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주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북한이 22일 오전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APEC을 계기로 깜짝 북미 정상회담을 할 수 있다는 전망이 여러 곳에서 나온 가운데 미사일 발사가 이뤄진 만큼 북한의 의도적인 도발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2일 동북 방향으로 SRBM 수발 발사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첫 탄도미사일 도발
22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우리 군은 22일 오전 8시 10경 북한 황북 중화 일대에서 동북 방향으로 발사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로 추정되는 발사체 수발을 포착했다.
포착된 북한의 미사일은 약 350km 비행했다. 이날 미사일은 동북 방향으로 발사돼 동해상이 아닌 내륙에 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는 정확한 제원을 정밀분석 중에 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지난 5월 8일 여러 종류의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을 섞어서 발사한 이후 167일 만이다. 올해 들어선 5번째 탄도미사일 발사다.
북한은 한미 연합훈련이나 미 전략자산 전개 등 자극할 만한 요인이 있을 때 단거리미사일을 발사하며 반발감을 드러내 왔다.
이번 미사일 발사는 이재명 정부 이후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움직임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의 내주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 방한을 앞두고 이뤄져 주목된다.
북한이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점으로 미뤄볼 때 이번 도발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일주일 앞두고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목적이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29~30일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방한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개발 중인 탄도미사일을 시험하기 위해 도발에 나섰을 가능성도 있다. 북한은 지난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80주년 열병식에서는 신형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20형'을 처음 공개한 바 있는데, 조만간 시험발사를 감행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미대화 가능성 커지는 와중에 미사일…트럼프 응답할까
최근 APEC을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 가운데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함에 따라 향후 트럼프 대통령의 대응에 관심이 모아진다.
미국 CNN 방송은 지난 18일(이하 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아시아를 방문할 때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는 문제를 트럼프 행정부 당국자들이 비공개로 논의해 왔다고 보도했다.
다만 그런 회담을 개최하는 데 필요한 실무 계획 준비(logistical planning)가 진지하게 이뤄진 것은 아니며, 북한과 소통도 없었다고 CNN은 덧붙였다.
보도 내용을 종합해 보면 북미 간에 아직 실질적 움직임은 없지만, 이번 아시아 방문을 계기로 북미대화가 이뤄질 가능성에 대비하는 차원의 논의가 트럼프 행정부 내부에서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워낙 예측불허 기질이고, 2019년 6월 판문점에서의 '깜짝' 남북미 회동도 그의 즉흥적 제안에 따라 이뤄졌다는 점에서 이번 APEC 계기 북미 대화도 급물살을 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런 가운데 유엔사가 10월 말을 전후한 일정 시일에는 판문점 특별견학을 하지 않을 것이라 밝히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간에 있을지도 모르는 판문점 회동에 대한 대비라는 해석도 나왔다.
아직까지 트럼프 대통령이나 백악관은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국가안보실, 긴급안보상황점검회의…"상황 주시"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은 22일 북한이 동북 방향으로 미상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수기 발사한 것과 관련해 긴급 안보 상황 점검 회의를 개최했다.
국가안보실은 이날 안보실 및 국방부·합참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안보 상황 점검 회의를 갖고 대응책을 논의했다.
국가안보실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관련 상황을 대통령께 보고드리며 상황을 주시해 왔다"며 "회의를 통해 안보실과 국방부 및 군의 대응 상황을 점검하고 한반도 상황에 미칠 영향을 평가했다"고 밝혔다.
또 "정부는 북한의 추가적인 미사일 발사 가능성 등 관련 동향을 면밀히 예의주시하면서 필요한 조치들을 검토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다카이치 "한미일 협력해 대응에 만전…피해 없어"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22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경계 데이터의 실시간 공유를 비롯해 한미일이 긴밀히 협력해 대응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며 피해 정보는 없다고 밝혔다.
다카이치 총재는 이날 관저에서 취재진을 상대로 "한국의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한) 발표가 있어 외출 일정을 변경해 상황을 보고받았다"며 이처럼 말했다.
그는 "일본 영해나 배타적경제수역 비행은 확인되지 않았다"며 "피해 보고 등 정보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다카이치 총재는 "방위상과 외무상에게 계속해서 필요한 정보의 수집·분석을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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