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박재형 기자] 미국이 주요 교역국을 상대로 철강·알루미늄 파생 제품에 대한 관세 확대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현실화되면서 통조림·캔 제품 등을 주력으로 하는 국내 식품기업들이 또다시 위기에 직면했다.
문제는 정부의 방어책이 여전히 특정 산업에 집중돼 있어 관세·규제 등 구조적 리스크를 앞둔 식품업계의 피해 규모가 당초 예상을 훨씬 웃돌 것이란 점이다.
22일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자국 기업으로부터 받은 2차 철강·알루미늄 파생 제품에 50%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이 논의 중이다. 이 같은 정책 추진에는 자국 제조업 보호를 요구하는 미국 산업계의 압박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조림·캔 제품이 계속 무관세로 수입될 경우 미국 알루미늄 생산 업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미다.
통조림, 캔 등을 대상으로 한미 FTA에 따라 0%였던 관세가 50%까지 오를 가능성이 거론되자 국내 식품업계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통조림·캔 제품 특성상 완제품 단위 HS코드에 따라 관세가 적용돼 피해 범위가 당초 예상보다 훨씬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아직 우리나라가 미국과 관세 합의를 매듭짓지 못한 상황에서 대상 품목 확대는 수출기업의 추가적인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는 단순한 원가 상승을 넘어 직접적인 비용 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크다. 무관세 혜택을 받아왔던 통조림과 캔 식품이 철강·알루미늄 함량에 따라 최대 50%의 고율 관세가 추가로 부과될 경우 제품 단가는 급등하고 미국 시장 내 가격 경쟁력도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기업들이 관세 산정을 위해 완제품 내 금속 함량을 별도로 측정·증명해야 하는 행정 부담까지 떠안게 된다. 이 과정에서 중소 수출업체는 인력과 비용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워 물량 축소나 시장 철수를 검토할 수 있다는 우려도 따른다.
현재 식품산업은 국가적 주력 산업으로 분류되지 못한 만큼 실질적인 정책 지원 대상에서 후순위로 밀려 있는 상황이다. 정부의 수출입 지원 정책이 반도체나 자동차, 배터리 등 전략산업에 집중되면서 식품기업들은 관세, 환율 등 복합적인 대내외 리스크를 스스로 흡수해야 하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
이처럼 정책적 보호 수단 공백이 장기화되면 외부 충격에 대한 방어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통상 식품 실적은 원자재 가격과 관세, 환율 등 교역 환경 변화에 직접적으로 영향받기 때문에 재차 관세 강화가 실현될 경우 변동 폭이 매우 높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업계 일각에서는 과거 철강이나 중공업처럼 식품산업도 일정 수준의 전략산업으로 분류해 중장기적 보호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K푸드의 시장 내 입지를 고려하면 단기적인 관세 대응보다 산업 기반의 제도적 정비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기업 차원의 연구개발과 글로벌 유통망 확보를 병행하는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으나, 정책적 후속 지원이 뒷받침되지 않아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식품산업의 성장세가 일시적 흐름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제도와 시장이 함께 맞물리는 구조 전환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산업을 보호 중심으로만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수출국별 관세 통상 리스크를 상시 관리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특히 식품산업이 한류와 함께 글로벌 소비재로 부상하고 있는 만큼 산업 단위의 교역 전략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이번처럼 외부 변수에 반복적으로 노출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조연성 덕성여자대학교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지금 K푸드는 호랑이 등에 올라탄 상황에 비유할 수 있을 정도로 전성기를 달리고 있지만, 일부를 지키기 위해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는 것으로는 산업의 경쟁력을 보태기 힘들다”며 “업계가 글로벌 유통망 확충이나 개발 지원금 확대 등 필요한 사안을 지속적으로 제안하고, 정책 논의의 주체로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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