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기준금리 인하에 신중한 태도를 거듭 드러내며 부동산 시장 과열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한국은행의 가계부채 증가세에 대한 경계심이 다시 한번 확인되면서 금리 인하 가능성은 사실상 낮아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20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 총재는 통화정책 방향을 묻는 질의에 대해 "유동성을 더 늘려 부동산 시장에 불을 지피는 역할을 하지 않으려 한다"라고 강조했다.
금리 정책이 경기 부양보다는 자산시장으로 자금이 쏠리는 부작용을 더 크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 대해 확실히 선을 그은 것이다.
실제 한국은행은 최근 1%포인트에 달하는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했지만, 기대만큼 실물경제를 자극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히려 유동성은 부동산 시장에 몰리면서 집값 상승세가 재점화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은 "이번 금리 인하가 경기 성장과 부동산 가격 상승 중 어느 쪽에 영향을 더 미쳤다고 보느냐"라고 묻자, 이 총재는 "이번에는 과거보다 부동산 쪽으로 더 자금이 집중된 것으로 본다"라고 답했다. 사실상 한은이 금리 인하의 부작용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셈이다.
이 총재는 최근 통화량(M2)이 약 8% 증가한 점도 언급하며 "유동성 확대가 자산시장으로 흐르는 점이 우려된다"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이창용 총재는 가계부채에 대해선 강한 경계감을 드러냈다. 그는 "지난 2년 동안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하락하는 추세였지만, 최근 2분기 들어 다시 증가세로 전환된 것이 매우 걱정스럽다"라며 "제 임기 동안에는 이 비율이 지속적으로 낮아지는 흐름을 만들어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부동산 때문에 금리 인하 당분간 어려울 듯
단기적인 금리 정책으로 부동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도 명확히 했다. 이 총재는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해 정책적 합의를 이룬다면 10년 정도는 효과를 기다려야 한다"라며 "단순한 수요 억제만으로는 부족하고, 공급 확대와 교육 여건 등 구조적 문제 해결이 병행돼야 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기 상황만 보면 인하가 필요하지만, 가계부채와 부동산, 환율 변동성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라며 "경기, 환율, 부동산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어 한 가지 요인만 보고 정책을 결정하기 어렵다"라고 전했다.
시장에서는 이 총재의 경고성 발언에 따라 연내 추가 인하 기대가 사실상 약화됐다고 보고 있다. 특히 오는 23일 예정된 10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만장일치로 금리 동결 결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 총재는 과거에도 부동산 시장에 대해 경고 메시지를 전한 바 있다. 지난해에는 ‘영끌족’을 향해 "앞으로 금리 부담이 낮아질 것이라는 기대는 위험하다"라며 초저금리 시대는 한동안 재현되지 않을 거라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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