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스프레소 커피, 퓨어라이프 생수 등으로 유명한 네슬레는 전임 최고경영자(CEO) 로랑 프레익스가 부하 직원과 부적절한 관계를 미공개하고 은폐한 사실이 드러나 해임되면서 , 단기간에 연쇄적인 최고위 경영진 교체 사태를 겪었다.
이에따라 신임 필립 나브라틸(49)은 취임과 동시에 다각적인 위기에 직면해 있었다.
우선 리더십 및 거버넌스 위기가 심각했다.
전임 CEO 로랑 프레익스는 내부 핫라인을 통해 관계 의혹이 불거졌고, 이사회에 관계를 부인함으로써 네슬레의 사업 윤리 강령(Code of Business Conduct)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해임됐다. 이 사건은 취임 1년 만에 발생했으며, 이로 인해 이사회 의장이었던 파울 불케(Paul Bulcke)마저 투자자들의 거버넌스 우려에 대한 책임을 지고 조기 퇴진하는 연쇄적인 사태를 초래했다.
또재무적 압박이 가중됐다.
네슬레의 주가는 2022년 고점 대비 약 45% 하락했으며, 부채 수준 상승과 경쟁사 대비 뒤처진 시장 실적으로 인해 투자자들의 압력이 고조됐다.
추락세를 면치 못하던 네슬레
신임 대표 출범 뒤 되살아나?
이러한 배경 하에, 새로 임명된 신임 필립 나브라틸은 실질적인 판매량 증가를 통해 성장을 재점화해야 하는 중대한 과제를 안고 있다.
여기에 사업적 난제도 산적해 있다.
특히 2024년에 드러난 프랑스 생수 사업에서의 불법적인 정수 기술 사용 스캔들(Bottled Water Scandal)은 네슬레의 핵심 브랜드 신뢰도와 법적 리스크를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로랑 프레익스 해임 배경은?
전임 CEO 로랑 프레익스의 해임은 네슬레의 엄격한 윤리 기준을 재확인하는 사건이었다. 내부 회사 핫라인(internal company hotline)을 통해 프레익스와 직속 부하 직원 간의 관계에 대한 우려가 처음 제기됐었다.
이사회는 즉각 조사를 시작했으나, 첫 번째 조사는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우려가 지속되자 회사는 두 번째 조사를 진행했고, 그 결과 두사람간 불륜 관계가 확인됐다. 로랑 프레익스의 해임 사유는 관계 자체의 부적절성뿐만 아니라, 프레익스가 이사회에 이 관계를 초기에 부인하고 공개하지 않음으로써 네슬레의 사업 윤리 강령을 위반했다는 점이다. 프레익스는 40년간 네슬레에 헌신한 베테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사회는 이 원칙을 고수하며 즉각적인 해임을 결정했다. 이는 고위 경영진에게도 윤리적 투명성과 규정 준수가 최우선임을 시장에 보여주려는 이사회의 단호한 의지를 반영한다.
연쇄 사임: 파울 불케 의장의 조기 퇴진과 파블로 이슬라 체제 출범
로랑 프레익스의 해임 직후, 네슬레의 거버넌스 위기는 이사회 의장 파울 불케의 조기 퇴진으로 이어졌다. 파울 불케는 예정된 일정보다 빠르게 (10월 1일부로) 사임하고, 후임으로 이사회의 부의장이자 인디텍스의 CEO였던 파블로 이슬라가 취임했다.
파울 불케는 공식적으로 "계획된 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해 물러날 적절한 시점"이라고 밝혔으나, 그의 퇴진은 연쇄적인 최고 경영진 교체에 따른 투자자들의 광범위한 거버넌스 우려(investor backlash)를 해소하기 위한 필수적인 조치로 해석된다.
파블로 이슬라 신임 의장은 2018년부터 네슬레의 독립 이사로 활동해왔으며, 내부 경영진 경험이 없다는 점이 오히려 혼란기에 객관적인 외부 시각을 제공하여 거버넌스를 복원하고 사업 안정화를 이끄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파블로 이슬라 체제는 네슬레가 시장 가치를 안정시키고 주주 관계를 재정립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반복되는 네슬레의 리더십 위기
당초 로랑 프레익스는 전임자인 마크 슈나이더가 취임한 지 1년만에 해임된 뒤 취임했으나, 자신 역시 불명예스럽게 1년 만에 회사를 떠나면서 네슬레는 단기간에 최고 경영자가 연속으로 교체되는 불안정한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이러한 연속적인 리더십 위기는 단순한 인사 문제가 아니라, 기업 거버넌스 시스템 전반에 걸친 잠재적 실패를 시장이 인식하도록 만들었다.
신임 CEO 필립 나브라틸은 이러한 배경에서 내부 전문가(veteran insider)로서 즉시 임명되었다. 이사회는 그의 임명을 통해 조직의 혼란을 최소화하고 전략적 연속성을 유지하는 동시에, 그에게 "전략 경로는 바꾸지 않되, 실행의 속도를 잃지 않도록 가속화하라"는 이중적 압박을 부여했다.
필립 나브라틸 체제는 이슬라 신임 의장과 함께 '가속화된 실행'을 통해 시장의 안정성 프리미엄을 회복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지게 되었다.이러한 리더십 격변 상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네슬레 내부 전문가로서의 경력 경로 (2001-2025)
필립 나브라틸은 네슬레에서 20년 이상 근무하며 광범위한 경험을 쌓은 내부 전문가다. 그는 2001년 네슬레에 내부 감사로 입사했으며, 이후 중앙 아메리카 지역에서 다양한 상업 역할을 수행했다. 특히 2009년에는 네슬레 온두라스 컨트리 매니저를 역임했으며, 2013년에는 멕시코에서 커피 및 음료 사업을 이끌며 네스카페브랜드 강화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그의 경력 중 가장 중요한 이정표는 네슬레의 고수익 사업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것이다. 2020년에 그는 네스카페와 스타벅스 커피 브랜드의 글로벌 전략 및 혁신을 주도하는 커피 전략 사업부로 이동했다.
CEO 직전인 2024년 7월부터는 네슬레의 대표적인 프리미엄 브랜드인 네스프레소의 CEO를 맡았으며, 이 짧은 기간 동안 성장을 성공적으로 가속화하고 강력한 모멘텀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러한 커피 부문에서의 성과 입증은 네슬레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고가치 및 RIG-주도 성장' 모델에 그가 최적화된 인물임을 시사한다.
필립 나브라틸은 "도전적인 환경에서 결과를 달성한 인상적인 기록"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사회는 그의 리더십 스타일에 대해 "역동적인 존재감으로 팀에 영감을 주며, 협력적이고 포괄적인 관리 스타일로 이끈다"고 묘사했다. 이러한 리더십 특성은 대규모 인력 감축과 구조조정을 앞두고 조직 내부의 단결과 동의를 이끌어내는 데 필수적이다.나브라틸은 조직 문화에 대한 강력한 비전을 제시하며 "우리는 시장 점유율 하락을 용납하지 않고 승리가 보상받는 성과 중심의 사고방식을 수용하는 문화를 조성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네슬레가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그의 신념을 반영하며, 대규모 구조조정과 함께 조직 전반에 걸친 문화적 변화를 강제하려는 시도로 분석된다.
임명 배경 및 이사회의 기대
네슬레 이사회는 "우리는 전략 경로를 바꾸지 않을 것이며, 성과의 속도를 잃지 않을 것"이라고 공식적으로 선언하며 기존의 전략적 방향에 대한 신뢰를 재확인했다. 필립 나브라틸 역시 임명 수락 성명에서 "회사의 전략적 방향과 성과를 이끌 행동 계획을 전적으로 수용한다"고 밝혔다. 이는 그가 기존 전략의 연속성을 유지하되, 현재의 재무적 압박과 시장 요구에 대응하여 실행력을 극대화하는 역할에 집중할 것임을 명시한다. 그의 임무는 안정적인 틀 안에서 '가속화를 실현하는 것이다.
내부 승진의 의미와 Nespresso 성공 경험의 중요성
필립 나브라틸의 내부 승진은 네슬레가 핵심 사업 분야인 커피와 같이 고성장, 고마진이 예상되는 영역에 미래 성장을 집중하겠다는 명확한 시그널로 해석된다. 특히 네스프레소 CEO로서 단기간에 성장을 가속화하고 강력한 모멘텀을 구축한 경험은, 네슬레 전반에 걸쳐 포트폴리오를 프리미엄화하고 엄격한 자원 배분을 통해 주도적인 성과를 달성하는 데 필수적인 역량으로 평가된다.즉, 필립 나브라틸은 내부의 복잡한 조직 구조와 프로세스를 깊이 이해하고 있으므로, 외부 인사에 비해 조직 개편과 비용 절감 목표 달성에 필요한 조치를 더 신속하게 실행에 옮길 수 있다. 이러한 내부 전문성은 거버넌스 위기 속에서 네슬레가 안정성과 속도를 동시에 확보하려는 전략적 선택의 근거가 된다.
신입 CEO의 구조조정
대규모 인력 감축 계획
필립 나브라틸은 취임과 동시에 향후 2년간 전 세계적으로 약 16,000명의 직원을 감축하겠다는 공격적인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네슬레 전체 글로벌 인력(약 277,000명)의 약 6%에 해당하는 규모다. 그는 이러한 결정을 "세상이 변하고 있고 네슬레는 더 빨리 변해야 한다"는 인식 하에 "어렵지만 필요한 결정(hard but necessary decisions)"이라고 표현했다.
이 인력 감축 계획은 구성상 특징적인 면을 보인다.
전체 감축 인원 중 약 12,000명은 직무와 지역을 망라하는 화이트칼라 전문가로 구성되며, 나머지 약 4,000명은 기존의 생산성 이니셔티브의 일환으로 제조 및 공급망에서 감축된다. 감축의 대부분을 화이트칼라에 집중하는 것은 네슬레의 광범위하고 분산된 관리 조직에서 발생하는 비효율성을 해소하고, 프로세스 자동화 및 공유 서비스 활용을 통해 "더 빠른 의사 결정"을 가능하게 하려는 전략적 목적을 가지고 있다.
필립 나브라틸 CEO는 투자자들과의 통화에서 "네슬레는 과거에 가장 효율적인 회사는 아니었다"고 솔직하게 인정했다. 따라서 그는 운영 효율성을 높이고, 공유 서비스 활용 및 프로세스 자동화를 통해 긍정적인 비즈니스 전환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기술 및 구조적 변화는 대규모 화이트칼라 인력 감축을 뒷받침하며, 조직을 더욱 민첩하고 성과 중심적으로 재편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 스캔들 장기화 및 소비자 신뢰 문제
필립 나브라틸 체제가 당면한 가장 심각한 외부 리스크 중 하나는 프랑스 생수 사업에서 발생한 스캔들이다. 네슬레 워터스는 수년간 프랑스에서 법적으로 금지된 정화 기술(자외선(UV) 처리 및 활성탄 필터)을 '천연 광천수'에 사용했음이 드러났다.EU 및 프랑스 법률은 광천수가 오염되지 않은 원천 그대로여야 하며 최소한의 여과만 허용한다. 이 스캔들은 네슬레의 '순수함(purity)'과 '안전성'이라는 핵심 브랜드 가치에 심각한 손상을 입혔다. 2025년 5월 프랑스 상원 위원회 보고서에서는 프랑스 당국이 네슬레의 비준수 행위를 알고도 미온적으로 대응했다는 사실이 밝혀졌으며, 현재 이와 관련하여 프랑스에서 사법 조사가 진행 중이며, 미국에서도 소비자 소송 리스크가 존재한다. 이 문제가 장기화될 경우, 네슬레의 식음료 안전성에 대한 광범위한 소비자 신뢰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필립 나브라틸은 네슬레의 커피 부문에서 입증된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조직의 비효율성을 해소하고 성과 중심 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필요한 단호함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급진적인 변화는 조직 내부의 저항과 인재 유출이라는 중대한 리스크를 수반하며, 외부적으로는 생수 스캔들로 인한 브랜드 신뢰도 하락이라는 잠재적인 재앙을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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