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K저축은행 베테랑 세터 이민규(오른쪽)가 21일 대전충무체육관에서 열린 삼성화재와 V리그 남자부 원정경기 도중 외국인 미들블로커 오데이와 손을 마주치고 있다. 사진제공|KOVO
“이렇게 오랜시간이 걸릴 줄 몰랐어요.”
V리그 남자부 역대 6번째로 1만 세트를 돌파한 OK저축은행 베테랑 세터 이민규(33)가 담담하게 웃었다. 그는 21일 대전충무체육관에서 열린 삼성화재와 ‘진에어 2025~2026 V리그’ 개막전에서 선발 세터로 출전해 47세트를 성공, 개인 1만15개를 달성했다. 팀도 풀세트 접전 끝에 3-2로 이겨 더욱 값진 기록이 됐다.
1만 세트를 달성한 건 최태웅 전 현대캐피탈 감독과 권영민 한국전력 감독, 한선수, 유광우(이상 대한항공), 황택의(KB손해보험) 이후 그가 처음이다. 기록은 더 빨리 나올 수 있었다. 군 입대를 앞둔 2021년에 9000개를 넘겨 한 시즌이면 가능하다고 봤다.
그런데 4년이나 걸렸다. 군 복무도 있지만 전역 후 이런저런 아픔이 겹쳤다. 부상에 오기노 마사지 전 감독(일본)이 추구하는 배구와 잘 맞지 않아 웜업존에 머문 시간이 길었다.
묵묵히 기다리자 기회가 왔다. 지난 시즌 후 오기노 감독이 사퇴하고, 신영철 감독이 부임했다. 현역 시절 명세터 출신인 신 감독은 이민규를 주전으로 정하며 “널 레전드로 만들어주겠다”고 약속했다. 물론 쏟아지는 지시는 감내해야 했다. 훈련이나 경기 중 신 감독의 시선과 입은 후배 세터에게 집중된다.
삼성화재전을 마친 뒤 이민규는 “1만 세트가 조금 늦어졌어도 감사한 일이다. 감독님의 잔소리도 내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며 미소를 보였다. 경기 당일에도 둘은 ‘티 타임’을 가졌다. 신 감독은 “오전 훈련 중 보인 토스가 괜찮다. 이대로 해보라”고 주문했고, 이민규는 최대한 이행해 결과를 냈다.
신 감독이 줄곧 강조하는 건 ‘공끝 살리기’다. 안테나 높이 아래로 공이 떨어지지 않도록 연결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민규는 “아주 미세한 각도에 오류가 생길 수 있다. 늘 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삼성화재전에선 세부 지시가 있었다. 서브 공략, 특정 선수를 향한 공격 집중 등이다.
물론 동료와의 호흡은 기본이다. 외국인 주포 디미타르 디미트로프는 물론, 미들블로커 박창성과 트렌트 오데이의 높이를 극대화한 팀 플레이가 여기서 나왔다. 이민규는 ““지금은 더 많이 뛰며 내가 괜찮다는 걸 증명해야 한다. 감독님은 ‘세터에 성적이 달렸다’는 말씀을 하신다. 동기부여가 충분하다”며 활짝 웃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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