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LG화학(051910)이 전 거래일 대비 13.01%(4만5000원) 급등한 39만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영국계 행동주의 펀드 팰리서 캐피털 UK(Palliser Capital UK)이 지배구조 개편과 주주환원 정책 강화를 요구한 이후, 투자심리가 급반등하면서 주가가 1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날 LG화학의 시가총액은 27조6016억원으로 불어나며, 코스피 시가총액 순위 22위를 기록했다. 외국인은 하루 동안 약 3000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강한 매수세를 보였다. 최근 한 달간 LG화학 주가는 30% 이상 상승했고, 올해 들어서는 누적 52%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이번 주가 급등은 제임스 스미스(James Smith) 팰리서 캐피털 최고투자책임자(CIO) 의 발언에서 비롯됐다. 그는 전날 뉴욕에서 열린 ‘13D 모니터 행동·수동 투자자 서밋’에서 “LG화학은 만성적으로 저평가된 기업”이라며 “지배구조를 단순화하고, LG에너지솔루션(LG엔솔) 보유 지분 일부를 매각해 자사주 매입 재원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팰리서 캐피털 UK에 따르면, LG화학은 현재 LG에너지솔루션 지분의 82%를 보유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팰리서가 이사회 개편과 자본 배분 개선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스미스는 “LG화학의 기업가치는 배터리 자회사 가치 대비 심각하게 할인되어 있다”며 “효율적 자본 구조와 투명한 거버넌스 체계 확립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팰리서의 개입으로 시장의 기대감이 커졌지만, 실적과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기초 체력(펀더멘털)은 여전히 개선이 필요한 수준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LG화학의 영업이익률은 –1.15%, 순이익률은 1.05%에 불과하다. 올해 예상 주당순이익(EPS)은 –3,214원, 추정 PER은 –121.7배로, 실적 턴어라운드 전까지 주가 상승세가 이어질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다만 시장 컨센서스는 투자의견 ‘매수(3.83점)’, 목표주가 35만7278원으로, 기관들은 이번 행동주의 압박이 LG화학의 중장기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환원 정책 강화를 촉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22일 기준 외국인 보유 비율은 33.47%(2362만8444주)로 집계됐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배구조 투명성과 자본 효율성을 중시하는 ESG 거버넌스 투자 흐름 속에서 LG화학의 개편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LG화학이 배당성향 확대와 자사주 매입을 단행한다면 PBR(주가순자산비율) 0.97배 수준의 저평가가 빠르게 해소될 수 있다”며 “행동주의 자본의 개입이 단기 모멘텀을 넘어 장기적인 기업가치 개선의 촉매제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LG화학의 이번 급등은 단순한 주가 이벤트가 아니라, 행동주의 자본이 한국 대기업 지배구조를 본격적으로 건드린 첫 사례 중 하나”라며 “지배구조 개편과 자사주 매입이 현실화될 경우, LG화학은 단기 반등을 넘어 구조적 리레이팅 국면에 진입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뉴스로드] 최지훈 기자 jhchoi@newsroa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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