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국민의힘이 이번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식거래 의혹을 받는 민중기 특별검사를 정조준하며 공세 수위를 끌어올렸다.
국정감사 기간임에도 이른바 ‘특검 출세 방지법’을 발의하는 등 공격적인 대응을 보이자 일각에서는 여권이 최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윤석열 전 대통령 면회 사태로 흔들린 여론의 흐름을 돌리기 위해 정치적 국면 전환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국민의힘 사법정의수호 및 독재저지 특별위원회 조배숙 위원장은 2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을 찾아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들을 수사 중인 민중기 특검을 자본시장법위반과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이날 조 의원은 고발장 제출 후 취재진에게 “민중기 특검에 대해 자본시장법상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이익을 취득한 사실과 양평 공무원을 강압·회유 조사해 자살에 이르게 한 직권남용 죄로 고발하기 위해서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기가 수사하고 조사를 하려면 자기는 그 문제에 있어 깨끗해야 한다는 클린핸드 원칙이 있다”며 “민중기 특검은 지금 조사 중인 김건희 피의자와 똑같은 네오세테크 주식에 투자했고 상장폐지·거래 정지 직전에 이를 팔아 치우며 30배 이상 수익을 챙겼다”고 주장했다.
조 의원은 민 특검이 해당 주식을 매입할 때뿐만 아니라 분식회계로 곧 거래정지될 것을 알고 내부자 정보를 이용해 이익을 취했으며 네오세미테크가 상장폐지되면서 약 7000명의 소액투자자가 4000억원의 피해를 입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조 의원은 “민중기 특검은 사퇴하고 수사를 받아야 한다”며 “이 특검은 해체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민 특검은 2010년 태양광 소재 관련 기업이 상장 폐지되기 전 보유하던 주식을 매도해 1억원을 넘는 시세 차익을 거둔 것으로 드러나면서 미공개 정보 이용 의혹이 제기됐다. 현재 국민의힘에서는 해당 업체 대표가 민 특검에게 상장폐지 등의 사실을 미리 전달한 것이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이에 민 특검은 전날 본인 명의의 언론 공지를 내고 “제 개인적인 주식 거래와 관련한 논란이 일게 돼 죄송하다”며 “다만 주식 취득과 매도 과정에서 미공개정보 이용 등 위법 사항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15년 전 개인적인 일로 현재 진행 중인 특검 수사가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묵묵히 특별검사로서의 소임을 다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검을 향한 공세 국면에서는 계파 간 이견 없이 여권이 단일대오를 형성하는 모습이다. 친한계로 불리는 국민의힘 안상훈 의원은 전날 특별검사의 공직 임명, 변호사 수임을 3년간 제한하는 내용의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발의한다고 밝혔다.
안 의원은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에서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된, 국민 앞에 당당한 특검 제도를 만들고자 한다”며 “특별검사와 특별검사보가 직무 종료 후 3년간 고위 공직에 임명될 수 없도록 제한했다”고 말했다. 이어 “또 변호사로서 3년간 관할 사건을 수임할 수 없도록 해 관련자와의 부당한 관계 형성이나 전관예우의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한동훈 전 대표가 ‘특검출세방지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촉구한 데 따른 후속 조치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이번 사태 이전에도 이미 민중기 특검을 향한 공세를 펼친 바 있다. 앞서 지난 10일 민중기 특검팀의 수사를 받은 이후 숨진 ‘양평군 공무원 사건’으로 국민의힘은 특검 수사의 판을 흔들었다. 당시 국민의힘은 민중기 특검 폭력 수사에 대한 특검법을 당론으로 발의한 데 이어 해당 사건을 ‘국가 폭력’으로 규정하며 더불어민주당에 협조를 촉구했다. 이후 국회사무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회 정문 해태상 앞에 ‘양평군청 희생자 분향소’를 설치하고 합동으로 조문하기도 했다. 지난 13일부터 시작된 국정감사에서도 맹렬한 비판을 이어갔다.
이처럼 연이어 특검을 겨냥해 공세를 펼쳐오던 국민의힘은 최근 ‘내란수괴’ 혐의로 수감 중인 윤 전 대통령 면회를 둘러싼 논란으로 정치적 논란과 내부 혼선에 직면했다. 장동혁 대표가 취임 이후 당의 단결을 거듭 강조하자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당을 괴롭혀온 내분 문제는 잠시 잠잠해진 듯했다. 그러나 장 대표가 윤 전 대통령 면회를 나서면서 이를 계기로 다시 분열 조짐이 관측된 것이다.
마침 국민의힘이 여당의 10·15 부동산 대책 논란과 대통령실 김현지 제1부속실장의 국정감사 증인 출석 등으로 대여 공세를 강화하던 시점에서 이뤄졌기 때문에 되려 여당에 역공의 명분을 제공한 데 이어 민심과 멀어질 수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장 대표는 “선거 당시 한 약속을 지킨 것일 뿐”이라며 논란을 일축했지만 갈등이 언제든 재점화될 가능성은 남아 있는 상황이다.
이를 두고 야당에서는 맹공을 이어갔다. 지난 20일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당대표는 “윤 전 대통령은 국민에게 총부리를 겨누고 민주주의와 헌정질서를 무너뜨린 내란의 주범”이라며 “심지어 당대표는 ‘싸우자’고 투쟁까지 선동했다. 내란에 동조한 과거를 반성하기는커녕 오히려 내란세력과 손잡고 단단히 무장한 내란 수괴 피의자와 또 다른 내란을 꾸미자는 말이냐”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위헌정당 해산 심판의 날’이 멀지 않았음을 명심하시기 바란다”고 경고했다.
범야권에서도 부정적인 목소리를 냈다. 개혁식당 이준석 대표는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하는 것이 범야권이 이재명 정부를 견제하는 데 무슨 도움이 되는 행보인가”라며 “심각한 오판”이라고 꼬집었다.
이 같은 여권 위기 국면 속에서 국민의힘은 정국 주도권을 되찾기 위한 시도로 ‘특검 공세’ 카드를 내밀었다. 다만 국정감사 기간에 특검을 향한 압박이 이뤄지면서 정책과 쇄신이 뒷전으로 밀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칫 ‘야당의 판’인 국정감사에서 정부의 정책 검증보다 정치적 공방에 치중하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특검 수사 과정에서 김건희 여사 등의 추가 비위가 드러나게 된다면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여당은 국민의힘의 이번 공세를 김건희 여사의 비리를 감추기 위한 수사 방해라고 규정했다. 더불어민주당 문대림 대변인은 지난 21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김건희 특검 수사가 본격화되자 특검의 과거 개인 주식 거래를 문제 삼아 수사 자체를 흔들려는 의도가 뚜렷하다”며 “내란으로 탄핵당한 전 대통령 배우자의 의혹을 수사하는 독립특검을 공격하는 것은 명백한 수사 방해 행위이며 사법 독립을 침해하는 위험한 행태”라고 비판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사태가 여권의 단기 대응 전략이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올랐다고 평가한다. 향후 국민의힘이 이번 공세를 시작으로 향후 어떤 정치적 메시지와 정책 방향을 제시하느냐에 따라 여론의 평가도 달라질 전망이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본보에 “여당은 ‘위헌정당 해산’이라는 목표로 두고 움직이고 있고 국민의힘은 비상계엄 관련 논란 속에서 방어와 공격을 번갈아 수행하며 수사 영향력을 최소화하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며 “친윤계 입장에서는 비상계엄이 ‘불가피했던 조치’라는 점에 대해 정당성을 인정받아야 그나마 재집권의 가능성이 열리지만 특검 수사로 윤 전 대통령의 내란죄와 일부 의원의 내란동조 처벌이 현실화될 경우 재집권 명분을 잃게 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현재 친윤계는 이제 비상계엄 영향권에서 벗어났다고 판단할 수 있겠지만 이는 당 내부 관점일 뿐 국민적 용서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단순 정쟁과 단기적인 전략으로는 섣불리 민심을 돌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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