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노태하 기자] 중국이 세계 최초의 상업용 육상 소형모듈원전(SMR) 시운전에 돌입하며 원전 기술 패권 경쟁에서 앞서는 모양새다. 한국은 과거 정부의 탈원전 정책 등의 여파로 원전 산업 앞날이 불투명한 가운데 차세대 원전 시장 주도권 경쟁에서도 그 격차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20여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은 중국에 원전 기술을 전수하던 입장이었지만 현재는 상황이 역전됐다.
과거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신규 원전 건설과 신형 원자로 개발이 중단되면서 산업 생태계가 붕괴된 사이 중국은 막대한 자본과 인력을 투입해 원전 분야 첨단 기술인 SMR 분야에서 한국을 앞질렀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불과 20여년 전만 해도 한국이 중국에 원전 정비와 설계 기술을 전수하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며 “한국의 원자력 산업 정체는 단순히 기술력 문제라기보다 정책적 공백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 시절 탈원전 기조로 신규 원전 개발이 사실상 중단됐고 정부 R&D 예산도 해체·안전 분야에 집중되면서 신형 원자로 연구가 크게 위축됐다”며 “그 결과 한국은 원전 설계 단계에 머무는 동안 중국은 막대한 자본을 투입해 상용화 단계로 진입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한국수력원자력 월성원자력본부는 1998년부터 중국과 협력 관계를 맺고 중수로형 원전 운영 노하우를 공유했다. 당시 월성원전은 중국 친산원전과 시운전 훈련 계약을 맺은 뒤 3개월간 76명의 인력을 교육했고 이후 15년 넘게 중수로 관리와 위험도 평가를 비롯한 중수로 원전 운영 전반에 대한 교육과 연수를 꾸준히 진행했다.
중국은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한국보다 원전 기술력이 뒤처져 있었지만 2007년 웨스팅하우스의 AP1000 가압수형 원자로 기술을 도입하며 원전 자립에 나섰고 정부의 강력한 정책·재정 지원 아래 설계부터 안전관리까지 전 분야 기술력을 빠르게 확보해 세계 원전 시장의 주요 경쟁국으로 부상했다.
최근에는 중국이 세계 최초로 상업용 육상 소형모듈원전(SMR) 시운전에 돌입했다. SMR은 기존 대형 원전에 비해 사고 위험성을 획기적으로 낮춘 차세대 원전으로, 안전성과 경제성 측면에서 모두 장점이 있어 차세대 원전 기술로 꼽힌다.
하이난성 창장시에 건설 중인 ‘링룽 1호’는 최근 저온 기능 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쳤으며 향후 고온 시험 등 4단계 검증 절차를 거쳐 내년 중 정식 상업운전에 나설 예정이다. 상업운전이 현실화되면 세계 첫 상업용 SMR로 기록될 전망이다.
앞서 한국도 2000년대 초 원자력연구원을 중심으로 ‘스마트(SMART)’라는 소형모듈원전(SMR)을 개발했으나 상용화로 이어질 추진 동력이 부족했다. 업계는 연구개발 단계에서 기술적 성과는 있었지만 정부의 정책적 의지와 예산 지원이 뒷받침되지 않으면서 실증 및 산업화 단계로 나아가지 못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원전업계 한 전문가는 “지금처럼 민간의 자율에만 맡겨서는 기술격차를 좁히기 어렵다”며 “정부가 주도해 장기적 관점에서 대규모 기술개발과 투자를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이 막대한 자본과 인력을 투입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는 만큼, 지금 같은 소극적 태도를 유지한다면 한국은 원전 기술 경쟁에서 완전히 뒤처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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