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이 삼성전자와 손잡고 확장현실(XR) 기술을 선박 건조 현장에 접목하며 '스마트 조선소'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22일 공개된 삼성전자 '갤럭시 XR 쇼케이스'에서 삼성중공업의 엔지니어가 XR 헤드셋을 착용한 채 3D로 구현된 LNG 운반선 엔진을 가상 공간에서 검사하는 시연 장면은, 조선 산업의 디지털 전환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상징한다.
이번 협력은 단순한 기술 제휴가 아니라 삼성전자와 삼성중공업이 AI·XR·디지털 트윈 기술을 매개로 산업과 제조를 연결하는 '그룹형 융합 혁신 모델'을 실현하는 첫 사례로 평가된다.
'XR 협력'의 세 가지 축—교육, 설계, 검사
삼성중공업은 이미 2018년부터 조선소 내 직무 교육과 도면 검토 등에 가상현실(VR) 솔루션을 활용해 왔다.
특히 복잡한 선박 구조물의 설계나 용접·조립 단계에서 VR을 활용하면 실제 작업 전 시뮬레이션을 통해 작업자 안전 확보와 숙련도 향상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
이번 MOU를 통해 이 VR 기반 교육 시스템이 XR로 확장된다.
XR은 가상(VR)과 현실(AR)을 결합해 사용자가 실제 공간 위에 3D 객체를 시각화·조작할 수 있는 기술로, '패스스루(Passthrough)'와 '핸드 트래킹(Hand Tracking)' 기술을 통해 작업자가 LNG 운반선의 엔진을 직접 눈앞에서 다루듯 검사할 수 있다.
결국 삼성중공업은 설계 단계의 디지털 트윈화, 조립·검사 단계의 XR 시각화, 교육·훈련 단계의 몰입형 시뮬레이션이라는 세 가지 혁신 축을 동시에 가동한 셈이다.
기술적 함의 : '멀티모달 AI + XR'로 진화하는 조선 기술
삼성중공업은 향후 XR 기술에 멀티모달(Multi-modal) AI와 고성능 VST(Video See-Through), 고속 렌더링(Rendering) 기술을 결합해 솔루션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멀티모달 AI는 영상·음성·제스처 데이터를 통합 분석해 작업자의 의도와 상황을 실시간으로 인식하는 기술로, 향후 작업자 음성 지시나 시선 추적만으로도 선박 구조물을 조작·점검할 수 있게 한다.
고성능 VST는 카메라 영상을 실시간으로 투사해 가상 객체와 실제 사물을 자연스럽게 융합하는 기술로, 복잡한 선체 내부 구조나 배관 설계를 현장감 있게 재현한다.
즉, XR은 단순 '교육용 가상현실'이 아니라, 'AI가 조선소의 눈과 손이 되는 기술'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산업적 의미 : 제조업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2.0'
이번 협력은 조선 산업이 전통적 중공업의 영역을 넘어 AI·XR·센서 기술이 융합된 첨단 제조 산업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상징한다.
삼성중공업은 이미 2023년부터 ▲디지털 트윈 기반의 선박 설계 ▲스마트 생산관리시스템(Smart Yard) ▲AI 기반 품질 예측 시스템 등을 단계적으로 구축해왔다.
여기에 XR 기술이 결합되면 설계 효율성 향상, 작업자 안전 강화, 생산 리드타임 단축, 글로벌 고객 맞춤형 선박 교육 서비스 확대 등 다층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특히 삼성중공업이 대만 에버그린(Evergreen) 본사에 친환경 선박 VR 교육 솔루션을 공급한 사례는 XR 기술이 신규 매출원이자 글로벌 서비스 사업 모델로 확장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삼성전자와의 시너지 : 그룹 차원의 'AI-XR 산업 생태계' 구축
이번 협력은 삼성전자 입장에서도 의미가 크다.
'갤럭시 XR'은 소비자용 디바이스로 출발했지만 삼성중공업 사례를 통해 B2B 산업용 XR 생태계로 확장하는 계기가 마련됐다.
삼성전자는 XR 기기 하드웨어와 OS, 삼성중공업은 산업 현장 솔루션·콘텐츠를 맡으며 양사는 ▲신제품 설계 ▲공동 브랜딩 홍보 ▲차세대 사업발굴 등으로 협력을 넓힐 예정이다.
이는 단순한 '계열사 간 MOU'가 아니라 "삼성전자의 기술력 + 삼성중공업의 산업 현장 노하우"라는 그룹 내 AI·XR 융합 시너지의 첫 실증 사례로 평가된다.
[폴리뉴스 정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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