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시중은행과 국책은행이 지난 10년간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위해 28조 원에 달하는 자금을 투입했지만, 절반이 넘는 기업이 결국 경영 정상화에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대구 달성군)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올해 8월 말까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SC제일·씨티·산업·IBK기업·수출입은행 등 10개 주요 은행이 진행한 기업 구조조정 사례는 총 326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121개 기업이 회생에 성공했지만, 157개 기업은 실패해 구조조정 실패율은 56%에 달했다. 나머지 48개 기업은 현재 진행 중이다.
은행권이 투입한 구조조정 자금은 총 28조1,299억 원이었으며, 이 중 회수된 금액은 11조5,589억 원으로 회수율은 41.1%에 불과했다. 특히 전체 지원금의 87.9%를 담당한 국책은행의 회수율은 산업은행 36.1%, 기업은행 34.0%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회생 가능성이 낮은 기업에 대한 낙관적 평가가 반복되면서 자금이 비효율적으로 쓰이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구조조정에 걸린 기간도 평균 58개월, 즉 약 5년에 달했다. 가장 오래 걸린 사례는 농협은행이 담당한 기업으로, 무려 169개월(14년)을 기록했다. 현재 182개월 이상 진행 중인 농협은행 구조조정 기업도 존재해 '최장기 구조조정' 불명예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규모별로는 대기업 30개 중 7개(23.3%)만 구조조정에 실패했지만, 중소기업의 경우 248개 중 150개(60.5%)가 실패해 중소기업의 회생 가능성이 현저히 낮았다.
특히 정부가 산업구조 전환을 유도하고 있는 석유화학 업계의 자율 구조조정도 지연되면서 금융권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석유화학 업계의 자구 노력이 늦어지면서 금융권의 지원 규모도 확정되지 못한 상태"라며 "정부가 산업정책과 구조조정을 연계한 실효성 있는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추경호 의원은 "글로벌 통상환경 변화로 산업구조 재편이 빠르게 진행되는 만큼, 현행 구조조정 제도의 실효성을 면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부실기업을 무한정 연명시키는 관행에서 벗어나 선제적 산업재편과 책임 있는 자금지원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폴리뉴스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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