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비레이지’ 송호식 공동대표 “게으름을 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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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비레이지’ 송호식 공동대표 “게으름을 권하다”

저스트 이코노믹스 2025-10-22 03:31:00 신고

 제주도 서귀포 2인실 숙소 ‘비레이지(belazy)’는 객실 TV도, 냉장고도 없다. 대신 잔디를 맨발로 걷는 시간, 바람과 새소리가 있다. 서울에서 13년간 회사생활을 하던 송호식 공동대표는 새로운 인생을 찾고자 2014년 제주에 ‘비레이지’를 열었다. 이름처럼 ‘게으름’을 설계해 생산성을 회복시키는 숙소다. 현재는 부동산 개발사와 종합건설사도 함께 운영하며 서울과 제주를 오간다. 제주 워케이션 호스트 2년 차인 그에게 전환의 이유와 공간 철학, 일의 정의를 물었다.

비레이지 송호식 공동대표. (사진제공=비레이지)
비레이지 송호식 공동대표. (사진제공=비레이지)

 Q. 카드사 마케터에서 제주 숙소 호스트가 되셨습니다. 퇴사를 결심하신 계기가 무엇이었나요?

마지막 회사에 들어가기 전 1년 동안 아프리카에서 지냈습니다. 남아공에서 7개월을 보내고, 이후 5개월간 아프리카 여러 나라를 여행했죠. 그때 여유롭게 여행을 즐기던 사람들을 보며 “왜 한국인의 여행은 늘 바빠야 할까”라는 질문이 생겼습니다. 회사생활 13년 차에 인생의 변화가 필요했고, 부모님 건강도 걱정됐습니다. 해외 정착 대신 시차 부담이 적은 제주를 택했고, 반년 넘게 땅을 보러 다니다 지금의 터를 만났습니다. 처음엔 집을 짓고 싶었는데, 자연스럽게 숙소가 됐습니다.

Q. ‘비레이지’라는 이름에는 어떤 뜻이 담겨 있나요?

창업을 준비하며 글로벌 호텔들과 대화를 많이 했고, 그들의 철학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손님 모두를 설득하기보다 우리 철학에 공감하는 손님을 기다리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게으르게(be lazy).”

머무는 동안 서두르지 않고 쉬자는 뜻을 이름에 담았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1박은 받지 않고 2박 이상만 받고, 가격도 오픈 당시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Q. 도시 오피스에서의 일과 제주에서의 일은 무엇이 다르다고 느끼시나요?

일의 양은 비슷합니다. 다만 회복 속도가 다릅니다. 자연 속에 있으니 리프레시가 빠르고 집중이 오래 갑니다. 불필요한 회의와 알림에서 벗어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서울·경기 사무실에는 한 달에 서너 번, 당일치기나 1박 2일로 다녀옵니다. 일정은 숙소 ‘쉬는 날’을 먼저 고정하고, 그에 맞춰 서울 업무를 끼워 넣습니다.

Q. ‘게으름’의 철학을 실제 공간에 어떻게 구현하고 계신가요?

소음을 줄였습니다. TV가 있으면 결국 보게 되고, 냉장고는 미세한 소음이 흐름을 끊습니다. 그래서 과감히 뺐습니다. 대신 시간을 제안하려고 합니다. 숙소를 기점으로 3km, 5km, 10km 러닝 코스를 안내하고, 벤치와 그늘, 라운지형 워크 공간을 마련해 천천히 앉아 있을 이유를 만듭니다.

Q. 운영을 하시며 ‘성과의 기준’이 달라진 순간이 있으셨나요?

아이 덕에 달라졌습니다. 제가 미래에 대한 자신감이 없었을 때, “아빠, 저는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도전도 해보라면서 아빠는 왜 안 하세요?”라는 말이 저를 깨웠습니다. 일은 돈이라는 숫자만이 아니라 생동감이라는 걸 배웠고, 그래서 또 다른 도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Q. ‘불편함의 미학’은 손님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나요?

동네가 버스 네트워크가 좋고 조용하고 안전해서 혼자 오시는 여성 손님이 많습니다. TV가 없어도 불편해하시지 않습니다. 오히려 대화가 늘고,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생깁니다. 에어비앤비 호스트 11년째인데 단골이 많습니다. 한때 집을 매각하려던 시기에 단골을 초대해 ‘게스트 데이’를 열었는데, 그날 이곳이 숙소를 넘어 관계의 장소라는 걸 확인했습니다.

비레이지 전경. (사진제공=비레이지)
비레이지 전경. (사진제공=비레이지)

Q. 제주 워케이션 호스트 2년 차이십니다. 이곳에서 게스트들이 어떤 변화를 경험하길 바라시나요?

거창한 변화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휴가에 하루 4~5시간 일을 얹는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건 마음의 여유와 낯선 사람들과의 네트워킹입니다. 급한 프로젝트로 새벽까지 일하신 스타트업 팀도 있었고, 음원 산업의 불편한 구조를 집요하게 파고드는 젊은 창업자들도 인상 깊었습니다. 기업 HR담당자에게는 “업무의 연장이 아닌 복지”로도 보시라고 조언드립니다. 분기마다 소그룹이 찾아와 쉼과 일을 섞는 방식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제주도의 적극적인 마케팅과 좋은 지원제도를 통해 제주로 워케이션을 오시는 분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습니다. 제주 워케이션 지원사업을 통해 처음 경험한 분들이 지원사업을 통하지 않더라도 재방문하는 빈도도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그만큼 제주는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더불어 다양한 여가 프로그램이 잘 갖춰져 있어, 워케이션 목적지로는 최적이라고 생각됩니다.

Q. 자연 속에서 일하는 것이 대표님 본인에게도 변화를 주었나요?

회복이 빠릅니다. 수영, 러닝, 야구를 하며 몸을 움직이고, 바다에서 수영하거나 서핑을 한 뒤 돌아오면 집중력이 다시 생깁니다. 능률은 여유에서 오른다고 믿습니다.

Q. 숙소 외에 새로운 벤처를 준비 중이라고 하셨습니다. 방향을 소개해 주신다면요?

건설, 개발은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이고 제도 리스크도 큽니다. 물론 현재 저희 회사는 기존 건설사와 개발사와는 차별화된 비즈니스 모델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이 경험을 토대로 다음은 공유 플랫폼 성격의 사업을 준비 중입니다. 지금은 프리액션 단계입니다. 핵심은 산업의 ‘불편함’을 정확히 찾아 푸는 것입니다. 실행 속도를 위해 개발 역량의 중요성을 크게 보고 있습니다. 아이디어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워케이션을 꿈꾸는 직장인과 예비 창업자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워케이션은 목표가 아니라 방식입니다. 휴가 중 짧은 업무, 그리고 네트워킹이면 충분합니다. 창업자는 네트워크를 반드시 가져가셔야 합니다. 문제 의식을 갖고 불편함을 집요하게 보시고, 사람을 많이 만나시면 그것을 풀어나갈 길이 열립니다.

Q. 대표님께 ‘일’이란 무엇인가요?

일은 제게 필연입니다. 일할 때 살아 있음을 느낍니다. “저만 힘들면 지구가 평화롭다”는 농담을 자주 하지만, 그 말 속에는 제가 일에서 찾은 균형이 담겨 있습니다. 시대가 바뀌니 저도 계속 바뀌어야 합니다. 젊은 손님들과의 대화에서 에너지를 얻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잔디를 깎고 의자 두 개를 내어둡니다. “천천히 앉아도 괜찮다, 그게 일에 도움이 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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