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입 베어 물면 바나나의 부드러움과 망고의 진한 단맛이 동시에 느껴진다. 향은 달콤하지만 과육은 묵직하고, 포만감이 커 한 개만 먹어도 식사를 대신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항암 과일’로 불리며 기능성 식품으로 주목받고 있는 과일, 바로 ‘포포(Pawpaw)’다.
북미 원산인 포포가 13년의 실패 끝에 한국에서도 드디어 재배에 성공했다. 2025년 10월 유튜브 채널 ‘팜코리아’에 공개된 영상 ‘13년 포포 농사 실패 끝에 찾은 해답?’에서는 경북 지역의 한 농장이 미국 오하이오주의 원종을 들여와 13년간 시험 재배를 거듭한 끝에 국내 환경에 적응한 대과종 품종을 키워낸 것이다.
현재 농장에서는 한 송이에 1.4kg, 한 개에 최대 680g까지 자라는 포포 열매가 생산되고 있다. 농장주에 따르면 “13년 동안 나무를 바꾸고 접목을 반복해 드디어 국내 기후에 맞는 품종을 찾았다”고 한다.
20브릭스의 고당도, 항암 성분 가득한 기능성 과일
포포 열매의 가장 큰 특징은 당도와 영양이다. 완숙된 포포의 당도는 20브릭스를 넘는다. 일반 망고나 바나나보다 훨씬 높다. 신맛이 거의 없고, 부드럽게 녹는 과육 덕분에 노인이나 어린이도 쉽게 먹을 수 있다.
포포가 건강식으로 주목받는 이유는 항암 성분인 아세토제닌(acetogenin) 때문이다. 포포의 잎과 줄기에는 50여 가지 항암 활성 물질이 들어 있으며, 과육에는 비타민 A·B·C와 단백질, 칼슘, 마그네슘, 구리, 인 등 필수 미네랄이 풍부하다. 미국에서는 이미 항암 식품으로 연구가 활발하고, 한국에서도 일부 대학 연구팀이 포포 성분을 사용한 신약 개발에 착수했다. 다이어트 보조식품으로도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과육은 수확 후 2~3일간 후숙 과정을 거친다. 완전히 익었을 때 가장 진한 향과 단맛을 내며, 초록빛 껍질이 검게 변하더라도 속은 부드럽고 노랗다. 덜 익은 상태로 수확하면 쓴맛이 남기 때문에 포포는 완숙 상태에서 먹어야 진가를 발휘한다.
농약 없이 자라는 내한성 과일, 귀농 작물로 급부상
포포나무는 잎에 천연 살충 성분이 있어 진딧물이나 해충이 접근하지 않는다. 별도의 농약이 필요하지 않아 ‘무농약 재배’가 가능하다. 게다가 아열대 작물이지만 내한성이 강해 영하 25도에서도 생존한다. 실제 국내 재배에서도 겨울 피해가 거의 없어 전국 노지 재배가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병충해가 없고 봉지를 씌울 필요도 없어 노동력 부담이 적다.
포포나무는 키가 4~5m까지 자라지만, 국내 농장에서는 손으로 수확할 수 있도록 가지를 낮추는 다분지 형태로 키운다. 밑동 30cm에서 여러 가지가 퍼지도록 수형을 만들면 열매가 더 많이 열리고 수확도 편리하다. 이런 방식의 포포 재배는 국내에서 처음 시도된 형태다. 농장에서는 4년 차 나무 한 그루에서 5송이만 달려도 약 5kg을 수확할 수 있다고 한다.
수정 방식도 독특하다. 포포는 자가수정이 되지 않아 ‘자가불합성’ 식물이다. 벌이 아닌 개미나 작은 곤충이 수정에 관여한다. 그래서 농장에서는 수정 시기에 일부러 풀을 베지 않아 곤충이 이동할 수 있게 둔다. 강한 가지의 꽃이 먼저 피고 약한 가지의 꽃이 나중에 피어 교차 수정이 이뤄진다. 이처럼 자연적인 방식으로 결실이 이루어지는 점도 포포 재배의 매력이다.
13년 실패 끝에 찾은 대과종, 농가 소득원으로 주목
처음 포포 재배를 시도한 13년 전만 해도 묘목 값이 비싸고 품질이 균일하지 않았다. 미국에서 들여온 품종은 과일이 작고 상품성이 낮았다. 농장주는 “처음엔 열매가 골프공만 했고, 씨앗이 절반을 차지했다”고 회상한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맛이 없다”는 평가가 많았다. 그러나 13년간 접목과 교배를 반복하며 대과종 품종을 확보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현재 이 농장에서 수확되는 포포는 한 개에 평균 600g, 큰 것은 680g에 이른다. 한 송이만 들어도 1kg이 넘는다. 꼭지가 단단해 태풍에도 떨어지지 않는다. 크기와 향, 맛이 고르게 개선되면서 포포는 국내에서도 ‘귀농 대체 작물’로 주목받고 있다. 병충해 걱정이 없고, 내한성까지 강해 재배 난이도가 낮기 때문이다.
완숙된 과일은 초록빛 껍질 속에 노란 과육이 들어 있고, 향이 짙다. 그대로 먹거나 스무디로 즐길 수 있고, 요거트나 디저트 재료로도 적합하다. 농약이 필요 없는 친환경 과수라는 점에서 향후 농가의 새로운 소득 작물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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