함께 싸 먹는다. 파의 알싸한 향이 기름기를 잡고, 김치 속 고춧가루 양념이 고기의 풍미를 더해준다.
국물은 밥 위에 살짝 얹어 비비면 한 그릇 식사로 손색없다. 남은 국물에 칼국수 면을 넣거나 두부를 넣어 한 번 더 끓이면 완전히 다른 요리처럼 변한다. 고기를 다 먹은 뒤엔 국물에 밥을 비비고 통깨를 조금 더 뿌리면 마지막 한 숟가락까지 깊은 맛이 난다.
파김치 돼지찜 레시피 총정리
■ 요리 재료
쪽파 1.5kg, 통깨 2큰술, 멸치다시육수 2.5컵, 찹쌀가루 2큰술, 멸치액젓·까나리액젓 230ml, 고춧가루 1.5컵, 생강 1/2큰술, 새우젓 1큰술, 꿀 4큰술, 삼겹살 1kg, 파김치 500g, 배추김치 400g, 설탕 2큰술, 멸치액젓 4큰술, 간장 3큰술, 물 1.2L, 고춧가루 2큰술, 참기름
■ 만드는 순서
1. 쪽파를 손질해 깨끗이 씻고 액젓에 40분간 절인다.
2. 멸치다시육수에 찹쌀가루를 넣고 끓여 찹쌀 풀을 만든다.
3. 찹쌀 풀에 고춧가루, 생강, 새우젓, 꿀을 섞어 양념을 만든다.
4. 절인 쪽파를 양념에 버무리고 통깨를 뿌린다.
5. 냄비에 삼겹살, 파김치, 배추김치를 넣고 양념 재료를 모두 넣는다.
6. 물 1.2L를 붓고 참기름을 두 바퀴 두른다.
7. 뚜껑을 닫고 중불에서 40분 이상 끓인다.
8. 국물이 자작해질 때까지 졸여 완성한다.
■ 오늘의 레시피 팁
- 삼겹살은 통째로 넣어야 육즙이 빠지지 않고 부드럽게 익는다.
- 파김치는 숙성된 것을 사용하는 게 좋다. 신맛이 국물 맛을 살린다.
- 고춧가루는 국물 색을 내는 역할을 하므로 생략하지 않는다.
- 뚜껑을 덮고 중불에서 천천히 끓여야 감칠맛이 깊어진다.
- 남은 국물은 밥에 비벼 먹거나 두부를 넣어 한 번 더 끓이면 훌륭한 반찬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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