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 소비 키워드, 페르소비?
젠지의 지갑은 ‘추구미’에서 열린다. 좋아하는 인플루언서의 세계관을 소비하는 ‘페르소비(Persona Consumption)’ 현상이 패션 시장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이 언니다. 인스타그램에서 추구미에 부합하는 인플루언서를 발견했다. ‘카디건 예쁘네, 가방은 어디 거지?’ 하는 호기심이 댓글창을 타고 이어진다. “정보 좀 주세요!”라는 반응에 인플루언서는 곧바로 태그를 남긴다. 바로 자신의 이름을 건 의류 브랜드다. 피드 속 제품에는 그인플루언서의 취향과 감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최근 업계 전반에서 흔히 목격되는 장면이다. 자신의 추구미에 기반한 인플루언서 브랜드를 소비하는 Z세대가 점점 많아지고 있기 때문.
도대체 이 언니를 왜 따라 입고 싶을까? 해답은 젠지의 새로운 소비 패턴에서 찾을 수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에 의하면 올해 패션 시장의 중심에는 세분화된 젠지의 취향이 있다. 그중에서도 페르소비에 주목해야 한다.
페르소비는 ‘페르소나(Persona)’와 ‘소비(Consumption)’의 합성어로, 좋아하는 인플루언서나 셀럽의 감성과 세계관을 따라 소비하는 현상을 뜻한다. 이는 단순히 스타일을 모방하는 수준을 넘어 해당 인물의 서사를 공유하며 소비자가 그의 라이프스타일에 깊이 이입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Z세대의 선택 기준은 ‘제품’ 그 자체보다 ‘브랜드 창립자의 취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특히 강력한 팬덤을 보유한 인플루언서가 직접 브랜드를 론칭하거나 뮤즈로 전면에 나설 경우, 전통적 광고보다 훨씬 강력한 설득력을 발휘한다.
대표적으로 모델 겸 인플루언서 서지수는 약 40만 팔로어를 기반으로 2022년 ‘스마트어반유즈풀(SUU)’을 시작해 2023년 ‘코이세이오(Coyseio)’로 리브랜딩했다. 그의 취향을 고스란히 반영한 아이템은 드롭 직후 완판되며 코어 팬층의 힘을 입증했다. 실험적 실루엣으로 주목받은 ‘604 서비스’는 디렉터 박유경의 별명에서 비롯한 브랜드명으로 스토리텔링을 강화했다. 또한 건국대 출신 디렉터 오승령, 김혜진이 론칭한 ‘샵 페어리(fa.er.ie)’, 인플루언서 이현지의 ‘보헤미안 서울(Bohemseo)’은 개인의 미감이 곧 소비로 이어지는 흐름을 보여준다.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활동해온 김소라 디렉터의 ‘프레클(Freckle)’은 W컨셉 입점과 동시에 억대 매출을 기록하며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이러한 패턴은 해외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덴마크 인플루언서 무스가르 자매가 2021년 설립한 ‘리에 스튜디오(Lie´ Studio)’는 론칭 3년 만에 매출 250만 유로를 기록하며 100여 개 글로벌 스톡 리스트를 확보했다. 카일리 제너가 2023년 선보인 ‘카이(Khy)’는 첫 드롭에서 1시간 만에 100만 달러 매출을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Y2K 스타일로 SNS 팬덤을 보유한 벨라 맥패든의 ‘아이걸(iGirl)’은 누적 매출 100만 달러에 힘입어 뉴욕에 오프라인 매장까지 열었다. 틱톡 스타 찰리, 딕시 다멜리오 자매의 ‘소셜 투어리스트(Social Tourist)’는 틱톡 라이브 패션쇼를 통해 3억5700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 약 220만 달러 규모의 광고 효과를 창출했다.
사례들의 공통점은 추구하는 이상향을 실현하고자 하는 욕망이 소비로 이어지는 젠지의 성향과 맞물려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McKinsey & Company)는 Z세대를 ‘정체성과 진정성에 민감한 세대’라고 정의한다. 단순한 가격 경쟁력이나 기능적 가치보다 브랜드의 철학, 창립자의 내러티브, 그 안에 담긴 세계관이 구매의 핵심 요인이라는 말이다.
트렌드 예측 기관 WGSN 역시 올해 전망에서 ‘하이퍼 퍼스널 스타일 (Hyper-personal Style)’을 키워드로 제시하며, 패션이 Z세대에게 자기표현과 정체성 증명의 도구임을 강조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Z세대의 인플루언서 기반 소비는 단순한 스타일 모방이나 팬덤 충성도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라 세계관을 공유하려는 성향으로 읽힌다. 소비자가 ‘이 언니’를 따라 입는 행위는 개인적 취향 소비를 넘어 집합적 세대 패턴으로 확장되는 중이다. 페르소비는 패션 산업의 질서를 바꾸는 또 하나의 열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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