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백연식 기자] 구글과 애플의 1대 5000 축척 고정밀지도 반출 요청에 따른 정부 결정을 한 달 앞두고 열린 국정감사에서 여야와 정부가 한 목소리로 ‘안보 위협’의 중요성을 제기했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와 국방부가 국감에서 고정밀지도 반출 여부에 대해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기 때문에 반출 불가에 무게가 실릴 것으로 보인다. 구글 측은 국감에서 국가안보시설 등의 경우 가림(블러) 처리 등 보안 조치를 하겠다고 했지만, 수정 주체는 구글이 돼야 한다는 기존 입장에는 변함이 없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다음 달 11일 구글, 12월 8일 애플의 지도 반출 신청에 대한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두 건을 병합 심의해 이달 말 또는 다음 달 초에 결론을 내릴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정부 내 지도 반출 심의는 국토교통부, 국방부, 외교부, 국가정보원, 산업통상자원부, 행정안전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의 8개 부처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통해 이뤄진다.
구글은 지난달 기자간담회를 열고 위성 이미지 속 보안시설을 가림 처리하고 한국 영역 좌표 정보를 국내외 이용자들에게 보이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제안한 반출 조건 중 일부를 수용한 것이다.
구글은 축척 1대 5000 지도 데이터는 국가기본도로 ‘정밀 지도’가 아니라고 주장해 논란이 불거졌다. 축척 1대 500부터 1대 2만5000까지의 비교표를 제시해 1대 1000 지도부터가 ‘정밀 지도’라는 게 구글 측 주장이다. 1대 5000 지도는 50m 거리를 지도상 1㎝로 표현해 골목길까지 세세하게 식별할 수 있다.
지난 13일 열린 국방위원회와 국토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고정밀지도 반출 문제를 두고 의원들이 안보 위협 가능성을 언급했다.
황명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구글의 군사시설 노출과 잘못된 정보가 표기된 정밀지도 반출이 한반도 안보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며 “정밀지도가 상업위성 정보나 소셜미디어, 전력, 상수도, 통신은 물론 교통·물류 정보와 결합하면 테러에 활용될 가능성도 커진다”고 우려했다.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고정밀지도 데이터의) 주도권이 구글에게 넘어가면 사실 안보상 중대한 위기가 있지 않느냐는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8개 부처가 다 연관이 돼서 토의가 돼야 되는 문제인데, 구글이 명쾌히 하지 않으면 안보상의 관점에서는 동의하기가 어려운 사항”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국감에서 고정밀지도 반출 여부에 대해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안보 위해 요소가 없어야 국외 반출을 허용할 수 있다는 게 국방부 기본 입장이며, 국토부 등 8개 부처가 관련돼 있는데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또 안 장관은 고정밀지도가 구글에 넘어갔을 때 안보와 관련된 부분이 구글에 넘어가지 않게 할 수 있냐는 황희 의원의 질의에 “가능하지는 않다”며 “국내 기업은 조정 통제가 가능한데 해외 기업은 사실상 원칙적으로 쉽지 않다”고 답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도 “내부적으로 정확하게 안 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며 국토부의 반대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구글도 물러서지 않았다. 황성혜 구글코리아 대외협력정책 부사장은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구글의 기존 입장을 반복하며 의원들의 지적을 반박했다.
황 부사장은 “(지도를 반출하면) 위성 정보 등은 별개로 가림 처리해 보안 시설이 드러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부승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가림 주체가 정부가 돼서는 안 되냐는 질문에 대해 황 부사장은 수정 주체가 구글이 돼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구글이 지도 데이터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동해를 ‘일본해’라고 표기한 건에 대해 황 부사장이 ‘중립적인 표현’이라고 발언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부 의원이 “한국이 지도 데이터를 구글에 제공하고 구글이 데이터의 가림 처리 주체가 되면 잘못된 표기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질문하자 황 부사장은 “(구글 지도는) 전 세계에서 통용되는 서비스다 보니 그런 지역은 중립적 언어를 쓰게 된다”고 말하며 논란을 초래했다.
국민의힘 소속 성일종 국방위원장도 황 부사장을 향해 “국감이 끝나고 돌아가면 위원들이 제기한 문제(안보 우려)를 구글 본사에 정확하게 보고해 달라”며 “또 독도나 동해 문제는 각 나라가 사용하는 방식이 다른데 함께라도 써줘야 하는 게 최소한의 예의”라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수석전문위원을 지낸 안정상 중앙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는 “남북이 군사적으로 대치 중인 한국은 타국과 안보 현실이 다르며 국내에서 생성된 정보는 국민의 세금으로 구축된 공공 자산인 만큼 정보주권 차원에서도 정부가 이를 통제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관광 편의성 향상’, ‘산업 혁신 유도’ 등 구글의 명분은 설득력이 부족하며 이미 국내 기업과 일부 해외 기업은 1대 2만5000 축척 지도만으로도 충분한 서비스를 제공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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