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일가서 발견된 인사 문건, 경찰 내부서도 ‘일파만파’

김동권 경기북부경찰청장이 지난 21일 경기 수원시 경기남부경찰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김건희 여사 일가에서 발견됐던 경찰 인사 관련 문건에 대해 경찰 내부에서 자체 조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해당 의혹의 영향으로 경찰 내부 인사도 지연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22일 정치권과 경찰 내부에 따르면 김 여사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경찰 4명의 이력이 담긴 인사 문건을 보관하고 있던 사실이 알려지며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앞서 KBS는 지난 20일 특검이 최씨의 요양원 금고에서 총경 2명과, 경정 2명의 프로필을 발견했지만 실물은 확보하지 못했다고 단독 보도한 바 있다.

김건희와 명태균·건진법사 관련 국정농단 및 불법 선거개입 사건 등 진상규명을 위한 민중기 특별검사팀(이하 김건희 특검팀)은 지난 7월 최씨의 요양원을 양평 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압수수색하면서 경찰 인사 관련 문건을 발견했다. 당시 이 문건은 압수수색 영장 범위에 없어 사진만 남겼고 이후 새로 영장을 발부받아 현장에 갔지만 실물 문건은 사라진 뒤였다.

해당 문건에는 이력이 적힌 이들이 경기북부경찰청의 요직을 맡으면 ‘남양주 의원들의 자금줄을 차단할 것’, ‘찐 보수의 발령으로 좌파의 활약을 막을 것’ 등의 내용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건희 특검팀은 김 여사 일가가 경찰 인사에 개입하려 한 정황으로 볼 수 있는 문건이 사라지자 해당 의혹과 함께 수사방해 혐의도 수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동권 경기북부경찰청장은 해당 사안에 대해 지난 2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문건에 대해 사실관계를 조사하지 않았다. 신원을 별도로 파악하지는 않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자체 조사를 진행하겠다”라고 밝혔다.

이날 국감장에서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문건에 있는 4명은 권력에 줄을 대 입신양명을 도모한 자들”이라며 “100번 양보하더라도 최씨가 어떻게 경찰 프로필을 갖고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실패한 로비라 해도 시도 자체가 공직기강을 무너뜨리는 행위다. 특검 수사와 별개로 경찰의 자체 조사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한 경찰 내부 관계자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치안감 인사가 나온 뒤에는 경무관과 총경 인사가 이어져야 하는데 늦어지고 있다. 들리는 얘기로는 최씨 금고에서 나온 인사 문건이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귀띔했다. 그는 “알만한 사람들 사이에서는 설이 무성하다. 다시 작업에 들어갔다는 얘기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전 정권에서 2년 동안 3계급을 진급한 인사도 있었고 눈에 띄는 일을 하고 요직으로 가는 인사도 있었다”라며 “정권은 바뀌었지만 경찰 내부에는 잔재 세력들이 포진해 바뀌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래서야 경찰 개혁이 가능할까 하는 불만도 많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경찰청은 지난달 25일 치안정감 및 치안감 고위직 전보 인사를 발표했다. 경찰청정(치안총감) 바로 아래 계급인 치안정감 전보 인사에는 5명이, 치안감 인사에는 23명이 이름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