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2025년형 TV와 모니터 전 라인업에 생성형 AI '퍼플렉시티(Perplexity)'를 탑재하며 'AI 스크린 시대'의 문을 열었다.
이번 조치는 단순한 기능 확장이 아니라 TV를 생활의 '검색창'이자 '지식 허브'로 진화시키는 전략적 포석이다.
삼성은 지난 1월 CES 2025에서 공개한 '비전 AI 컴패니언(Vision AI Companion)'에 이어 AI를 중심으로 한 스크린 OS 생태계 구축의 구체적 실행 단계에 들어섰다.
'세계 1위 TV 브랜드'의 자리를 지켜온 삼성은 이제 하드웨어 우위를 넘어 "콘텐츠 소비기기에서 대화형 AI 플랫폼으로의 전환"을 선언한 셈이다.
퍼플렉시티가 바꾸는 스크린 경험
삼성의 TV·모니터에 탑재된 '퍼플렉시티'는 단순 음성명령형 AI가 아니다.
사용자의 질문을 이해하고 출처가 명확한 정보들을 종합 분석해 서술형 답변을 제시하는 생성형 AI 기반 검색 엔진이다.
예컨대 사용자가 "이번 주 개봉 영화 중 평점 높은 작품 추천해줘"라고 물으면, 퍼플렉시티는 다양한 영화 평점 사이트와 평론 데이터를 종합해 구체적인 답을 내놓는다.
또 "그중 가족이 함께 보기 좋은 영화는?"처럼 후속 질문을 던지면 맥락을 이어받아 대화형으로 추천을 이어간다.
즉, 기존의 '명령형 AI(Do this)'에서 '대화형 AI(Tell me why)'로 진화한 것이다.
삼성은 이를 '비전 AI 컴패니언' 인터페이스를 통해 구현했다.
사용자는 리모컨의 AI 버튼을 누르거나 앱 탭에서 실행해 대형 스크린 위에서 AI와 직접 대화하며 검색·추천·계획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다.
이로써 TV는 더 이상 '보는 도구'가 아니라, '질문하고 생각하는 파트너'로 진화하게 된다.
스크린을 플랫폼으로 재정의하다
이번 '퍼플렉시티' 탑재는 삼성전자가 "TV = OS + AI + 콘텐츠"의 삼각 축을 본격 가동하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① 스크린의 지능화 (Intelligent Screen)
퍼플렉시티와 코파일럿을 잇달아 탑재함으로써, TV·모니터를 단순 재생기기에서 '정보 탐색형 인터페이스'로 전환했다.
② 생태계 확장 (Ecosystem Expansion)
퍼플렉시티는 MS 코파일럿과 달리 '지식 검색형 AI'로, AI OS 내 다양한 생성형 서비스의 허브 역할을 하게 된다.
2023~2024년형 제품까지 OS 업데이트로 확장하는 전략은 AI 경험의 일관성을 높여 브랜드 락인(Lock-in) 효과를 강화한다.
③ 구독 경제 결합 (Subscription Integration)
'퍼플렉시티 프로' 12개월 무료 제공은 단순 혜택이 아니라, 향후 AI 콘텐츠·검색 구독 모델로 이어질 가능성을 암시한다.
삼성은 AI OS와 구독형 서비스의 결합을 통해 '하드웨어 판매 → 데이터·AI 서비스 구독'으로 수익 구조를 다변화하려 한다.
AI가 '화면의 의미'를 바꾸다
삼성의 이번 행보는 TV·모니터 산업 전반에 구조적 변화를 예고한다.
① TV의 탈(脫)콘텐츠화 : 기존 TV는 넷플릭스·유튜브 등 콘텐츠 소비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AI가 사용자와 직접 소통하며 정보 탐색·추천·학습의 거점으로 기능한다.
② 대화형 광고·검색 시장의 부상 : AI가 사용자의 취향·검색 이력을 이해하므로 향후 맞춤형 광고·상거래 추천·브랜드 큐레이션이 가능해진다.
③ 하이엔드 모니터의 생산성 플랫폼화 : M7·M8·M9 모니터에 퍼플렉시티를 탑재함으로써, 삼성은 'AI 사무환경'에서도 애플·MS와 경쟁 가능한 지식 워크(Work with AI) 시장을 선점할 수 있게 됐다.
글로벌 협업 구도 속 삼성의 위치
퍼플렉시티와의 제휴는 삼성의 글로벌 AI 네트워크 전략의 연장선에 있다.
삼성은 이미 ▲1월 CES에서 OpenAI와 '비전 AI 컴패니언'을 공개했고 ▲8월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코파일럿'을 탑재했다.
이번 퍼플렉시티 협업으로 삼성은 '검색–창작–제안'의 3단계 AI 파트너 체계를 완성했다.
삼성은 TV를 'AI 플랫폼의 창구이자 집약체'로 만들어 사용자와 가장 가까운 물리적 인터페이스를 장악하려는 구도를 구축한 셈이다.
'보는 기기'에서 '생각하는 기기'로
삼성의 퍼플렉시티 탑재는 단순한 AI 기능 추가가 아니라 TV의 존재 이유를 재정의한 선언이다.
화면이 콘텐츠를 '보여주는' 수동적 공간에서 이제는 사용자와 대화하며 정보를 탐색하는 지능형 창(窓)으로 변모한다.
LG가 'AI 홈'이라는 공간지능 전략을 삼성이 'AI 스크린'이라는 시각지능 전략을 택했다면 이번 조치는 삼성전자가 생활 속 인터페이스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AI 전환의 결정적 이정표다.
결국, AI를 누가 더 인간의 언어와 호기심에 맞게 설계하느냐가 다음 세대 생활가전 시장의 승패를 가를 것이다.
삼성은 그 첫 무대를 바로 스크린 위에서 열었다.
[폴리뉴스 정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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