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마약류 식욕억제제 처방량이 최근 5년간 누적 10억 정을 넘어섰으며, 여성과 청소년 중심의 오남용이 심각한 수준이지만 느슨한 처방 기준과 미비한 관리·감독 체계로 인해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고 지적이 제기됐다.
◆5년간 10억 정 처방…위고비 도입 후에도 마약류 사용 ‘여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선민 의원(조국혁신당)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5년 상반기까지 마약류 식욕억제제 누적 처방량은 10억 3,365만 정이다.
연도별로는 2021년 2억 4,342만 정에서 2024년 2억 1,713만 정으로 소폭 감소했지만, 여전히 매년 2억 정 이상이 처방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위고비, 마운자로 등 GLP-1 계열 비만치료제가 도입된 이후에도 향정신성 식욕억제제 사용 추세는 거의 변하지 않았다.
주요 성분별로는 불면, 불안 등 부작용을 동반하는 펜터민이 70만 명, 펜디메트라진이 50만 명, 암페프라몬이 7만 명 이상에게 처방됐다.
미국 보건의료연구품질국의 2023년 조사에 따르면 미국 내 펜터민 복용자는 약 107만 명(인구 대비 0.31%)인데 반해, 한국의 작년 펜터민 복용자는 70만 명(인구 대비 1.35%)으로 인구 비율상 미국보다 약 4.3배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여성 환자 90%, 10대 청소년에도 55만여 정 처방
작년 기준 식욕억제제 처방환자 108만 명 중 여성 환자는 96만 9,341명(89.7%)으로 남성(11만 1,516명)보 약 9배 많았다.
또한 10대 이하 청소년 5,899명에게도 약 55만정의 식욕억제제가 처방된 것으로 확인됐다.
외국인 처방환자도 2021년 3만 4,063명에서 2024년 4만 3,804명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BMI 23부터 처방
한국의 식욕억제제 처방 기준은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 현저히 낮다는 지적도 제기됏다.
영국, 프랑스, 일본, 미국 등은 체질량지수(BMI) 27~35 이상에서만 처방을 허용하며, 영국과 프랑스에서는 향정신성 식욕억제제 자체가 금지돼 있다.
반면 한국은 대한비만학회 비만 진료지침상 BMI 23 이상을 비만 전 단계로 인정해 사실상 광범위한 처방이 가능한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일본의 경우 펜터민을 제3종 향정신성 의약품으로 분류하고, 허가 없이 반입 시 마약류 밀수입으로 간주할 정도로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부작용 신고 2024년 455건으로 최다…관리·감독은 ‘사각지대’
마약류 식욕억제제에 대한 부작용 신고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2024년에는 불면 68건, 지각 이상 50건 등 총 455건으로 최근 5년 중 가장 많은 부작용이 신고됐다.
그러나 관리·감독 체계는 사실상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4년간 마약류 식욕억제제 오남용 조치기준 외 처방으로 ‘사전알리미’ 경고를 받은 의사 3,636명 중 단 11명(0.3%)만이 행정처분에 의뢰됐다.
식약처가 올해 마약류 수사 전담 특사경 인력 5명을 확보해 4명을 충원했지만 처방 기준 자체가 느슨한 상태에서 사후 단속만 강화하는 것은 근본적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선진국 수준으로 처방 기준 재정비해야”
김선민 의원은 “사회적 외모 압력과 의료적 판단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는 가운데, 식욕억제제는 연간 2억 정 이상이 사용되고 있다”며 “청소년과 여성 중심의 오남용, 느슨한 BMI 기준, 미비한 사후 관리체계를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여성, 청소년층의 식욕억제제 처방 실태에 대한 심층조사와 기준 강화가 시급하다”며 “국민의 안전과 정신건강을 위해 마약류 식욕억제제의 처방 기준을 선진국 수준으로 재정비하고, 솜방망이 처벌을 막기 위한 관리·감독 시스템을 시급히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최근 5년간 마약류 식욕억제제 처방 현황, ▲2024년 성분별 마약류 식욕억제제 처방 현황, ▲주요국 비만 진단 기준 및 처방 가능 약물, ▲최근 5년간 마약류 식욕억제제 관련 이상사례 보고 현황, ▲식욕억제제 오남용 조치기준 외 처방 및 행정처분 의뢰 현황, ▲성별 마약류 식욕억제제 처방 현황, ▲2024년 연령별 마약류 식욕억제제 처방 현황, ▲국적별 마약류 식욕억제제 처방 현황 등은 (메디컬월드뉴스 자료실)을 참고하면 된다.
[메디컬월드뉴스]
Copyright ⓒ 메디컬월드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