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개혁] ⑩ 불붙은 재판소원 논쟁…"권리 보장" vs "재판 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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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개혁] ⑩ 불붙은 재판소원 논쟁…"권리 보장" vs "재판 지연"

연합뉴스 2025-10-22 07:00:0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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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설립 때 재판은 헌법소원 대상 제외…학계 연구·논란 이어져

찬성쪽은 사법부에 대한 헌법적 통제 강조…"기본권 사각지대 해소"

"사실상 4심제…신속 재판·권리 구제에 치명적 문제 발생" 반론도

與, 헌재법 개정안 발의해 공론화 착수…사법개혁 핵심의제로 추진

사법개혁안 발표…대법원 상황은? 사법개혁안 발표…대법원 상황은?

(서울=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더불어민주당 사법개혁특별위원회가 20일 현행 14명인 대법관을 26명으로 증원하는 사법개혁안을 발표했다.
이날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2025.10.20 ksm7976@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미령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법원 재판을 헌법소원 심판 대상으로 삼는 '재판소원' 공론화 작업에 착수하면서 사법개혁의 또 하나의 뜨거운 쟁점으로 부상했다.

기존 사법 시스템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파급력 있는 사안인 만큼 재판소원을 둘러싼 사법계 안팎의 찬반양론도 첨예하다.

사법부에 대한 헌법적 통제로 국민 기본권을 더욱 두텁게 보호할 수 있으리란 기대와 사실상의 '4심제'로 작동해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거나 '재판 지연' 현상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교차한다.

헌법재판소 ‘9인 완전체’ 심판사건 선고 헌법재판소 ‘9인 완전체’ 심판사건 선고

(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김상환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21일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8월 심판사건 선고를 위해 입장해 있다. 2025.8.21 mon@yna.co.kr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법재판소법 68조1항은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는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한다.

'법원의 재판' 역시 공권력의 일종이므로 헌법과 법률에 위반되는 경우 헌법소원 심판 대상이 된다는 게 도입 주장의 뼈대다.

민주당 김기표 의원이 20일 대표발의한 헌재법 개정안은 확정된 재판이 헌재 결정에 반하는 취지로 재판된 경우,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경우, 기타 헌법과 법률을 위반해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 명백한 경우 헌법소원을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김 의원은 "사법부 내에서 재판으로 인해 국민이 기본권 침해가 발생한 경우 이를 영원히 치유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찬성하는 측에선 법원의 재판에 대해서도 잘잘못을 따질 수 있게 돼 기본권 보장의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고 대법원과 헌재의 법 해석에 관한 견해가 불일치하는 문제도 해결 가능하다는 논거를 든다.

헌법연구관 출신 노희범 변호사는 "우리 헌재도 독일을 모델 삼아 '모든 국가권력은 헌법에 구속된다'는 원칙에서 출발했다"며 "재판소원이 도입되면 재판의 무오류성에 대한 감시와 통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법관들이나 대법원 권위에는 부담이 될 수 있겠지만 국가기관의 권위 유지보다는 기본권과 헌법 원칙이라는 공익이 더 중요하다"고 짚었다.

'자유, 평등, 정의' '자유, 평등, 정의'

(서울=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더불어민주당 사법개혁특별위원회가 20일 현행 14명인 대법관을 26명으로 증원하는 사법개혁안을 발표했다.
이날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 자유, 평등, 정의가 적혀 있다. 2025.10.20 ksm7976@yna.co.kr

재판소원은 제9차 개정헌법에 따라 1988년 헌재가 설립될 때부터 쟁점이 된 사안이다.

당시 재판을 헌법소원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사법권을 헌재와 법원에 배분하는 과정에서 법적 분쟁을 신속하게 해결하고 사법권의 독립을 보장하기 위한 정책적 고려에 따른 것이다.

헌재법이 헌법의 위임에 따라 법원 재판을 헌법소원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법적 분쟁을 신속하게 해결하고 사법권의 독립을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 이해된다는 게 학계 견해다.

헌재는 2001년 결정 판례에서 '헌재법이 재판을 헌법소원의 대상에서 제외하더라도 이것은 헌법의 위임에 따라 국회가 입법정책적으로 판단하여 결정한 것으로 개인의 평등권과 재판청구권을 침해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또한 헌법소원의 대상에서 법원 재판을 제외하는 조처는 '보충성'의 원리와 맞물린다. 이는 기본권을 구제하기 위한 다른 절차가 있는 경우에는 먼저 그 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것이다.

재판을 헌법소원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규정하면서 보충성의 요건을 고려해 '소송경제'를 도모하는 측면이 있다. 즉 개인의 기본권이 침해된 경우에는 우선 통상의 구제 절차를 거치고 그것이 불가능한 경우 헌법소원을 통해 구제하도록 한다. 이는 사법적 구제 절차가 체계적으로 정합성을 갖추도록 하는 장치이자 소송경제를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4심제' 논란 역시 과거 헌재 설립 당시부터 시작된 문제의식과 맞닿아있다.

재판소원은 법적 분쟁의 신속한 해결과 사법권의 독립을 보장하기 위한 헌법과 헌재법의 이념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편 법원 재판을 헌법소원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보충성 요건과 결합해 헌법소원을 대폭 제한하는 효과도 가져왔다. 기본권을 침해하는 공권력은 대부분 국가 행정작용인데 이는 행정소송의 대상이 된다. 보충성 요건에 따라 헌법소원을 청구하기 전에 행정소송을 거치도록 하면서 헌소는 불가하다.

이 때문에 헌재 입장에서는 '영향력' 측면에서 재판소원도 포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학계에선 재판을 헌법소원 대상으로 삼기 위한 논의를 지속해왔다.

이런 배경에서 보듯 재판소원은 대법원과 헌재 사이의 해묵은 논쟁의 대상이기도 하다.

국군의날 참석한 우원식-조희대-김상환 국군의날 참석한 우원식-조희대-김상환

(계룡=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우원식 국회의장(왼쪽부터), 조희대 대법원장, 김상환 헌법재판소장이 1일 충남 계룡대 대연병장에서 열린 건군 77주년 국군의 날 기념행사에 참석해 있다. 2025.10.1 superdoo82@yna.co.kr

헌재는 1997년 12월 재판소원을 금지한 헌재법 68조1항에 대해 '한정위헌' 결정을 내리고 사법사상 처음으로 대법원의 확정판결을 취소하며 파장이 일었다.

'한정위헌'이란 헌재가 법률의 효력을 통째로 없애는 '단순 위헌' 결정과 달리, 법 조항은 그대로 둔 채 법률을 특정하게 해석하고 적용하면 위헌이라는 것이다. '법원이 이러이러하게 해석하는 한 위헌'이라는 식으로 표현하는 변형 결정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법률 해석권이 법원에 있다는 이유로 한정위헌의 효력(기속력)을 인정하지 않는다.

대법원은 헌재가 한정위헌 결정을 내린 구 소득세법 조항을 그대로 적용해 1996년 4월 과세소송 원고가 패소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는데, 헌재는 이듬해 12월 대법 판결을 취소하고 헌재법 68조1항에 대해 한정위헌 결정을 내렸다.

당시 헌재는 "모든 국가권력이 헌법의 구속을 받듯이 사법부도 헌법의 일부인 기본권의 구속을 받는다"고 못 박았다.

헌재법 68조1항에 대해서도 "법원이 헌재가 위헌으로 결정해 그 효력을 전부 또는 일부 상실하거나 위헌으로 확인된 법률을 적용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에도 법원의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이 허용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한다면, 그러한 한도 내에서 헌법에 위반된다"고 설명했다.

이후 헌재가 2022년 6월과 7월 두 차례 '대법원 판결 취소'라는 칼을 빼 들면서 한정위헌을 둘러싼 논쟁이 재점화하기도 했다.

김상환 헌재소장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과거 결정문 내용을 강조하며 "헌재는 지금까지 동일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인혁 헌재 사무처장은 재판소원 도입 시 '4심제' 우려에 대해 "같은 사법 작용이라 할지라도 일반 법원과 헌재의 사법권은 성격이 다르다"며 "헌재는 특수한 헌법적 문제에 대해 판단하는 것이라 4심제로 단정하는 건 모순"이라고 밝혔다.

인사말하는 김상환 헌법재판소장 인사말하는 김상환 헌법재판소장

(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김상환 헌법재판소장이 1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헌법재판소 등에 대한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2025.10.17 pdj6635@yna.co.kr

사법부를 중심으로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우선, 대법원 확정판결에 대한 재판소원을 허용하면 사실상 4심제를 도입하는 셈이어서 불필요한 법적 분쟁과 혼란을 초래하며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전반적인 '재판 지연'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지난 7월 국회 법사위에 출석해 "근본적인 문제는 재판의 신속한 확정과 권리 구제에서 치명적인 문제가 생긴다는 점"이라며 "결국은 잠재적으로 모든 사건이 재판소원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고, 무한정으로 재판 확정이 늦어진다"고 지적했다.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이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해 위헌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헌재가 지금 인력으로 재판소원까지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논란도 있다.

차진아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지금의 헌재 인력과 조직으로는 폭주할 재판소원을 감당하기 어렵다"며 "헌법에 9명으로 돼 있는 재판관을 늘리지 않고 재판소원까지 받으면 기능 마비가 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헌재는 사전심사 절차를 강화하고 재판소원에 특별한 적법 요건을 추가할 경우 대부분 재판소원이 지정부 단계에서 각하 처리될 수 있으므로, 현재 인력으로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입장이다.

정청래, 사법개혁안 발표 의미 설명 정청래, 사법개혁안 발표 의미 설명

(서울=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사법개혁안 발표에 참석해 사법 개혁안의 의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5.10.20 hkmpooh@yna.co.kr

민주당은 논란을 의식해 일단 당 사법개혁특별위원회가 추진하는 사법개혁안에서는 제외하고 김기표 의원의 법안 발의를 계기로 공론화 절차를 밟기로 했다.

다만 정청래 당 대표는 개혁안 발표 당일 "법원이 높다고 한들 다 헌법 아래 있는 기관"이라며 추진 의지를 강하게 피력한 데다 이에 찬성하는 당 법사위원들이 다수여서 논의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앞서 재판소원 제도를 도입해 운영 중인 해외 사례도 눈여겨볼 만하다.

독일과 스페인의 경우 연간 헌재에 접수되는 전체 사건의 80∼90%가 재판소원에 해당한다.

지난해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에 접수된 전체 사건 4천640건 중 재판소원 사건은 3천830건(82.5%)이었다. 스페인 헌법재판소의 경우 지난해 전체 9천871건 중 9천344건(94.7%)이었다.

다만, 독일의 경우 우리와 사법구조가 다르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독일에는 5개 연방최고법원(연방일반법원·연방행정법원·연방재정법원·연방노동법원·연방사회법원)이 있고, 연방헌법재판소는 이들 최고법원을 헌법적으로 통제하는 역할을 한다.

아울러 한국과 달리 상소가 엄격히 제한되는 탓에 하급심 재판과 관련해 기본권 침해를 주장하는 재판소원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독일 연방헌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전체 재판소원 사건(3천830건) 가운데 상고심인 연방최고법원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은 714건(18.6%)이었다. 이 중에선 1건도 인용되지 않았다.

alrea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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