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노의 뉴스 피처링] 극우, 음모론에 중독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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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노의 뉴스 피처링] 극우, 음모론에 중독되다

투데이신문 2025-10-22 17:22:1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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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0분, 오늘의 주요 이슈를 사실-맥락-관점의 세 축으로 풀어드립니다. 음악에서 ‘피처링’은 협업과 도움을 뜻하고, 저널리즘의 Feature는 단순 속보가 아닌 깊이 있는 맥락과 스토리를 다룹니다. 〈뉴스 피처링〉은 이 두 가지 의미를 담아 뉴스의 본질과 함의를 알기 쉽게 풀어내 여러분의 뉴스 생활을 입체적으로 피처링 해드리겠습니다. 내용을 입력하세요.

전한길 전 한국사 강사가 지난 8월 18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특검의 당원 명부 압수수색 시도를 규탄하는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당시 김문수 당대표 후보를 찾아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전한길 전 한국사 강사가 지난 8월 18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특검의 당원 명부 압수수색 시도를 규탄하는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당시 김문수 당대표 후보를 찾아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성기노 기자】최근 보수층 일부 우익 인사들의 ‘음모론 정치’가 도를 넘고 있습니다. 사실이 아닌 상상과 혐오가 결합된 괴담 수준의 주장들이 공공연히 확산되고 있고 그것이 하나의 정치적 무기가 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국민의힘이나 보수세력에서는 전혀 자정작용이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우익 인사들의 황당한 주장들이 일종의 공해가 돼 가는 작금의 정치 현실은 문제 해결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는 ‘식물 정치’의 씁쓸한 한 단면입니다.

전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는 최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이재명 대통령이 싱가포르에 1조 원의 비자금을 숨겨뒀다”고 주장했습니다. 근거는 없습니다. 전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이재명 대통령이 대장동·백현동에서 불법으로 모은 조 단위의 비자금을 싱가포르에 숨겨뒀다는 주장이 담긴 다른 유튜브 채널의 영상물을 소개했습니다. 이는 ‘대장동, 백현동 비자금’이라는 오래된 음모론을 짜깁기해 싱가포르까지 상상의 날개를 더 펼친 것에 불과합니다.

더불어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전씨를 향해 “헛소리하지 말라”며 맹비난했습니다. 22일 박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전한길, 이재명 대통령이 싱가포르에 비자금 1조? 미국, 일본 다니며 1인 시위하더니 큰 병이 들었다”며 이같이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싱가포르로 1인 시위 장소를 옮겨 1조 찾아보라. 그리고 가지라. 그 돈으로 통일교에서 받은 돈 갚으면 되겠다”며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에게 공천 받아 선거자금으로 사용해도 되겠다”고 쏘아붙였습니다.

전씨의 ‘기행’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그는 최근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전한길 뉴스’에 일본에 방문한 근황을 전했습니다. 그는 ‘1905년 을사늑약, 1910년 한일병합’이 적힌 팻말과 ‘2025년 친중 이재명’이라 적힌 또 다른 팻말을 함께 들고 후지산이 보이는 곳에서 방송을 진행했습니다.

일본 신주쿠 거리에서 전한길씨가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전한길 유튜브 캡처]
일본 신주쿠 거리에서 전한길씨가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전한길 유튜브 캡처]

그는 “역사는 반복된다”면서 “을사늑약, 한일병합조약을 통해 우리는 길고 긴 35년의 일제 식민지로 전락하는 큰 고통을 당하는 역사를 경험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로부터 120년이 지난 2025년 이재명 정권이 친중화 돼가고 있다. 중국의 식민지로 전락할 것 같은 위기 속에서 여러분께 호소드리고자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와 함께 그는 ‘한국의 중국 식민지화’ 근거로 반중시위와 한미동맹, 중국인 투표권 등을 거론했습니다. 전 씨는 “결국 대한민국을 망하게 만든 이재명 정권에 대해 어떻게 해야 할지 여러분이 판단해 달라”며 “저는 앞으로도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해외 교민들께 ‘대한민국을 지켜야 된다’, ‘한미 동맹을 튼튼히 해야 된다’는 외침을 끊임없이 해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16일에도 전씨는 도쿄에서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며 신주쿠 거리에서 '1인 시위'를 했다고 알렸습니다. 그가 공개한 사진을 보면 전 씨는 ‘일본 교민 여러분! 대한민국을 살려주십시오!’, ‘이재명=히틀러’ 등이 적힌 팻말을 들고 횡단보도 앞에 서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전씨는 “일본에 와 있는 교민 여러분께 이재명 정권 치하 속에서 민주주의가 망해가고 있고 친중화 되어 가는 것을 알리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습니다.

문제는 국민의힘 지도부에서도 이런 극우적 발언이 나오고 있다는 것입니다. 최근 우익 성향의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은 “차이나 머니가 한국 증시에 개입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지금 주가가 오를 이유가 없는데도 상승하는 건 유령회사 등을 통한 중국 자본의 개입 때문”이라며 “이는 단순 투자 문제가 아니라 주식시장 교란 행위”라고 주장했습니다. 명확한 근거나 수치 제시는 없었습니다. 그냥 무조건 국내 핫 이슈를 ‘중국’과 연결시켜 보수 지지층의 경계심을 자극해보려는 속셈입니다.

이처럼 극우 성향 인사들이 선을 넘는 희한한 음모론을 퍼뜨리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지속적인 음모론과 극단적 주장을 통해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유지하기 위해서입니다.

김민수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지난 9월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야당탄압 독재정치 규탄대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김민수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지난 9월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야당탄압 독재정치 규탄대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에도 ‘배후에 미국 CIA가 있다’, ‘문재인이 북한과 내통했다’는 말이 당 내부 일부 유튜버들 사이에서 돌아다녔다. 지금도 그 연장선이다. 극단적인 주장으로 조회수를 올리고 그것이 곧 정치적 생명줄이 된 셈이다. 문제는 그런 음모론이 당의 정책과 미래를 향한 메시지를 덮어버린다는 것이다. 이대로 가면 또 한 번의 ‘태극기 집회 시즌2’가 시작될 수도 있다”라고 우려하면서 “당 지도부가 이런 극단적 발언자들을 사실상 방치하는 것은 강성 지지층 눈치를 보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당은 더욱 고립되는 결과를 낳는다. 혐오와 선동으로는 정권을 되찾을 수 없다. 지금은 ‘음모론 중독’의 끈을 끊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또한 우익 인사들의 이런 극단적 주장은 이재명 정권에 대한 악성 혐오를 표출함으로써 보수 지지층의 결속을 강화하고 자신들을 그 결속의 매개체이자 ‘투사’로 포지셔닝하려는 계산이 숨어 있습니다.

그들에게 ‘이재명’은 그 실체를 인정하는 ‘정치적 파트너’가 아니라 오로지 타도와 혐오의 ‘피사체’일 뿐입니다. 이재명이라는 존재는 정책이나 타협의 영역에서 논의되는 존재가 아니라 진영의 불안을 결속시키는 상징으로 소비됩니다.

그들은 ‘이재명’이라는 인물을 현실의 대통령으로서가 아니라 자신들의 정치적 생존을 정당화해주는 ‘가상의 적’(敵)으로 설정합니다. 이재명이 존재해야 자신들의 투쟁 서사도 유지되고 ‘슈퍼챗’도 팍팍 쏟아집니다.

그래서 음모론은 단순한 왜곡이나 거짓의 영역을 넘어서는, 정치적 생존 전략이 됩니다. ‘이재명은 친중이다’, ‘비자금을 해외로 숨겼다’는 식의 자극적인 서사는 사실이 아니어도 됩니다. 이재명 공격의 소재거리가 떨어지다 보니 ‘우리가 싸워야 할 이유’를 끊임없이 생산해야 합니다.

분노와 불신의 감정을 증폭시켜 지속적인 혐오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게 더 중요하게 됩니다. 결국 이재명은 극우세력의 담론 체계를 유지시키는 ‘필수 악역’이며 그가 사라지는 순간 그들의 존재 이유 또한 사라지고 맙니다. 정치를 슈퍼챗과 생존의 땔감으로 소비하는 극우들을 먼 산 보듯이 바라만 보는 현재 보수의 정치 수준, 참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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