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유통 산업의 게임체인저는 이제 '신선도'가 될 전망이다. 산지에서 소비자의 식탁까지 냉장·냉동 온도를 유지하는 콜드체인은 유통혁신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잡고 있다. 국내 주요 이커머스 업체들이 앞다퉈 저온물류망을 확충하며 신선배송 경쟁에 나서고 있다. 국내 식품업계의 콜드체인 도입 현황과 기술적 진화, 그리고 소비자 일상에 미치는 변화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직장인 김모씨(40)는 출근길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으로 장을 본다. 퇴근하고 집에 오자 저녁거리 채소와 고기, 샐러드가 문앞 현관에 도착해 있다. 배송받은 채소가 신선한지 살폈더니 시금치가 조금 시들어 보였다. 보냉박스 QR코드를 찍어 온도 이력을 체크했더니 배송 과정에서 뚜렷한 온도 이상은 없었다. 하지만 께름칙해 앱으로 부분 회수 요청을 하고 나머지 제품을 챙겨 장바구니를 집 안으로 들여놓는다.
이런 라이프스타일이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온도 1도 차이까지 관리하는 초정밀 콜드체인(냉장·냉동물류) 시스템이 유통 현장에 적용되면서 국내 소비자들의 장보기 방식이 혁신적으로 탈바꿈될 전망이다.
2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한국의 콜드체인 시장은 지난해 기준 약 6조2000억원 규모로 향후 연평균 2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콜드체인이란 신선식품부터 의약품까지 온도에 민감한 제품군의 품질을 위해 생산·보관·유통·판매 전 과정을 저온으로 유지해주는 저온 물류 시스템을 말한다. 통상 고기, 수산물, 야채, 과일, 계란 등 농수산물 원재료로부터 나오는 신선식품은 일반 제품에 비해 유통기한이 짧은 편이기 때문에 부패나 변질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각 품목에 따른 적정 온도가 조금씩 다르므로 특별한 운영 관리가 요구된다.
이는 신선식품의 장기간 품질과 선도 유지를 위해 필수적인 예냉 작업이 보완된 것이다. 신선식품은 수확 후 초기 품온 관리가 최종제품의 유통기한에 바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상온유통되면 제품의 선도 저하나 부패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예냉 작업을 통해 부패하기 쉬운 식품을 중단하지 않고 온도 제어해줘야 유통기한을 연장하고 소비자에게 높은 품질의 안전한 식품을 제공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콜드체인은 예냉→저온저장→저온수송→저온유통 등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연속적인 과정으로 진행돼야 소비자에게 신선한 제품을 제공할 수 있으므로, 각 단계별 관리 기준이나 수준 등 전체 과정을 투명하게 모니터링하고 품질을 측정하는 방법이 중요해진다.
한국 정부는 2023년 이래로 식음료 물류·저장에서 온도 조절 기준을 엄격히 함으로써 식품 안정성과 품질 고양에 나서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25년 주요 정책 방향에서 식품의 제조·가공부터 유통 전 과정에서의 위해 요소를 사전에 차단하고, 모니터링 기록을 실시간 자동 입력하는 스마트 HACCP 적용을 확대할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또한 블록체인 기반의 'eDATA-CERT'를 도입해 식품·의약품 시험·검사기관의 전자시험성적서 위변조를 방지하고 비용 절감을 꾀한다.
콜드체인 물류업체들은 새 기준에 맞춰 식품 변질 리스크를 최소화하기에 나섰다.
먼저 콜드체인 도입으로 신선식품 유통의 기준이 기존 '냉장·냉동'을 넘어 '데이터' 차원으로 옮겨가고 있다. 최첨단 기술 적용을 통해 콜드체인 시스템이 정교해지고 있다.
사물인터넷(IoT) 온도센서를 통해 물류센터와 차량, 배송 가방까지 초소형 센서가 실시간으로 온도 데이터를 전송한다. AI 예측 시스템을 통해 기상 변화와 교통 상황에 따라 냉각 효율을 자동으로 조정해주고, 스마트 패키징을 통해 개별 제품에 '온도 이력 QR코드'를 부착함으로써 소비자가 유통 과정을 직접 확인할 수 있게 해준다. 로봇 피킹 시스템으로 냉장품을 분류·적재할 때부터 인력 개입 없이 자동화해 인적 오차를 최소화한다.
국내 이커머스 업계는 '풀 콜드체인' 시스템을 완성해 소비자가 주문한 신선식품을 농장에서부터 가정 내 식탁까지 냉장 상태를 유지하면서 배송하는 엔드투엔드(E2E) 시스템으로 진화하고 있다.
쿠팡은 로켓프레시 냉장·냉동 통합센터를 통해 신선식품 물류망을 전국 단위로 확장했다. 지난 7월부터 항공기와 쿠팡 물류망을 활용해 제주산 수산물을 전국구로 새벽배송하기 시작했다. 또한 자체 냉매 생산 등으로 비용 절감도 꾀한다.
새벽배송 선도 양대 업체인 마켓컬리와 오아시스마켓은 각각 풀필먼트 기반 냉장창고와 직매입 농산물 중심의 저온물류망을 구축했다.
SSG닷컴은 자동화 스마트 물류센터를 운영 중이고 GS리테일은 소형점포용 콜드체인과 신선식품 전문 브랜드 및 매장을 꾸리고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한국 시장에서 콜드체인 유통의 주 이용층은 신선·냉동식품 등 식음료 소비자들"이라며 "식품업체들은 콜드체인을 강화해 신선식품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정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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