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균의 어반스케치] 빨간 슬레이트 지붕-양평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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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균의 어반스케치] 빨간 슬레이트 지붕-양평 가는 길

경기일보 2025-10-21 19:06:5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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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 가는 길. 오랜만의 외출이다. 고무줄처럼 팽창한 하늘이 풍선줄을 잡고 냇둑을 달리던 유년을 부른다. 밑천 없던 시절이 미래의 꿈을 열지 못했지만 웃고 뛰던 맑은 추억은 그립다. 집으로 갈 순 있지만 옛날로 돌아갈 길은 없다. 양평 가는 길에 옛집들이 신작로 위에서 먼지를 덮어쓰고 있는 풍경을 본다. 푸른 강물이 순간을 묻고 떠간다. 한 방울로 나뉠 수 없는 강물의 집합체, 인간도 그럴까. 공동체로 살아가며 사랑을 물들이고 합치며 외롭지 않게.

 

후배가 전시하는 펫 리퍼블릭 카페에 들었다. 수영장을 갖춘 애견 카페인데 그림 전시도 겸하고 있는 색다른 공간이다. 반려견을 친구로 자식같이 가족같이 나들이하는 현대인들의 시대상이 낯설지 않다. 후배의 작업실도 방문하고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 미술교사로 교직을 은퇴하고 전원과 마주한 그의 의기와 성실한 태도가 멋지다.

 

돌아오는 길에 한적한 시골길의 빨간 슬레이트 지붕이 있는 집을 발견하고 차를 멈췄다. 근처엔 정미소도 있고 낡은 집들이 향수를 자극했다. 외갓집같이 친근한 풍경이다. 낡은 슬레이트 처마를 뚫고 하늘로 치솟은 굴뚝이 이상의 푯대 같다.

 

인간은 추억을 먹고 산다. TV를 시청하다 폐허가 된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의 한 여인이 죽은 남편의 유품을 찾으려 잿더미를 뒤지는 광경을 봤다. 남편의 사진과 의복이라도 찾으려는 것이다. 추억의 힘으로 우리는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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