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용평가기관 S&P가 21일(현지시간) LG전자의 신용등급 전망을 기존 'BBB 안정적'에서 'BBB 긍정적'으로 한 단계 올렸다. S&P가 LG전자의 신용등급 전망을 조정한 건 약 3년 만으로, 이번 결정은 기업 신뢰도 회복에 대한 기대를 다시 키우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이번 전망 상향은 단순히 등급 숫자가 바뀐 게 아니라 LG전자의 사업 구조와 재무 체질이 한층 견고해지고 있다는 점을 외부 기관이 공식적으로 인정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 S&P는 그 배경으로 세 가지 주요 요인을 들었다.
먼저 LG전자의 가전사업은 경제 불확실성 속에서도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고 있다. 냉난방공조(HVAC) 부문에서는 데이터센터용 냉각 솔루션과 고효율 솔루션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장(자동차 부품) 부문도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약 100조 원에 달하는 수주 잔고와, 수주 포트폴리오가 개선되면서 수익성이 좋아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여기에 인도 현지법인 상장으로 1조8000억원이 넘는 현금 유입이 기대되는데 S&P는 이 자금이 부채를 줄이고 재무 구조를 더 탄탄하게 만드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봤다.
LG디스플레이 역시 OLED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면서 앞으로 수익성 개선이 기대된다는 전망이 나왔고, LG전자가 이 부분을 지분법손익으로 반영하는 만큼 그룹 전체의 신용도에도 긍정적 효과를 줄 것이란 평가다.
수치적으로도 변화가 뚜렷하다. S&P는 LG전자의 조정 차입금 대비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비율이 2024년엔 약 1.7배, 2025년엔 1.5배, 2026년엔 1.3배 수준까지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발표는 LG전자가 최근 몇 년간 여러 어려움과 산업 구조 변화 속에서도 핵심 사업 위주로 체질을 바꾼 점이 신용평가기관 재평가를 받았다는 의미가 있다. 가전, 공조, 전장 등 주요 사업이 수익성 회복 흐름을 타고 있다는 점에 S&P도 주목했다.
다만 '긍정적' 전망이 실제 등급 상향으로 이어지려면 앞으로 1~2년간 현재의 개선 흐름이 흔들림 없이 이어져야 한다는 조건이 달렸다. S&P도 이런 점을 분명히 강조했다.
아직 남아 있는 위험요인도 있다. TV사업 등 일부 부문에서의 수익성 약화, 글로벌 관세나 공급망 관련 리스크는 여전히 주의할 부분이다. 특히 미국의 관세 인상 가능성에 대해 S&P는 "LG전자가 생산기지 재배치나 가격 인상 등으로 대응할 수 있어 당장 큰 영향은 없겠지만, 예상치 못한 상황이 생기면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런 전망 변화는 채권시장과 자금 조달 비용 측면에서도 LG전자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신용등급과 전망이 오르면 회사채 발행 시 더 낮은 금리로 자금을 마련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LG전자의 사업 포트폴리오가 단순 가전에서 자동차 부품, 공조 솔루션, 디스플레이 연계 사업 등으로 넓어지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앞으로 LG전자가 이 기대를 실제 실적으로 얼마나 뒷받침할지, 특히 인도법인 현금 유입과 LG디스플레이의 흑자 전환이 재무 지표 개선으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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