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정철우 기자] 가전기업을 넘어 '생활 인텔리전스 기업'으로
LG전자가 'AI 냉장 관리'와 'AI 홈 허브'라는 두 축을 잇따라 내놓으며, "가전 중심의 AI"에서 "생활 전반의 인텔리전스 플랫폼"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최근 출시된 ▲AI 김치냉장고 '디오스 오브제컬렉션 김치톡톡'과 ▲AI 홈 허브 '씽큐 온(ThinQ ON)'은 그 상징적 결과물이다.
두 제품은 단순히 AI 기능이 들어간 가전이 아니라 사용자 대화·습관·식생활 데이터를 학습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안하는 '생활형 AI 시스템'이다.
LG전자는 이들 제품을 통해 "AI가 인간의 생활을 이해하고 돌보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으며, 이는 곧 '생활 AI 생태계(Life Intelligence Ecosystem)' 구축의 시작점이라 할 수 있다.
김치냉장고에 담긴 AI의 '감각 지능' — 미식까지 계산하는 데이터 기술
'디오스 AI 오브제컬렉션 김치톡톡'은 LG가 생활가전에 AI를 본격 적용한 대표 사례다.
핵심은 'AI 맞춤보관' 기능이다. 고객이 씽큐 앱으로 포장김치의 바코드를 스캔하면, 제조사·김치 종류 데이터를 분석해 숙성에 최적화된 온도를 자동 설정한다.
비비고·종가집·풀무원 등 제조사별 발효 패턴을 학습한 AI가 '김치의 맛'을 수치화해 관리한다는 점에서, LG의 AI는 인간의 '미각' 영역으로 확장됐다.
또한 AI는 사용 패턴을 분석해 문 개폐 빈도가 높은 시간대에는 제상(除霜) 동작을 조절, 냉기 손실을 줄인다. 이는 에너지 효율까지 고려한 '맥락 인식형 제어(Contextual Intelligence)'의 구현이다.
이 제품은 단순 보관용 기기가 아니라 'AI 기반 식재료 관리 플랫폼'으로 재정의된다. 김장철 외에는 각 칸을 야채·곡물·냉동 보관 등으로 변환해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돼, AI가 계절과 식습관을 학습하는 구조를 갖췄다.
'씽큐 온(ThinQ ON)' — 대화하는 집, 스스로 배우는 AI
한편, 'LG 씽큐 온'은 LG의 AI 전략을 '가전 단위'에서 '공간 단위'로 확장한 결정체다.
사용자의 자연어 명령을 이해해 여러 가전을 동시에 제어할 수 있고, 생활 패턴을 학습해 자동으로 환경을 조정한다.
"하이 엘지, 에어컨 끄고 로봇청소기 돌려줘. 한 시간 후 제습기 켜줘."
이 한 문장 속의 맥락, 시간, 순서를 AI가 이해하고 실행하는 것이다.
생성형 AI 기술이 탑재돼, 씽큐 온은 단순 응답이 아닌 '대화 기반 서비스 제안형 허브'로 작동한다.
예컨대 "오늘 미세먼지가 많아, 공기청정기 강하게 틀까요?"처럼 AI가 상황을 인식하고 행동을 제안하는 수준까지 진화했다.
여기에 IoT 디바이스를 결합한 '스마트스타트(Smart Start)' 패키지는 센서·조명·플러그 등을 연동해 공간 전체를 AI가 통합 제어하는 구조를 완성한다.
즉, LG는 '김치톡톡'에서 음식의 맛을 관리하고, '씽큐 온'에서 공간의 공기와 빛, 온습도까지 제어함으로써 생활 전반의 물리적 환경을 AI로 통합했다.
기술의 뿌리 : 개방형·보안형·연결형 AI 플랫폼
LG의 AI 경쟁력은 단순한 모델링이나 챗봇 기능에 있지 않다.
세 가지 축이 기술적 차별성을 만든다.
개방성(Open Connectivity)
씽큐 온은 글로벌 표준인 '매터(Matter)' 인증을 받아 타 브랜드 기기와도 연동된다.
이는 "LG 생태계 중심"이 아닌 "모든 가전 생태계의 중심"을 목표로 하는 개방 전략이다.
보안성(Security Intelligence)
자체 보안 체계인 'LG 쉴드(LG Shield)'는 제품 개발 전 과정에서 취약점 분석과 실시간 침입 탐지를 수행한다.
AI 시대의 '데이터 윤리'와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기술적 기반이다.
서비스 확장성(ThinQ Play Ecosystem)
AI 제어를 넘어, 택시 예약·캘린더·음악 스트리밍 등 800여 개 앱을 연동한 '씽큐 플레이(ThinQ PLAY)'는 AI를 생활 서비스 플랫폼으로 확장하는 허브 역할을 한다.
이로써 LG는 AI를 가전에 덧붙이는 수준을 넘어, AI가 사람의 삶을 관찰·예측·관리하는 인프라 기술로 발전시키고 있다.
AI 전략의 본질 — "생활 속 맥락을 읽는 인공지능"
LG전자의 AI 전략은 구글·아마존이 구축한 '데이터 중심 AI'와는 다른 방향성을 가진다.
LG는 가전 사용의 맥락(Context) — 즉, '언제·왜·어떻게'라는 생활 패턴을 중심으로 AI를 설계했다.
냉장고는 미각을 학습하고, AI 허브는 생활 리듬을 학습한다.
이는 '감성지능형 AI(Emotional Context AI)'의 개념에 가깝다.
LG전자 HS사업본부장 류재철 사장이 말한 "고객과 친구처럼 공감하며 소통하는 AI 홈"이라는 표현은, 기술적 완성보다 생활 속 감각과 감성의 융합을 강조한 메시지다.
시장 전망과 전략적 위치
시장조사기관 인사이트에이스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AI 기반 스마트홈 시장은 연평균 21.3% 성장해 2034년 약 1,041억 달러(149조 원)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LG전자는 이 성장 구도를 선점하기 위해 ▲AI 가전(디오스 AI) ▲AI 허브(씽큐 온) ▲AI 공간(스마트코티지·슈필라움 등)으로 이어지는 삼중 구조의 AI 확장 전략을 전개하고 있다.
이 전략의 본질은 "제품이 아닌 생활 경험을 파는 기업"으로의 진화다.
AI는 이제 냉장고의 기능이 아니라, LG의 새로운 브랜드 정체성이 되고 있다.
'AI 기술력의 LG', 가전회사의 한계를 넘다
LG전자의 최근 행보는 'AI가전을 잘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 '생활 전체를 데이터로 설계하는 기술 기업'으로의 진화 과정이다.
AI 김치톡톡이 인간의 '맛'을 이해하고, 씽큐 온이 인간의 '생활 리듬'을 이해하듯, LG의 AI는 점차 감각·공간·시간을 아우르는 생활 인텔리전스(Life Intelligence)로 진화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스마트홈의 진화"가 아니라, 인간 중심 기술(Human-Centered AI)을 구현하려는 LG의 철학이 시장에서 실체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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